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년체전은 나의 화려한 복수전 무대, 라이벌 전부 제압

 

▲ 올해 소년체전에 탁월한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고영우 선수. 2020년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다음 프로로 전향해 파퀴아오같은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자그마하고 깡말랐지만 눈빛만은 초롱초롱 살아있는 소년이 있다. 이제 복싱에 입문한지 겨우 10달 남짓. 소년체전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이며 자신의 -38Kg체급에서 강력한 라이벌들을 모두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고영우 선수(통영중2)는 머잖은 장래 고향을 빛내고, 고국을 빛낼 세계적 스타로의 등극을 예고하고 있다.

 

축구 한눈팔지 않고 복싱 올인

지도자 김창식 전무(통영복싱협회)는 고영우를 처음 만났을 때를 잊지 못한다. “작년 가을 영우가 1학년일 때 복싱을 소개하고, 재능 있는 희망자를 찾기 위해 체육시간에 참여했었다”는 김창식 전무는 “한 번 해보고 싶은 사람 없느냐”는 질문에 “번쩍 손을 든 친구가 하나 있었다”고 기억한다.

복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고영우였지만 자신이 손을 든 이유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코치님이 복싱을 하면 고등학교, 대학교는 물론 좋은 직업도 가질 수 있다는 말에 주저 없이 손을 들었다”고 한다. 고영우는 “공부는 전혀 자신이 없는데 복싱을 하면 대학도 갈수 있다 길래 그랬다”며 멋쩍게 웃는다.

그래도 원하는 것과 되는 것은 엄연히 별개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주문받은 대로 스텝을 뛰면서 원투잽을 날리는 고영우의 모습에서 김 전무는 “대번에 재능이 탁월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잘 가다듬어 소년체전에 출전해도 되겠다”싶었던 김 전무는 고영우가 축구에 한눈을 팔아 2개월 만에 체중이 48Kg이나 되면서 큰 고비를 겪게 된다. 157cm인 키를 고려하면 최경량급인 -38Kg이 제일 낫지만, 선발전까지 감량을 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그래서 김 전무와 고영우가 가장 기다린 것은 겨울방학이었다. 일과의 모든 시간을 복싱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로 밥 굶기면서 체중 빼지 않는다”는 김창식 전무는 “그렇게 하면 부작용이 더 많다”며 “나만의 훈련방식으로 체중빼기와 기술습득을 같이 병행했다”고 말한다. 다행히 고영우는 100m를 13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스피드와 순발력이 좋아 러닝으로 감량에 나섰지만 겨울이다 보니 만족할 만큼 빠지지 않았다.

 

나의 화려한 데뷔무대 ‘제주소년체전’

결국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소체 1차 선발전에는 -42Kg급에 출전했지만 결국 2라운드 TKO패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올해 2월의 2차 선발전에는 체중감량에 성공해 -38Kg급에 출전했다. 이날 사천대표 이재학 선수에게 판정승을 거두며 2차 우승을 차지했고, 1차 우승자인 조성우 선수와 최종선발전을 펼쳤다. 고영우는 인파이터인 조성우를 원투펀치로 제압하며 결국 경남대표에 최종 선발됐다.

가장 중요한 소년체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전감각을 더 익혀야 했다. 김 전무와 고영우는 지난 3월 남해에서 열린 전국학생신인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준결승전에서 경북대표로 출전한 신재용 선수의 홀딩작전에 말리며 판정패하면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신재용 선수와의 인연은 소년체전 결승전까지 이어지게 된다.

4월에는 경북 안동에서 열린 대한복싱협회장배 전국대회에 참가했다. 역시 재능을 뽐내며 결승전에 오른 고영우의 상대는 경기도 대표 아진 선수였다. 왼손잡이인 아진선수의 카운터블로를 맞기도 한 고영우는 결국 판정패하고 말았다. 아진 선수와는 소년체전에서 8강전 상대로 다시 만나게 된다.

