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흥기 편집국장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이렇게 시작되는 ‘연가’라는 노래는 학창시절 캠핑을 가서 모닥불을 피우며 불렀던 노래로 기억되고 있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곡이 아닌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우리족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담긴 노래 포카레카레아나('Pokarekare Ana)의 번안곡이다.

원곡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와이아푸의 바다엔 폭풍이 불고있지만/ 그대가 건너갈 때면/그 바다는/ 잠잠해 질겁니다/ 그대여, 내게로 /다시 돌아오세요/ 너무나도 그대를/사랑하고 있어요...”

6,70년대 초반, 음악적으로 열악했던 우리 가요계의 현실에서 음악을 만드는 것 보다 외국곡을 번안해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노래로 배인숙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이명우의 ‘가시리’ 등 이외에도 많다.

특히, 포카레카레아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뉴질랜드의 유황온천 로투루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다. 둘레가 42킬로미터나 되는 로토루아 호수가 있으며, 그 가운데에는 모코이아라는 섬이 있다. 모코이아 섬에는 아리아 부족이 살았다. 아리아 부족 추장의 딸 히네모아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아가씨였는데, 어느 날 육지에 사는 아리아 부족 족장의 딸 히네모아는 모코이아섬에 사는 훠스터 부족 족장의 아들 투타네카의 피리 부는 소리를 우연히 듣고 반해 이후 짝사랑하게 됐다.

하지만, 두 부족은 원수 사이로 오랫동안 전쟁을 해왔기에 둘의 만남은 몰래 이뤄졌다. 히네모아는 투타네카를 만나러 밤마다 카누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들통나기 마련. 결국 집에 감금된 히네모네는 어느 추운 겨울밤 맨몸으로 바다를 헤엄쳐 투타카네의 집으로 가서 얼어붙은 몸을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녹였다고 한다.

이 둘의 사랑을 확인한 양 부족은 오랫동안의 전쟁을 종식하게 된다. 그리고 양가의 축하속에서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된다.

이 노래는 뉴질랜드 사람들이 1914년 1차 세계대전에 출전하는 아들과 애인을 전쟁터로 보내면서 애타는 마음을 노래로 불렀고, 1917년 ‘토모아나’라는 마우리 사람이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무단을 만들어 이 노래를 사람들에게 알렸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6.25전쟁에 참전한 뉴질랜드 군인들이 고향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부르기 시작하면서 본격 알려지게 됐다.

포카레카레아나는 부친이 마우리족인, 뉴질랜드가 낳은 유명한 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 (Kiri te Kanawa)가 부르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지금은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노래가 됐다.

야심한 밤. 통영의 미륵산 정상에 올라 흐릿한 불빛 사이로 보이는 섬을 보고 있노라면 섬 사이사이 어선들이 정박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데, ‘연가’ 노래가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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