적조대책을 보면 정말 한심스러운 생각이 절로 난다. 적조 발생이야 우리가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라 치더라도 적조 발생 이후 대책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라는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 대책은 마치 매뉴얼을 만들어 몇 십년간 그 매뉴얼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전혀 변화가 없다. 적조를 막기 위한 치열한 고민 대신 늘 똑같은 방법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매뉴얼을 가동시키고 있는게 전부다.

적조가 발생하면 적조 경보를 발령하고 황토를 살포하는 것이 고작이다. 양식어민들에게는 어류 폐사에 조심하고 조기 출하를 독려한다. 그 다음 단계는 불 보던 번하다. 어민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보상을 위한 줄다리기가 시작되면 국회에서는 어김없이 보상 확대 주장이 제기된다.

적조 발생이 우리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가만히 앉아서 자식과 같은 어류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을 주고 경제적 손실까지 감수해야 하는 극한적인 상황인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몇 십 년째 반복적인 매뉴얼만 작동시킨다.

적조로 인해 어업인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하얗게 배를 드러낸 고기들의 떼죽음이다. 적조로 어차피 죽어갈 것이고 그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 준다면 어류 방류하듯 물고기들을 바다로 방류해도 된다. 하지만 실질적인 보상 문제와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게 어류를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대안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앞을 내다보는 선행이 필요하다. 우선 적조 우발지역 양식장에는 입식 때부터 몇 마리가 양식장에 들어가고 사료비 등 경비가 얼마나 드는 지, 이런 사업비나 예비비를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기를 죽게 하고 죽은 고기를 치우는 비용, 어업인들의 심리적 비용에다 이를 막기 위한 행정 비용까지 합친다면 우리처럼 산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어떤 선택이 필요한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적조로 인해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죽음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우리가 전쟁이 나면 대피소로 피하듯이 바닷가 근처에 적조 피해 예방을 위한 어류 대피소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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