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혜 한국산업기술원 교수 국제관게학 박사

나는 요즘 전국의 지방의원들에게 의정활동 혁신전략, 해외연수의 시정접목 등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의원들은 보통 자기들의 고장을 떠나 타 지역에서 연수를 한다. 벤치마킹을 할 지역을 연수 장소로 정하다 보니 종종 통영, 거제도, 제주도 등 누가 보아도 관광지인 곳으로 가게 되고 이는 혈세낭비라며 일침을 놓는 언론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평소에도 놀기만 하고 시민을 위하는 마음도 없으면서 국내외 연수를 간다면 100% 놀러간다고 비난받을 만하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이 늘 공부하고 진정으로 시민을 생각하는 기본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국내외 연수에 대한 언론의 비난이 두려울 이유가 없다.

공무원은 행정에는 달인들이지만 주변의 구조상 새로운 생각을 해내거나 실행하기 힘들고 어떤 이슈에 관한 대안이 없다. 예․결산 심의뿐 아니라, 대안 없는 공무원에게 대안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이 의원의 역할이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다가 실패하면 공무원만 다치고 손해 보는 구조에서 당연히 뭔가를 시도하기가 어려운 그들에게 의원이 정책을 입안해 주면 서로가 편하다. 이를 위해 의원이 견문을 넓혀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본인 스스로의 공부뿐 아니라 국내외연수인 것이다.

정주의식이 생기게 하는 명품도시의 기본은 무엇인가? 큰 욕심 부릴 것 없이 내 주변 동네부터 깨끗하게 청소하여 아이들 데리고 걷고 싶은 도시가 아닐까? 바야흐로 봄날이 다가와 구석구석 연산홍이 흐드러지게 피고 작은 카페 문 앞마다 노란색 베고니아나 주황색 금잔화가 귀여운 자태를 뽐낼 때마다 걸음을 멈출 수 있는 동네가 이어져 있는 곳. 이런 도시에 살고 싶지 않을까? 그러나 치적을 자랑하고 재선, 삼선을 꿈꾸는 시장이나 구청장은 거대한 체육관과 복지시설을 유치하겠다고 하지 ‘폼나지 않게’ 꽃 가꾸는 도시나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지는 않는다. 그러니 실질적인 동네정치는 의원이 더 잘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봄만 되면 꽃시장이 가장 바쁘다고 한다. 베란다마다 걸려있는 화분과 집 앞에 놓여있는 꽃들은 관광객의 마음을 더없이 따뜻하게 한다. 후진국의 창가에는 늘 빨래가 걸려있고 선진국의 창가에는 꽃이 놓여있다고 한다. 유럽의 모든 국가는 마치 집 앞에 꽃 화분을 놓지 않으면 법에 저촉이라도 되는 듯 예외 없이 꽃을 가꾼다. 선진국 캐나다 사람들도 꽃을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

무단 투기한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어느 동네가 그 자리에 화단을 만들고부터 쓰레기가 사라졌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깨끗한 환경에서는 확실히 범죄율도 줄어든다. 어느 하루 봄맞이 대청소에 참가하여 사진한 장 찍고 SNS에 똑같은 내용을 올리는 의원들보다 ‘한 집 한 화분 가꾸기’ ‘꽃 화분 집 앞에 내놓기’등의 운동을 꾸준히 전개하여 살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의원들이 많았으면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통영에서 필자의 강의를 들은 부산시 북구의회가 꽃 가꾸는 도시를 만드는데 홍보용으로 사용하겠다며 강의중 사용했던 꽃 사진의 원본을 요청했을 때 기쁘기 한량없었다.

이러한 마인드를 가진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가면 의정활동에 대한 열정이 하늘로 솟구친다. 폐철도를 활용해 하이라인파크를 만들고, 이사 간 오레오 과자공장을 그대로 살려 문화의 중심지로 만든 뉴욕시민의 첼시마켓 등을 시찰하며 지혜를 본받는 의원들! 교육세미나를 시간 때우기로 치부하지 않고 의정활동에 응용하는 부산시 북구 의원들 같은 분들을 만나며 지방자치의 희망을 본다. 오늘도 강의를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을 다짐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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