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통영관광 도전 “구석구석 스쿠터로 달린다”

동피랑스쿠터 정영태 사장. “재미있게 사는 것”이 그의 무지개빛깔 꿈이다.

이순신공원가는 2시간 코스부터 배타고 욕지도 가는 24시간 코스까지
조크 섞어가며 코스안내 정영태 대표, “내 꿈은 그냥 재미있게 사는 것”

 

“이렇게 더운 날 스쿠터 타고 다니시다가 걸어가시는 분들 있죠? 만나면 손 흔들어 주며 휘파람 휘휘~부세요. 그럼 약 오르겠지요?” “하하하...” 흔히 생각하는 업주와 고객의 대화가 아닌 것 같다. 업주는 앉아있고 고객은 서서 듣는다. 농담 섞어가며 통영 이곳저곳 설명하는데 주인이나 손님이나 얼굴에 미소 가득하다. 강구안 국민은행 골목 안쪽 『동피랑스쿠터』. 이곳은 디즈니애니메이션 등장인물 같은 친근한 생김새에 웃음기 듬뿍한 정영태 사장(37)이 자신의 방식으로 통영을 전국에 알리는 그의 사업장이다.

 

‘스쿠터 여행’ 젊은 층 중심 전국 확산세

“요즘은 스쿠터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정영태 사장은 “특정지역에만 머물지 않고 국도 따라 전국을 돌며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한다”며 “커플끼리 그렇게 여행하는 경우도 많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즉석에서 동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제법 스쿠터여행 마니아층이 형성됐을 정도라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이 직종이었다.

그도 그렇지만 통영 출신 정영태 사장의 창업배경엔 행락객들이 들이닥칠 때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이 겪는 차량정체의 불편함, 주차공간부족의 스트레스로 인해 “내 두 번 다시 통영에 오나봐라”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벌써 5년이나 지난 일이다. 그때 단지 시민의 입장에서 “차 막히고 주차하기 불편해 죽겠는데, 이때 스쿠터 타고 다니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내 지난해 5월 동피랑스쿠터를 창업했다.

충렬초, 통영동중(동원중), 충무고를 거쳐 지방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정영태 사장은 7가지 무지개빛깔 명함을 가지고 있다. 우선 그는 화재보험대리점을 하고 있고, 음식물분쇄처리기 통영지역 판매총판을 맡고 있으며, 프리랜스 건설업관련 관공서류대리 작성업도 한다. 여기에 안마의료기판매업을 동업하고 있고, 판촉물 및 답례품 영업을 하며, 로스팅원두(볶은 원두커피) 판매업까지 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은 “한 가지 사업만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말마따나 “옥토퍼스식 사업”을 펼치면 한 업종 당 월100만 원의 수입만 올라와도 전체적으로는 월7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더구나 한 가지 업종이 부진할 때 다른 업종에서 만회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란다.

그의 이력을 보면 그는 다양한 명함을 가질 운명을 타고 났는지도 모른다. 대학 졸업 후 그가 옮겨 다닌 건설회사만도 14군데에 이른다. 이렇게 이직을 자주 한 이유를 그는 “토목도 항만, 도로, 댐, 터널, 상하수도 등 다양하게 있기 때문 이었다”고 설명한다. 당시엔 향후 건설업 창업이 목표였고, 한 분야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싶었다고. 30살의 젊은 나이에 현장소장을 할 정도로 제법 잘 나갔던 그는 34살에 직접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곧 한계를 느꼈다고. “규모 있는 자산도 필요했지만, 근묵자흑이라고 업계에 오래 머물다간 나 자신이 너무 타락할 것 같아서” 결국 귀향을 선택했다.

 

통영을 가장 알차게 구경하는 법 “여기에!”

그의 동피랑스쿠터 창업은 성공적이었다. 사업적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그의 예상이 성공적으로 적중한 것이다. 교통체증과 주차난에 넌더리가 난 관광객들이 스쿠터여행을 택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영태 사장은 “어떤 경기도 고객은 작년에만 5번이나 통영을 찾아왔고, 모두 스쿠터로 여행했다”고 한다. 아무리 차량이 막히고, 주차공간이 부족하며, 날씨가 더워도 스쿠터로 시원스레 달리니 오히려 스트레스 확 풀리고, 통영에 대해 좋은 인상만 가지고 돌아가니까 재방문 비율이 높아지는 것 아닐까.

인터뷰 도중에도 광주에서 왔다는 커플, 서울에서 왔다는 커플들이 스쿠터 여행 안내하기 바빴다. 50cc 스쿠터니 원동기면허가 따로 필요 없는 점도 한몫했다. 즐거운 표정으로 귀환하는 고객들을 보며 정영태 사장은 “난 이젠 익숙한데, 스쿠터 타고 돌아보시는 분들 얼굴 표정이 전부 다 똑 같다”고 말한다. 승용차로는 볼 수 없었던 통영의 다른 얼굴을 본 것이 반가워서, 걸어 다녀서는 볼 수 없었던 통영의 숨겨진 보석을 본 것이 또 즐거워서 짓는 표정이라고. 서울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평소엔 700cc 대형오토바이를 타지만 50cc 스쿠터를 타고 돌아다닌 통영여행이 너무 즐거웠다”고 감탄연발이다.

