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에 안전펜스 설치하자

 

작년 한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것은 바로 안전문제였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부터 실내체육관붕괴사고, 거리공연장 환풍구 붕괴사고까지 개인의 안전을 국가나 공공기관에 의지할 수 없다는 의식이 급속도로 퍼진 안타까운 갑오년이었다.

그 갑오년의 해가 저물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30일 통영 강구안 문화마당에서도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60대 남성이 문화마당을 지나다 바다로 실족해 익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야간이었던 데다 마침 물이 빠진 시각이어서 바다에서 지면까지 수월하게 기어오를 수 없었다는 점, 인근에 정박한 많은 선박들로 인해 수색을 하기가 힘들었다는 점이 사망한 남성에게는 불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남성의 실족사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다른 이유에서다. 그가 있었던 곳은 파도가 몰아치는 갯바위도 아니었고, 파도 높은 큰 바다를 항해 중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도심 한 복판의 친수시설 인근을 그저 거닐다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 점 때문이다. 인근에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한 구명장대와 구명튜브도 있었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연말의 분위기에 취해, 아니면 고단한 노동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음주를 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누구나 가지는 자유시민의 선택권 아닌가. 저녁에 술 한 잔하고서도 마음 편히 거닐지 못하고 최후의 안전문제 마저 개인이 스스로 챙겨야 하는 세상은 살맛 날 것 같지 않다.

강구안 문화마당에 안전펜스를 설치해야 한다. 문화마당은 통영시가 연중 주요행사를 개최하는 장소일 뿐 더러, 시민들이 자주 찾는 안식처 같은 곳이자 관광객들도 즐겨 방문하는 곳이다.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지역을 바로 눈앞에 두고서 넘길 수는 없는 법이다.

안전사고로 기억되는 2014년을 그냥 보내고 잊어버리면 우리 사회는 안전해질까. 절대 그렇지 않다. 억울하게 떠난 숱한 죽음들의 의미를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문화마당에 안전펜스를 설치하는 일 부터다.

<김숙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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