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각 방송사에서는 건강식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때를 맞춰 쉽게 시청률을 확보한다는 장점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음식에 관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내용들이 비슷해 식상할 것도 같지만, 여전히 인기 프로그램인 이유는 그만큼 좋은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은 길게는 수천, 수백 년 동안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람들이 몸으로 체험한 임상결과이기에 절대 소홀히 취급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먹으면 피부비용에 좋고 정력에 탁월한 효능이 있으며, 먹으면 어떤 병에 좋다는 둥 음식관련 방송에서 꼭 빠지지 않는 멘트가 있다. 정말 그런 효능이 입증된 음식들이 많다. 전국을 누비며 먼 길 마다않고 좋은 음식들을 섭취하는 식도락가들도 늘고 있다. 이렇듯 좋은 음식을 우리는 얼마나 귀하게 대접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음식물쓰레기의 경제적 가치가 연간 20조원에 이르고 이는 중형차 100만대를 버리는 것과 같은 손실이라는 공익광고를 보면 귀하고 소중한 음식들이 푸대접을 받아도 이런 푸대접이 없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다 못 먹으면 남기면 돼지라는 너무나 간편한 생각, 먹지도 못하면서 가정집 냉장고에는 봉지마다 무슨 음식이 그리 쌓여있는지, 음식점에서 남은 음식을 싸달라는 것이 창피하다며 그냥 버려지는 음식들이 결국 우리 환경을 더럽히고 수천 수백 년 이어 온 몸에 좋은 생물들이 생육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어 사라지게 되면 수입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피자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지 않을까? 외식산업이 자동차나 반도체 산업처럼 경제적 규모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중형차 100만대를 버리는 것과 맞먹는다는 사실은 심각한 범국가적인 문제다. 국민 모두가 심각성을 일깨우고 대응책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큰 일이다.

다행히 소비자단체나 관련협회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실천운동과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도 가정과 음식점에서 푸짐한 상차림을 지양하고 간소한 상차림을 제공하는 남은음식제로운동을 통해 음식물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제로화하는 ‘선순환음식문화’ 실천운동을 벌인지 2년을 넘어서고 있다. 먹지않는 반찬 반려 캠페인 등과 함께 2012년 10월 현재 12만여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만하다. 하지만 단순히 참여만 촉구하는 전시적인 행정이 아니라, 현장 실행 가능성과 실천효과 극대화 방안을 반영해야 한다. 가정과 학교, 기업체, 음식점 등 추진 주체별 특화된 교육 홍보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공직자실천교육이나 아파트나 단체급식 기업체, 음식점 등 각 주체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공개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도 추진해볼만 하다.

음식은 생명이고 인생이며 즐거움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우리의 건강과 생활이 풍족해졌고, 맛있는 요리법과 몸에 좋다는 건강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음식의 가치에 대한 진지한 생각은 많이 부족하다. 음식이라는 것은 단순한 것 같지만 우리 사회, 문화, 정치,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되어 있고 아주 핵심적이다. 결코 쓰레기로 버릴 수 없는 귀한 것이 음식이다. 오래된 자동차나 버려진 농기계는 고철로 재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버려지면 영원히 재활용하여 먹을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청마루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부족한 찬과 밥을 나눠 먹던 시절, 어머니는 ‘먹을 것 함부로 대하면 벌 받는다!’ 하시며 기어코 떨어진 밥알을 지어 주시던 시절이 반백년이 지났는가? 먹는 즐거움을 잃을까 두렵다.
<김계수(거제외식업지부사무장) 64440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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