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창 (주)오션연구소 소장, 행정학 박사

1. 농산물 인증 마크 제도

안전한 식품을 사먹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마냥 식품 판매업자만을 믿기도 어렵고, 식품을 속이는 사고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식품의 품질을 정부가 인증하고 표시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정부도 여러 법률을 통해서 이와 같은 식품 표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식품 표시 마크가 여러 가지라서 소비자 입장에서 혼동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정리를 해봤다. (1) 먼저 유기농산물이란 <친환경 농어업 육성 및 유기 식품 등의 관리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에서 정의 내리고 있다. 정의가 복잡하긴 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유기농산물은 농약도 쓰지 않고, 화학비료도 쓰지 않고 생산한 식품을 말한다.

(2) 둘째, 무농약 농산물이란 위 법 제34조에 따른 것으로, 화학비료는 쓰지만 농약은 안 써서 길러낸 농산물을 뜻한다. (3) 해썹(HACCP) 식품이란 식품위생법 제48조에 따라 안전관리 인증 기준을 통과한 식품을 뜻한다. 그런데, 이 안전관리 인증 기준은 아주 복잡하게 되어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간단히 말하면, 농약이나 비료를 투입해서 생산한 식품도 해썹(HACCP) 인증을 받을 수 있다. (4) 갭(GAP) 농산물이란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제6조에 따른 우수관리 인증을 받은 농산물이다. 이에 따른 우수관리 인증도 아주 복잡하게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간단히 말하면, 농약이나 비료를 투입해서 생산한 식품도, 마찬가지로 GAP 농산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화학비료는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또한 벌레를 죽이는 살충제와 잡초를 죽이는 제초제 등의 농약은 사람 몸에도 아주 나쁜 영향을 미쳐 암 등의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있다. 그러므로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식품은 유기농 식품, 그 다음이 무농약 식품이다. 안전관리 인증 식품(HACCP)이나 우수관리 인증 농산물(GAP)도 정부가 어떤 필요성이 있어서 시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증은 오히려 소비자들을 혼동케 하는 측면이 있다. 정부가 인증을 했으니, 아주 좋은 식품이라고 소비자들이 착각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아쉽게도 현재까지, 우리 소비자가 지혜롭게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2. 가공식품으로 파고드는 유전자 조작 (GMO) 식품

가공식품의 원료 성분 표시 제도는 또 다른 문제이다. 과자나 음식 등의 가공 식품에는 여러 종류의 원재료들이 포함된다. 위에서 제시한 식품 표시는 주로 쌀이나 과일같은 가공하지 않은 농산물에 적용된다. 그에 반해 여러 개의 원재료들이 포함된 라면같은 가공식품에는 그 원재료 하나 하나를 표시해줘야만 정말로 안전한지 알 수 있다.

벌써 수십년 전에 우리는 어떤 라면을 끓일 때 공업용 쇠기름을 쓴다는 뉴스를 듣고 경악한 적이 있다. 이렇게 모르고 먹다가 경악할 것이 아니라 미리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알고 먹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피같은 돈을 내고 사먹는 소비자이니, 적어도 내 돈 먹고 사먹는 음식에 뭐가 들었는지는 미리 알 권리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도, 공업용 쇠기름 파동이 일어난지 벌써 삼십년도 지난 21세기 대명천지에, 오히려 식품 표시는 더 교묘해지고 있을 뿐이다.

위 사진은 우리가 흔히 먹는 어떤 라면의 식품 표시 부분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이해하기 힘든 화학 용어들이 많다. 미감에스유는 무엇이며, 면류첨가알칼리제는 무엇인가? 아미노산혼합제제, 호화미분 등 도대체 어려운 말들로 가득차 있다. 이런 말들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국민 중에 몇%나 있을까?

둘째, 정확한 원료명이 아닌 통합된 상표명이 표시된 경우가 많다. 부대찌개베이스? 이게 도대체 뭘로 만들었단 말인가? 베이컨향분말, 돈육풍미분말, 맛베이스에스, 지미맛분말, 김치조미분말, 볶음양년분말, 아미노산혼합제제, 지미강화베이스분말, 김치째개풍미분말, 향미증진제, 매운조미고추맛분 등은 모두 아무 의미 없는 식품표시다. 이것이 아무 의미 없는 이유는, 그 원료 성분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그저 “어떤 맛을 내기 위해 인공으로 만든 성분”이라는 뜻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히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유전자조작 농산물이다. 영어로는 흔히 지엠오(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식품이라고 부른다. 유전자 조작 식품은 우리 나라의 우장춘 박사가 만들었던 씨 없는 수박과는 완전히 다른 농산물이다. 왜냐하면 우장춘 박사의 씨 없는 수박은 교배라는 자연적인 현상을 응용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는 식물학적 과정인 반면, 유전자 조작은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해서 만드는 화학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을 이용하면 엉덩이에 뿔 달린 강아지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유전자 조작은 그만큼 위험한 일인데,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의 대부분은 제초제를 아무리 뿌려도 죽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콩이다. 그런 유전자 조작 콩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 중 하나가 우리 나라이다. 그런데, 우리 나락 수입한 그 엄청난 양의 미국산 유전자 조작 콩은 누가 먹고 있을까? 바로 우리 자신이다. 어떻게? 바로 저렇게 “~맛 분말”로 황당하게 표시된 가공식품의 원료로 들어가 있다. 그런데도 이런 가공식품의 원료의 원료는 표시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라면에 유전자 조작 콩이 들어가 있는지 없는지를 소비자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 식품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도 이미 많은 보고가 있다. 칠레의 어느 지역에선 태어나는 신생아의 30%가 횡경막이 없는 등의 기형아인데, 제초제를 엄청나게 많이 사용한 유전자 조작 콩을 부모들이 먹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유전자 조작 밀이 건강에 안 좋다는 이유로 경작이 금지되고 있지만, 경작 금지 이후에도 꾸준히 유전자 조작 밀을 심는 기업농이 적발되고 있으며, 그 중 상당분이 우리 나라에 수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 나라의 라면이나 과자 대부분이 미국산 밀로 만들기 때문이다.

3. 예외 없는 완전 식품 표시 제도를 향하여

아이쿱생협과 한살림 등 생협(생활협동조합)에서는 예외 없는 완전 식품 표시 제도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위에서 본 라면처럼 “~맛 분말”등으로 성분을 알 수 없게 표시하지 말고, 그 “~맛 분말”의 성분까지 모두 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공유한 상태에서 자유로운 구매 의사 결정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식품 표시 제도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특히 유전자 조작 식품(GMO)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 이것은 우리 소비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일 뿐만 아니라, 소중한 우리 토종 종자로 농사를 짓는 우리 대한민국의 농민들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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