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장소를 착각하거나 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약속이 어긋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우리 통영처럼 작은 도시에는, 별달리 있을 만한 장소가 몇 되지 않고 대다수가 알고 지내는 터라 물어물어 찾다보면 금방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큰 도시의 경우 이렇게 어긋난 약속 때문에 오해를 사는 경우까지 생기곤 했다.

최첨단 IT통신 기기가 넘쳐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세대들이 이런 상황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아이들이 30년 전 세상에서 산다면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이 틀림없다. 그만큼 세상이 변했고 발전했다. 이젠 패러다임이 변했다.

사회 곳곳에서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는 목격된다. 신세대 직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상사는 금방 ‘인기 없는’ 상사가 된다. 상사들은 젊은 세대를 알기 위해 그들의 노래를 부르고, 그들의 고충을 들으려 한다. 숨기려 하면 금방 들통 나기 때문이다.

KBS 코미디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 코너는 인기절정을 달리고 있다. 이 개그의 키워드는 ‘솔직함 그리고 소통’이라고 할만하다. 남녀간의, 상사와 부하간의 진솔한 소통이 그 귀결점이다. 이 프로그램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코너 역시 마찬가지다. 다 드러내고 까발리면서 상대방과 소통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말춤’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월드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싸이의 인기비결도 따지고 보면 소통에 있다. 그의 콘서트는 신나고 재미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싸이는 진솔한 가사를 통해 그리고 자신을 망가뜨리는 춤을 통해 그의 모든 것을 대중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관객들과 소통한다.

우리가 사는 곳이 왕국(kingdom)이라면 우리는 신민(臣民.Subject)일 것이고, 우리에겐 왕을 선택할 권리가 없을 것이다. 왕이 선정을 베풀면 ‘성은이 망극하다’ 했을 터이고, 어리석은 왕의 집권기에 백성들은 그저 하늘에 대고 자신의 곤궁한 삶에 대해 원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화국(republic) 더구나 민주공화국의 시민(市民.citizen)인 우리는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만큼 책임도 시민들 자신이 져야한다.

오는 12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 나설 양대 정당의 대통령후보가 결정됐다. 누가 되던지 국민들이 선택할 몫이지만 두 가지 만큼은 분명하다.

하나는 그 어느 쪽이던지 지나치게 편향 되서는 안 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소통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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