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길 교수 경상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온 나라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로비게이트로 들끓고 있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성완종을 중심으로 한 권력과 정치게이트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다른 사회적 이슈들은 거의 실종상태에 있는 형국이다.

경남기업이라는 대기업을 일구기까지 그의 자서전을 통해 알려진 자수성가 히스토리는 눈물겹다. 고인에겐 안된 이야기이지만 그가 기업경영에 올인하지 않고 정관계 인맥을 활용한 경영을 하고, 또 정치라는 블랙홀에 직접 뛰어들면서 기업경영과 정치권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것은 불우했던 자신의 과거와 상대적인 스펙 자격지심에서 발로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치라는 저 비련의 괴물우리에 던져진 그의 마지막을 보는 사회 일반의 시각은 시간이 흐르면서 안됐다기 보다는 냉소적으로 바뀌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라는 자리에서 정치라는 괴물우리에 들어선 그의 정경스토리는 마치 동물들의 젖을 짜서 배를 채우고 양의 털을 가져가고 밭을 경작하게 하며 동물을 혹사시키면서 최소한의 먹거리만 제공하는 인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의식을 고취시키며 반란을 예고하고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는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버린 것 같은 인생역정이다.

정치라는 우리안에서 동고동락 할 것 같았던 그의 동료들과의 관계는 그가 선거법 위반으로 정치생명이 단절되면서 소원해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건 그가 죽음을 결심하고 남긴 기자회견의 내용과 모 신문과의 전화인터뷰 내용 및 그의 사후에 발견된 메모의 내용으로도 짐작가는 일이다. 그의 죽음은 참 안된 일이다. 그렇다고 그가 용기 있는 죽음을 택한 것도 아니다. 그의 죽음이 비겁하지 않았다라고 평가받을려면 그의 짧았던 정치인생에서 있었던 추한 기억들을 깨끗이 털고, 고백하고 용서하며 또 용서를 구하고 갔어야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비겁한 것은 그와 함께 했던 한 때의 정치적 동료들이 세상을 향해 불편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 두어야 하는 정치적 악수와 속내를 알 수 없는 무성한 설들 속에 죽은 자와 산 자의 비겁함을 교묘히 물타기 하는 것이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것이 정치라지만 이 정치라는 괴물은 원래 비겁한 것이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장관에 임명되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불과 10개월짜리 단명 장관에 불과한데 그 동안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아예 이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고 장관으로서 끝까지 국정수행에 전념하겠다라고 선언하라고 집중적으로 다그치자 그건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라며 끝까지 경력쌓기용 장관직 수행이라는 속내를 밝히지 않는 정치인들의 답변처럼 곳곳에서 그 비겁함이 묻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공학상 돈 없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정치시스템 속에서 불법 정치자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인은 비겁해 질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정치를 계속해야 한다면 비겁하게 정치일기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런 비겁한 자의 정치일기를 보는 것이 지금 나라를 뒤 흔들고 있는 성완종 게이트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오로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사는 순수 정치인, 비겁한 자의 일기를 쓰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팽 당하지 않으며 국민의 성원과 사랑 속에 친구처럼 이웃하며 살아 줄 그런 정치인을 기대하는 것이 우리국민의 속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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