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우리의 선조들은 선비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었다. 선비의 명예에 어긋나는 행동과 말은 절대 행하거나 말하지 않았으며, 만약 그랬다면 그에 응당한 책임을 지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신하들은 귀양을 가거나 심지어는 사약을 받들며 극단적인 책임을 졌다.

현대로 접어들며 목숨까지 바치면서 책임지도록 강제되는 일은 없어졌다. 다만 복잡한 인간관계가 얽히고설킨 현대사회는, 언행에 책임을 지는 일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공동체를 건전하게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니, 상상해 보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있다면 하고 말이다.

아직 섣부르게 결론지을 수는 없지만 통영상의가 아무래도 GV존 매입을 포기한 모양이다. 지난 4월 출범한 새 집행부가 “회관매입 건은 믿고 맡겨 달라”고 했던 것이 불과 한 달 여전인 5월 임시총회였다. 당시에도 부정적인 의견이 다소 있었지만, 매입에 대해 자신만만했던 집행부였다. 하지만 지금 사실상 매입불가 상황이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현 회관 철거(撤去)냐 사수(死守)냐를 놓고 북신재개발조합과 갈등양상을 보일 당시에도 집행부는 비상대책위를 만들면서 책임공방의 직구를 피해갔다. 그러던 당시 집행부가 GV존 매입문제에 있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이어서 취재기자는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였다. 비상대책위도 마찬가지였다. 회관사수를 결의해 놓고 다음 회의에서는 철거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결의를 뒤집은 것에 대해 어느 누구 하나 책임 있게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

선택의 실패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요는 의사결정의 순간마다 제공되는 정보가 충분치 않았고, 토론도 제한적이었으며 반면 반대의견은 묵살됐다는 점이다.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론내리고, 추진했다는 것이며, 의사결정과정 역시 상공회의소가 법정단체라는 사실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무책임한 언어만이 난무해, 그 조직과 단체는 발전하기 힘들고, 구성원 전체의 동참을 가져 올 수 없게 된다. 지역의 맏형같이 든든한 통영상의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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