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여성 긴급차량 지원계획, 회원과 함께 동참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가슴 저미도록 남아있는 이경숙 등대로타리클럽 취임회장(47)은 “세상의 선물이 되자”는 케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회원 모두와 함께 봉사의 길을 나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오는 23일 특이하게도 통영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취임식을 가지는 이경숙 회장을 만나 그의 인생, 그의 봉사, 그의 회장으로서의 포부 등에 대해서 들어 본다.

 

어려웠던 때 잊지 않는 봉사의 길

상권이 사라졌다던 북신동, 북신시장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대형의류매장을 운영했던 이경숙 회장은 당시 지인의 소개로 등대로타리클럽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국제봉사단체 로타리클럽의 회원이 된 것이 이경숙 회장은 결코 낯선 일이 아니었다. 남성월주의적인 집안 분위기 때문에 억눌려 지냈고, 그래서 원하던 대학공부마저 할 수 없었던 이경숙 회장이었다. 그는 자그마한 속옷가게를 함으로써 뛰어든 사회에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고, 여러 명의 학생들에게 익명으로 장학금을 4년 넘게 꾸준히 지원했던 터였기 때문이다.

로타리안의 길은 어쩌면 운명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회장은 2008년 신입회원임에도 신입교육이 아닌 이사교육에 참가하게 됐고, 이를 통해 로타리클럽에 대해 남들보다 더 일찍,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참다운 봉사의 길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어찌 이경숙 회장이 유정인 멤버가 됐겠는가. 유정인 멤버란 향후 해당 로타리안이 사망할 때 그의 이름으로 2만 달러 이상을 봉사기금으로 기부하기로 약속한 클럽회원을 일컫는다. 아직까지 이경숙 회장은 통영에서 유일한 유정인 멤버다.

이경숙 회장은 “현재 회원이 38명인데 50명을 목표로 회원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다. 보람 있는 봉사활동에 참여할 젊은 여성들의 참여를 이경숙 회장은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프리랜서심리상담사 재능기부

이경숙 회장은 로타리안이 된 후 가장 보람 있는 일로 매년 한산대첩축제 기간 동안에 시행했던 어르신 영정사진 무료제작 봉사활동을 꼽았다. 매년 500만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꾸준히 이어오던 행사였지만, 지금은 무료음료 봉사로 전환했다. 영정사진 제작을 의뢰하는 어르신이 매년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 아무래도 영정사진이 필요한 연령대 어르신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고서는 영정사진 정도는 준비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회장이 기억하는 보람찼던 일 두 번째는 일일주점 수익금을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복구입비 지원에 기부했던 일이다. 500만 원이라는 적잖은 금액을 통영교육지원청을 통해 기탁했는데, 단체구입을 하다 보니 예상보다 많은 35명의 학생들에게 지원해 줄 수 있었던 일은 두 배의 기쁨으로 남아있다.

식지 않은 학구열의 소유자 이경숙 회장은 서울싸이버대학을 지난 2월 졸업하고 현재 경상대 행정대학원에서 산업심리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싸이버대학에서 상담심리학과 가족상담을 복수전공했던 이경숙 회장은 프리랜서 심리상담사기도 하다. 가정폭력상담소에서 피해여성들에게 심리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학생들의 진로상담은 물론 미술심리치료와 푸드표현예술치료까지 아낌없이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취임식을 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봉사의 길에 회원 모두와 나서고파

이경숙 회장은 “경남에서 가정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 통영”이라며 “긴급피난처로 피신하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 등대로타리클럽을 위시해 모든 로타리안들이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해여성들이 도움의 전화를 하면 근무자들이 개인차량으로 구조 출동하는데, 이를 안타깝게 생각해 소형 업무지원차량 1대를 기증키로 한 것. 구입가 1,200만 원의 절반을 등대로타리가 책임지고, 나머지 클럽들이 십시일반 부조해 로타리안의 이름으로 기증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오는 9월쯤 기증하게 될 것 같다”고 한다.

그가 돕고 싶은 이들은 또 있다. 결손가정이나 고아들의 경우는 이미 사회안전망에서 도움의 손길을 주지만, 부모는 있으나 케어를 해주지 않는 일명 그룹홈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 회장은 그룹홈 강사들을 지원하는 것이 곧 아이들을 돕는 것이라는 점을 회원들에게 알려 협조를 구할 생각이다.

이 회장에게는 잊지 못할 멘토가 2명 있다. 두룡초등학교 시절 악대부 지도교사이자 담임이셨던 재병문 선생과 모친보다 연장자로 양산에 거주하는 김현주 보살이 그들이다. 김현주 보살과는 지금도 매일 한 번씩은 꼭 전화를 통할 정도로 정신적 지주가 됐다.

이경숙 회장은 재병문 선생이 “넌 키가 크니 악대부하면 되겠다”고 권유해 악대부에 들기는 했다. 당시 악대부는 부잣집 아이들만 다닐 수 있던 곳이었다. 비싼 악기와 멋들어진 제복과 회비 등을 부담해야 했지만, 이경숙 회장의 집은 그걸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런 소녀의 고민이 적힌 일기장을 본 재 선생은 “걱정 말고 악대부에 계속 다녀라”고 메모를 적어놨다.

그랬던 재병문 선생은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버렸고 이후 15년여가 흘러 이경숙 회장 서른 즈음에야 우연찮게 다시 인연을 맺게 됐다. 나이가 든 제자가 당시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스승은 그 제자의 막내아들 초등학교 입학식날 상당히 비싼 메이커옷을 선물로 사주었고, 이경숙 회장은 매년 어김없이 매실 수확철엔 한 상자씩 선물 보내 드린다고.

이경숙 회장은 “꿈꾸는 사람한테는 꿈이 이루어지고, 꿈꾸지 않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다. 수년전 사주에 맞춰 스님이 지었다는 그의 호 만월(滿月). 가득 채우고 넘쳐서 남에게 이롭게 하라는 의미가 예전엔 부담스러웠지만, 이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됐다. 봉사의 길은 그의 운명인 것이다. 그리고 이경숙 회장은 회장만이 아닌, 회원 전부가 역할을 하고, 동참해서 함께 가는 봉사의 길에 나서자고 당부하고 있다. 우리 모두 세상의 선물이 되자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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