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말할 수 없었던 마을이야기

 

마을이야기가 기획시리즈로 본지 지면을 탄 지 1년이 다 됐다. 우리 지역 각 마을의 전통, 전래 이야기, 인물들을 다시금 재조명해보고, 새로운 마을이야기를 꾸려나가겠다는 기획의도로 첫 기사가 나간 것이 지난 1월10일 260호였으니, 만 11개월이 된 것이다.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로서 매주 마을을 취재하고, 스토리를 찾아내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무척이나 번거롭고, 수월하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내가 태어난 고향의 이모저모를 배운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만큼 보람도 컸다.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사건과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기사작성의 기준을 나 스스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만 했고, 좀 더 프로페셔널 해야만 했던 것은 나에게 심적 압박감을 줬다. 더군다나 이미 알려질 만큼 충분히 알려진 이야기는 독자들이 식상해 하기 쉽기 때문에 뭐가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해야 하는데, 한정된 시간 때문에 이마저 여의치 않을 때도 많았다.

마을마다 취재기자를 대하는 모습도 각양각색이었다. 취재에 소극적이었던 마을도 있었고, 아예 거부했던 마을도 있었다. “우리 마을엔 할 얘기가 없다”고 해도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다보면 고구마 넝쿨처럼 줄줄이 쏟아질 때도 많았다. 취재원이 바쁠 땐 밭이랑에 쪼그리고 앉아서도, 배 위에 올라타서도 이야기 나누었다. 좀 더 이야기를 꺼내도록 막걸리 한 사발 마시면서 취재하기도 했고, 때론 취재원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개인사를 술술 털어놓기도 했다. 오히려 지면에 옮길 수 없을 정도로 개인적인 부분을 말할 때도 있었다. 모두들 정말 고맙고 감사한 분들이었다.

하지만 본 기자가 여전히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해안가와 마을주변의 쓰레기다. 아름다운 마을사진과 해안사진을 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먹고사는데 바빠서일까?

외국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일은 본 기자도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가까이는 일본의 청결한 환경을 보며, 멀리는 스위스의 자연을 보며 부러워하면서도, 우리 스스로는 왜 그러지 못할까하는 아쉬움이 지난 1년 내내 있었다는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김숙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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