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목 좋은 자리에서 고추튀김 팔겠다”

▲ 20년간 북신시장 난전을 지켜온 전점순 여사(60)


북신시장 20년 가족 생계 도맡아, 이웃 상인들은 가족
6~8월은 산딸기 키우고 복분자 재배, 9개월간 튀김 장사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목 좋은 전통시장 자리가 있다면 튀김 장사를 할 생각입니다. 가족의 생계를 이어준 고마운 일이죠.”

난전 포장마차에서 고추·오징어 튀김 장사를 20년간 하며 살아 온 전점순(60)씨의 소박한 소망이다. 힘든 장사를 또 하겠다는 것. 평생 천직이었다며 욕심 내지 않고 살아가는 게 인생의 지혜라고 했다.

그간 남 펴주기 좋아하니 모아둔 돈도 없고 정성스레 장만한 요리들을 덤으로 더 많이 건네주며 긴 세월을 살아온 전통시장 상인의 여유였다. 아들이 대성했고 딸 시집가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더는 바랄게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전통시장에 오는 분들을 보면 경기가 느껴져요.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아진 북신시장이죠. 돈이 안돌고 있죠. 올해는 작년보다, 작년은 지난해보다 경기가 갈수록 좋지 않다”며 한 지인이 퇴근하려 하자, “다 팔고 갑니까?”라고 인사말도 구석구석 전한다. 전 씨에게는 지척에 있는 시장 이웃 상인들이 곧 가족이다. 자리를 잠시 비우면 대신 영업도 해주고 급한 일거나 가족들의 대소사를 서로 챙겨주는 공동체 삶의 기본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포장마차 입구 봄비가 내리는 저녁 무렵에 몰려든 손님들은 부침개와 튀김을 향한 젓가락 손질이 분주해 보였다. 4월을 맞이하는 지난달 31일 북신시장 시내버스 정류장 북신시장 입구에서 튀김 장사를 하는 전점순(60) 씨를 만났다. 흥정 목소리와 튀김 굽는 음식맛, 라디오 ‘내 나이가 어때서’ 트롯트 노래까지 가세해 생생한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목격된다.

6월부터 8월까지 오디와 산딸기를 재배하고 복분자를 키워낸다. 튀김장사 하는 언저리에 판을 벌려놓고 더운 계절 3개월을 보내는 예사롭지 않은 어르신들의 지혜이다.

전 씨는 지난 1995년 북신시장 좌판을 펼쳤으니 20년이 지났다. 큰 애가 중학교 입학하던 해 생활고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으로 첫 발을 디딘 이후 천직으로 받아 들였다. 큰 애가 중3이 되던 해 남편마저 폐병으로 세상을 등졌으니 튀김 장사는 손 뗄 수 없는 삶의 현장이었다.

전 씨는 어김없이 새벽 6시 일어나 튀김 재료 손질부터 하고 고구마, 고추, 오징어 등 북신시장에서 모두 구매하는 재료를 손질한다. 오전 12시 출근해 오후 7시면 어김없이 퇴근하고 또 하루 일정을 시작하는 단조로운 생활을 18년 동안 해왔다. 겨울 호떡부터 여름에 판매 가능한 먹을거리를 하나도 빠짐없이 시도를 해온 셈이다.

그러다 8년 전부터 미늘고개 밭을 장만하고 오디와 복분자, 산딸기를 재배하면서 북신시장에서 내다파는 3개월 튀김 장사를 휴업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건강도 지키고 삶의 여유를 가지자는 전점순 씨의 지혜이다. 김해 생림면 출신으로 26살에 가족들이 통영으로 거처를 옮겼다. 장성한 자식들이 매달 주는 20만원 용돈, 자식들 월급과 비교하면 결코 적지 않은 돈이라 칭찬한다.

튀김을 잘하는 비법은 치자 열매 가루와 튀김가루 물의 적절한 배합이다. 치자 가루는 식감도 좋게 하고 노란 튀김 특유의 색을 내기 때문에 적절한 혼합 비율을 설명했다. 주변 상인들은 “튀김 장사 잘되게 해주시고 덕분에 생선도 잘 팔리게 해주세요”라며 농을 던진다.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나 철오 어머니라는 주변 상인들의 귀뜸에 부끄러워 하던 어머니는 웃으면서 실명을 밝힌다. 북신시장 20년 튀김 장사 전점순씨. 아들 문철오(35), 딸은 손자까지 보여줬으니 효자와 효녀라고 한다.

북신시장 버스정류장 난전을 두고는 보행에는 불편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시간이 촉박한 시민들을 위해서는 필요한 공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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