김창식 전무는 “영우는 스피드, 파워, 펀치, 테크닉의 4박자를 모두 갖춘 선수”라며 “맷집과 체력도 타고 났다”고 한다. 보통 사람의 심박수는 1분에 60여회 남짓이지만 고영우는 46회 정도라고. “격렬하게 경기를 하고 세컨에 돌아온 영우가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심폐기능을 타고났다는 의미다. 또 그는 “사실 영우는 인파이터가 아니라 아웃복서”라고 한다. 타고난 스피드를 바탕으로 원투스트레이트를 치고 빠지며 점수를 잃지 않으면서 따는 타입이란 얘기다. 하지만 소년체전을 앞두고는 전술을 변경했다. 어차피 통영의 복싱세가 약하니 심판의 도움을 받기는 틀렸고, 내일을 보장 할 수 없는 대회에서 적극적인 공격으로 점수를 획득하자는 것이다. 김창식 전무는 내심 크게 기대하면서도 겉으로는 “8강 정도면 만족”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시도 관계자 어느 누구도 고영우를 주목하지 않았었다. 그야말로 언더독(Under-dog)이었던 셈이다.

 

“나의 영웅, 파퀴아오 같은 선수 될래요”

김창식 전무가 내심 장담했던 것은 경남대표팀 선수들 간의 스파링에서 상위체급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스피드와 기술에서 얻은 확신이었다. 하지만 2번의 위기는 있었다. 스파링을 하다가 클린치 상황에서 심하게 눌려지며 목을 삐끗한 것. 도핑테스트 걱정 때문에 근육이완제 약을 먹일 수도 없었다. 또 하나는 초파일에 2박3일 가족여행을 갔다 오는 바람에 훈련페이스를 놓치며 2,400g이나 중량이 초과해 버린 것이다. 식겁한 김 전무와 고영우는 긴급체중조절에 들어가 소년체전 대회 하루 전에 겨우 한계체중을 맞출 수 있었다.

김 전무의 정성은 이뿐 아니었다. 최경량급이다 보니 상위체급 선수와의 스파링으로 인해 부상발생 우려가 있다는 점, 고영우 선수를 가르치는 김 전무만의 지도방식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고영우를 창원 대표팀 훈련장까지 매일 직접 출퇴근시키며 훈련에 매진했다.

그렇게 착실히 준비한 대회였으니 금메달은 당연한 결과였을까? 대진표상 결승전에 오르기 위해서는 강자들과 연이어 만나야 했다. 4월 대회 결승전에서 패배를 안겼던 아진 선수는 장신에 왼손잡이 강자였다. 하지만 고영우는 4월의 그가 아니었다. 충분히 성장했고, 기량발전은 눈부셨으며, 전술변경은 적중했다. 아진 선수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완벽한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두었다. 결승전 상대는 3월 패배를 안겼던 신재용 선수였다. 그러나 그 역시 고영우의 위력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클린치와 홀딩만도 수 십 차례, 국회의원이기도 한 장윤석 대한복싱협회장 지역구인 경북대표 출신이었지만 의문의 여지가 없는 일방적 승리였다. 그렇게 고영우는 5월 제주 하늘 아래에서 복수혈전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복싱관계자들이 난리가 났다. “저 선수가 지난 3월에 봤던 그 선수가 맞느냐”지를 않나 “도대체 어떻게 훈련했길 래 저렇게 확 달라질 수가 있느냐”지를 않나. 침이 마르도록 칭찬에 칭찬을 거듭했다.

고영우는 오는 7월 전국복싱대회 출전할 계획이다. 이 대회에는 한 체급을 올려 -42Kg급에 출전한다. 김창식 전무는 “내년 소년체전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기의 고영우가 언제나 그 체급에 머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착착 계획은 진행될 것이다.

아버지는 필리핀에서 일을 하고 있고, 어머니는 사천에서 일을 하는 바람에 조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고영우는 이제 꿈을 가지고 있다. “경남체고를 가서 기량을 더 쌓고, 한국체대에 가고 싶다”는 그는 “나중엔 프로복서로 전향해서 파퀴아오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며 “돈도 많이 벌면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사고 싶다”는 사춘기소년다운 꿈도 밝힌다.

김창식 전무는 “프로가 되고 싶다면 올림픽 메달을 따야한다”며 아마추어로서 최고의 목표를 설정해 준다. 이제 겨우 14살짜리 중학생 복서의 꿈은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이다. 그의 꿈이 커가는 모습을 모든 통영시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다.

▲ 고영우 선수의 재능을 한 눈에 알아보고 육성시켜 소년체전 금메달의 성과를 이루게 한 통영복싱협회 김창식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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