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어떤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른들을 믿고 따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요즘 연일 터지는 정치권의 스캔들 뉴스보도를 보면 어른으로서 차마 아이들 눈을 바라볼 수 없을 지경이다. “우리 친구들 중에서 뉴스에 나오는 것 그대로 믿는 아이들 아무도 없어요, 아빠!” 고등학교 1학년인 내 아들이 어이없어 하며 던진 말이다. “정치권 사건이 인터넷포털 1위에 오르면 연예인 스캔들 같은 걸로 바꾸며 물타기한다”며 포털싸이트 검색어 조작가능성까지 말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은 부끄러움조차 못 느낀단 말인가?

담배 피는 청소년들에게 한 소리 했다가는 봉변당하기 십상인 시대다. 하지만 어른이 그런 호통조차 칠 수 없는 시대를 만든 것은 정작 어른들 스스로다. 평소부터 어른이 하는 말이 영(令)이 서지 않도록 해 왔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1년 전 세월호 침몰사고에서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승무원들이 보였던 태도를 생각해보라.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 그저 수장(水葬)될 운명인 아이들을 놔두고 제 한 몸 살리려고 속옷 바람으로 탈출한 그 선장을 생각해 보라.

최근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살한 기업인이 남긴 유서에 거명된 정치인들을 또 어떤가. 사람이 자살을 택하면서까지 호소한 말들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지만, 우리나라가 그렇게까지 부패했다는 현실을 아직은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직위를 걸고 부인했던 일들이 다음날이면 사실로 밝혀지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은 또 어떤 생각을 할까.

경남도가 무상급식 대신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민자녀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시의회는 상정도 하지 않았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하반기부터는 다시 무상급식을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왜 정치인들 좌우(左右)싸움의 희생양이 돼야 하는지 아이들은 납득을 못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까? 과연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줄 수 있을까? 과연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미래를 펼쳐갈까”하는 걱정이 앞설 뿐이라고 한다면 기우(杞憂)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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