하지만 어찌 스쿠터 여행만으로 이런 가치를 얻을까. 통기타 공연도 제법 했던 경험 덕분에 남들 앞에 서는 것이나, 말하는 것에 자신 있다는 정영태 사장의 구수한 입담도 1년 만에 1,000명이 넘는 고객이 다녀가게 만든 원동력의 하나다. 2시간코스, 4시간코스, 24시간코스 등을 설명하는데 조크를 섞어가며 고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고객들이 “통영 어디를 둘러볼까?”하는 고민에서 해방시켜 준 것도 크게 작용했다. 2시간 코스는 강구안을 중심으로 하는 코스다. 먼저 이순신공원을 찾아가 바닷가로 내려가서 물장난을 친 다음 산책과 경치관람하기 좋은 산길코스를 달린다. 통영의 숨은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이자, 관광객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의 하나로 꼽는 곳이다. 다음으로는 동피랑을 오른다. 고객이 “아까 벌써 갔다 왔는데요”하면 “그래도 다시 한 번 가라”고 강요(?)한다. 왜? 힘들게 걸어 올라가는 관광객들 놀려주기 (^^) 위해서다. 동피랑 반대편으로 내려와서는 이젠 서피랑까지 갔다오는 것으로 이 코스는 마무리된다.

4시간 코스는 여기에 도남동 수륙해안산책로와 산양일주로가 포함된다. “달아전망대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일출명소이며, ES리조트는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래도 4시간 코스는 시간이 빠듯해 느긋하게 식사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위해 24시간 코스가 준비됐다. 오전10시에 대여하면 다음날 10시까지 반납하면 되는데, 커피브레이크와 식사코스를 넣었다. 커피는 분위기 있는 국제음악당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한잔 마시고, 식사는 동피랑스쿠터 협력업체인 인근 T식당을 권장한다고.

 

스쿠터-요트-케이블카 패키지 만들고파

섬지역코스도 있다. 사량도는 선착장까지의 거리문제 때문에, 한산도는 볼거리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욕지도코스만 정해 놨다. 오전 9시 배로 출발하는데 복장은 그대로 수영해도 될 만큼 간단하게 갖춰야 한다. 스쿠터를 타고 다니면서 건조하면 되니까. 물건도 수건, 지갑, 핸드폰, 셀카봉만 가져가라고 권한다. 욕지의 3군데 해수욕장에서 바다를 즐기고, 해물짬뽕과 고등어회로 식사한 다음 오후 4시30분 배로 삼덕항까지 돌아온다. 삼덕항에 도착하면 오후5시30분이니까 잠시 뒤 달아공원이나 ES리조트에서 일몰까지 구경할 수 있다. 통영시내로 돌아와서 숙박업소에 체크인 뒤 동피랑야경까지 구경하면 마무리 되는 것이 24시간 코스다. 정영태 사장만의 코스지만 고객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동피랑스쿠터는 현재 10대의 스쿠터와 전기자전거 2대 포함, 5대의 자전거로 운용하고 있다. 일반 자전거는 기본 3시간에 1만원, 전기자전거는 1만5,000원이다. 스쿠터는 2시간코스 2만원, 4시간코스 3만원, 24시간코스 5만원이며, 1인 추가 시 5,000원을 더 낸다. 별도로 유류대를 낼 필요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다. 여기에 기념사진 인화서비스도 있고, 기분 나면 공짜아이스크림이나 공짜커피까지 제공되니 꿩 먹고 알 먹는 격이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정영태 사장은 내년엔 스쿠터를 요트와 통영케이블카까지 연계시킨 패키지상품을 만들고 싶다. “제가 개업 한 후 스쿠터사업체가 3군데 더 생겼다”는 정영태 사장은 “그분들도 잘 됐으면 좋겠는데 다만 돈이 목적이 아니라, 색다른 관광문화를 통영에 만들고 싶은 내 마음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열심히 즐기면서 재미있게 사는 것이 인생의 좌우명”이라는 그는 “장사 잘 안되면 스쿠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거지 뭐”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다. 이런 매력남이 아직 미혼인 것은 미스터리지만 “금전의 많고 적음이 내 인생을 좌우하도록 하긴 싫다”는 그의 인생, 그의 꿈이 동피랑스쿠터와 함께 꽃피우길 바랄 뿐이다.

밝은 표정의 스쿠터여행 커플. 돌아올 땐 얼굴표정이 더욱 밝아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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