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방송 ‘생활의 달인’ 문전성시(門前成市), ‘경력 30년 달인’


어차피 희노애락(喜怒哀樂)으로 버무려지는 인생사, 여기에서만큼은 기쁨(喜)과 즐거움(樂)만을 찾아보자는 의미를 가진 곳이 바로 『희락횟집』이다. 약 20년 전 도천동에서 장인(匠人)의 손맛 느끼는 음식 못지않게, 상호로도 빅히트를 쳤던 ‘요리사의 집’ 역시 『희락횟집』 이수정 사장(48)이 직접 작명했었다. 이 사장 의외로 상호작명에도 재능 있다.

“인생사 높낮이 다 겪다보니 어느새 경력 30년의 달인이 돼있더라”는 이수정 사장의 2015년도 히트작품은 바로 ‘물회’다. 예전부터 “내 고향 통영은 싱싱한 어족자원이 전국에서 가장 풍성한 곳인데, 어찌 제대로 된 물회가 없는 것일까”라고 고민하던 이수정 사장은 그간 꾸준하게 자신만의 레시피를 구상하고, 연구하고, 개발해 왔다. 그의 오랜 노하우가 집적된 작품 ‘이수정표 물회’가 서서히 이름을 얻어가더니, 어느 새 방송을 타고서 이젠 전국구 빅히트 상품이 됐다.

 

평일에도 줄서기, 주말이면 들끓는다

주말 도천동 횟집거리를 걷다보면 진기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불경기로 인해 한산하기만 하던 횟집거리에 유독 한 군데만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여기가 바로 희락횟집이다. 지난 1일 국내 S방송의 ‘달인’으로 선정되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 “어떤 손님들은 저하고 인증사진 찍으려고도 한다”는 이수정 사장은 “마치 공인이 된 기분”이라고 웃는다.

하지만 그의 물회가 알려진 것은 결코 우연도 아니고, 하룻밤 새 일어난 일도 아니다. 이 사장만의 노하우와 레시피로 묵묵히 이름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단골손님 중 한분은 주말이면 거의 낚시를 오는 서울손님인데 겨울에도 꼭 가게를 찾아와서 물회를 먹고 싶어 했다”며 이수정 사장은 연중 물회를 팔게 된 계기를 밝힌다.

또 한 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맛집 기행문 작가가 가게를 찾아온 적이 있다. 신분(?)을 밝히지도 않은 이 손님에게 “재료가 전부 떨어졌고, 시간이 너무 늦어서 대접할 수 없다”고 퇴짜를 놨더니, 오기가 발동했던지 다음날 또 찾아오더니 기어코 물회를 먹고 말았다고. 이 전문가 말없이 물회를 다 먹고 나서 마침내 “훌륭한 맛”이라며 인정하게 됐고, 이것이 계기가 돼 방송국 작가가 연락이 오게 된 것이다.

이수정 사장은 “희락횟집 물회는 처음엔 좀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먹을수록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 난다”며 “회도 듬뿍 넣어주기 때문에 1만5,000원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해진다”고 말한다. 희락횟집에는 물회에 면은 제공하지 않는다. 면을 넣으면 텁텁해져서 물회를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제초장·소스 배합비율이 맛 비밀

희락횟집 물회를 맛본 손님들은 대부분 “비린 맛이 없고, 먹을수록 당기는 맛이 난다”고 평가한다. 뭔가 다른 것을 느낀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이수정 사장만의 특제소스에서 찾을 수 있다. 2~3가지의 과일과 1~2가지의 채소를 갈아 만든 육수와 특제초장이 희락횟집표 맛의 비결이다.

여기서부터는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비밀의 공간이다. 모든 제조단계가 비밀에 덮여있다. 특제소스에 야채를 넣지만 겨울에는 넣지 않는다. 그 이유를 알려줄 수는 없다고. 다만 달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특제초장 제조공정은 일부 알려져 있다. 우선 막걸리를 큰 통에 붓고 밀폐시킨 다음 충분히 숙성시켜 물과 누룩을 분리한다. 다음으로 침전물인 누룩만이 남도록 서서히 끓인 후 햇볕에 2~3일 바짝 말려 누룩덩어리를 만든다. 이 누룩 덩어리를 빻아 초장을 만들 때 넣어 주면 초장이 유난히 깊은 맛을 낸다고. 또 소주를 끓여 알코올을 증발시키고 남은 물에 사골을 넣어 육수를 끓여낸 다음 여기에 각종 건해물을 넣어 만든 해물육수를 섞는다. 막걸리 가루를 넣은 초장과 고춧가루, 해물육수, 사골육수를 모두 섞은 후 얼려주면 육수가 완성된다. 하지만 특제소스의 핵심은 바로 배합비율에 있다. “그것만큼은 절대로 알려 줄 수 없다”는 이 사장은 “지금의 소스 말고도 몇 가지 더 있다”며 웃는다.

이십대 초반 고향 통영을 떠나 창원과 부산의 일급 요리점에서 경력을 쌓은이수정 사장은 “사람들이 물회 하면 동해안이나 포항, 심지어 강원도를 연상하는 것이 속상하더라”고. 싱싱한 해산물하면 통영이 대표적인데 왜 통영에는 물회가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항상 남았었다. 그래서 “물회하면 통영을 떠올리도록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특제소스를 완성시켜 온 것이다.

처음엔 어떤 손님은 “어라? 통영에도 물회가 다 있네?”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물회 역시 통영이 제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원년이 되기를 그는 원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희락횟집은 주말이면, 주중에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래서 전화예약은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관광버스에서 단체손님을 모시고 가겠다고 전화연락이 오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고. 1시간을 넘게 기다렸다가 물회 잠시 맛보고 훌쩍 일어서야 하는 손님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출신장이야 말 할 것이 있으랴.

“제가 그동안 인생의 굴곡을 험하게 걸어왔다”는 이수정 사장은 “지금은 지난날의 보상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고 활짝 웃는다.

희락횟집의 메뉴는 간단하다. 생선물회와 해물물회 뿐이다. 해물물회는 2만원, 생선물회는 1만5,000원이다. 생선물회에는 광어, 돔, 농어회를 듬뿍 집어넣으며, 해물물회에는 전복, 해삼, 고동, 멍게 등을 또 듬뿍 집어넣는다. 요즘은 자연산 횟감 값이 떨어져 회를 듬뿍 썰어 넣어도 부담이 적은 것이 다행이다. 손님들이 말하기를 “젓가락에 잡히는 게 생선회”라는 희락횟집표 물회 한 번 드셔 보실래요? ▲주소 : 통영시 도천상가안길 60 ▲전화 : 055-642-2224(전화예약은 불가)

▲ 이수정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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