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인간의 삶을 선택하고 연기 통해 공유하는 삶

▲ 윤이상기념공원 전시실에서 지난 13일 만난 연극배우 박승규. 1983년 연극에 입문했고 1,000여 회 연극에 출연했다. <사진 홍경찬 기자>

통영! 나비의 꿈 윤이상 역 열연한 32년 차 연극 배우

조국의 흙을 사랑하고 고향의 그리움 끌어낸 윤이상 역
윤이상 곡, 연극 주도하는 나비의 꿈마냥 편안한 현대음악 백미
부산예술대학 연극과 겸임교수. 동서대학교 외래강사 인재양성

“연기자는 예술을 경제성이 아닌 사람을 이해하고 연대해야 하며 배우는 인간의 삶을 선택하고 연기를 통해 공유하는 삶이다.” 지난 12일 울산에서 개최된 제33회 전국연극제 경남대표로 경연에 참가한 ‘통영! 나비의 꿈 연극이 끝난 후 박승규 배우가 인터뷰를 했다. 이번 경연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박 씨는 작곡가 윤이상 역을 맡아 예술가의 치열한 고뇌를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32년 차 연극배우이자 1,000여 편의 연극에서 열연했다. 장창석 극단 벅수골 대표는 이번 연극 연출가로 공로상, 최우수 연기상은 이상철 배우가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통영! 나비의 꿈은 지난 4월 경남연극제 대상을 수상해 제33회 전국연극제 경남 대표로 경연에 참가했다. 우연하게도 11회, 22회, 33회 전국연극제에 극단 벅수골(대표 장창석)이 참가하게 됐다. 박승규(52)씨는 윤이상 작곡가가 겪은 고통, 반항, 굴복 그리고 이를 이겨내고 싸우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다. 이를 객석에 전달하고자 했고 예술가가 정권에 의해 그의 예술이 파괴되고 죽음까지 내몰리면서 자살까지 감행하기에 이른다.

조국의 흙을 사랑하고 고향의 그리움을 100분간 열연한다. 윤이상 곡이 극 전반에 흐른다. 난해하고 때론 침울하고 암울할 수도 있지만 나비의 꿈처럼 편안하다. 그럼에도 한 예술가의 고난을 점층법으로 쌓이게 하는 것이 아닌 외적인 요소들을 하나씩 드러낸다. 시인 백석과 윤이상의 신을 하나씩 만들고자 했고 어떻게 힘을 이끌지 고민했다.

박 씨는 윤이상 작곡가의 시사점은, 예술은 진행되고 살아 움직이면서 정체성을 찾아나가야 된다는 것. 윤이상 작곡가는 아방가르드적 전위적인 요소가 있기에 정권과 자본의 논리를 쫓아가는 게 아니라. 예술의 힘을 찾는 것이 이번 연기의 진실임을 전했다.

불의와 부정에 외면하지 않았고 진실을 제공하는 동시에 힘들을 모아 올곧은 방향으로 가야하는 책무가 우리 예술인들에게도 있다. 동베를린 사건은 허위로 드러나 정권 유지 수단이었고 그럼에도 예술은 지속적으로 우리 삶속에 녹아 있으며 연기자들을 포함해 예술가들의 재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함께 연대하고 동행해야 한다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

통영! 나비의 꿈 연극은 윤이상 타계 20주년 대형 창작 초연극이다. 백석의 사슴 시집으로 연극에서 통했고 서정시 닮은 흐름도 있다.

그는 배우 32년 차. 남들이 가지 않는 자발적 가난이라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983년 회사를 6개월 다니다 군 제대후 복귀를 하지 않고 무대로 향했다. 특별한 사명감도 아니었다. 말리는 부모는 그런 그를 박씨 성이 아니라 장씨(장 현 극단 벅수골 초대 대표) 성으로 바꾸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집안의 종손이라 반대가 심했다.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극단 생활을 한다. 지난 1985년 5월 20일 토끼와 포수 첫 연극을 발표하는 날을 잊지 못한다. 서울 회사로 면접보러 가는 날과 겹쳤고 보다 못한 어머님이 공연장까지 찾아왔다. 서울에 면접안가고 이러고 있냐며 분장실 앞에서 당신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도 어머니를 보내고 무대에서 눈물을 훔쳤다. 이렇게 연극과의 긴 싸움이 시작됐다. 32년을 지내오면서 연극 후배를 만나 결혼도 했다. 둘은 ‘철부지’ 뮤지컬극 남녀주인공으로 열연 했다. 연애도 할 줄 몰랐지만 연극자체가 연애인 셈이다. 군 입대를 앞둔 큰 아들과 초등학생인 둘째가 있다. 2005년부터 부산예술대학 연극과 겸임교수. 동서대학교 외래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부산과 창원 그리고 통영을 오가며 전국 무대를 찾고 있다. 통영연극예술축제의 모든 스토리를 꿰차고 사회와 무대 위 연극, 내빈 소개 등 그만의 노하우는 1인 다역의 배우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연극의 길을 가려는 후배들에게는 스스로 길을 찾기를 주문했다. 배우의 기술들이야 본인들이 익혀야 하고 결국 사람이다. 배우는 사람을 선택하고 연기를 통해 공유하는 삶이자 배우들 스스로가 사람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주문했다. 재주를 파는 것으로는 생명은 짧다. 스스로가 가진 것에 충실하고 갈고 닦기를 당부했다. 오는 7월 10일 통영연극예술축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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