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서호시장에 몸이 메인 사시사철 머슴”
찜통 더위 하루 6톤, 얼음 실어 나르는 부부
신두섭·김순덕 얼음판매상, 얼음 판매만 3대째

“얼음이요, 얼음”

신두섭(70)·김순덕(68) 부부의 리어카가 날렵하게 시장 안을 파고든다. 오가는 행인들의 발걸음보다 빠르고 막힌 대로변을 쉽게 피해 주문한 온 곳으로 빠르게 향한다. 신씨의 부친 신양조에 이어 그는 3대째 얼음을 판매하고 있다. 그는 상인들에게 고마운 얼음천사이다. 신토불이 아귀판매 할매는 신씨의 전화번호를 번호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충렬장어, 장어나라 어패류와 활어판매를 돌아 서호시장 버스터미널까지 그의 얼음을 받지 않는 곳은 없을 정도이다.

상인들의 냉장고로 순식간에 얼음이 옮겨진다. 얼음을 옮기라는 신 씨의 재촉 목소리 톤이 높다. 이를 돕는 부인 김 씨의 손놀림도 예사롭지 않다. 그들에게는 얼음이 녹지 않게 배달하는 시간이 신뢰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흥건할 정도이다. 얼음을 나르고 주문 전화를 기다리는 동안은 서호시장 안이 그의 쉼터이다. 그가 앉는 곳이 편한 의자이고 상인들이 건네는 음료수를 마시는 장소가 휴게소인셈이다.

서호시장 상인들은 “여기 얼음 7개 넣어주세요”라고 하자 한 바가지 무게 15kg 얼음이 옮겨진다. 이렇게 부부는 400여 번을 도천동 대화냉장 얼음창고로부터 서호시장까지 200m 정도를 실어 나른다. 하루 6톤 분량이다. 중노동이다. 한 번 리어카를 끌면 순이익 5,000원 남는다. 한 바가지 1,000원씩을 건네받는다.

찜통 더위, 얼음은 더위도 식히지만 장어와 조개, 새우 등 어패류 신선도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얼음이다. 서호시장 90% 고객이 상인들이다. 전국 팔도 경향 각지로 보내는 어패류 택배 상자안도 얼음이 들어찬다.

그는 “저는 서호시장 얼음 머슴이죠. 몸이 메어 있지만 이 나이에 어딜 가서 하루 10만원을 벌 수 있겠어요?”라며 웃는다.

더위도 더위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더 없이 천천히 흐른다. 쉬는 시간 부부에게 커피 타주는 고마운 이도 있고 요쿠르트 건네는 상인, 저녁 반찬 하라며 생선과 야채를 듬뿍 안겨주는 인심도 빼놓지 않고 전한다. 신 씨는 태어난 지 7개월만에 아버지를 잃고 홀로 된다. 자녀는 아들 하나 딸이 셋이다.

생선과 어패류, 상인들에게 여름 성수기 최대 수익을 내는 효자상품이다.

새벽 4시 30분 출근한다. 3시면 어김없이 퇴근한다. 추석날 하루 쉬고 설 연휴 3~4일 쉬는 것 빼고는 서호시장에 몸이 메여 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이렇게 30년을 살고 있다. 야유회나 집안 일이 생기면 쉬는 날은 3~4일전 미리 공지해야 한다. 신 씨는 외항선을 타기도 했고 생선도 팔았다. 고향은 산양읍 신봉이다.

그는 “내일이라도 얼음 팔기 싫죠. 그래도 이 힘든 일을 누가 하겠어요. 다른 분들이 와서 얼음 판매를 한다고 해도 서로 나누며 남는 게 없고 일이 막노동 수준이니 선뜻 하고자 하는 이들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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