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처한 시민이 있는 곳은 어디든 출동한다
“조선소 선박 내부 화재진압 지금도 섬찟”

14년차 구조대원 이창호 씨

물불 가리지 않는 위험 해결사 구조대원

“구조 출동, 구조 출동!”
앵~ 하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출동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요란하게 울린다.
구조대원들은 서둘러 복장을 갖추고 뛰어나간다.
교통사고 상황이다. 차량 두 대가 추돌했다 한다.

출동지까지 달려가는 동안 머릿속은 갖가지 경우의 수를 맞추느라 분주하다. 차량의 문이 안 열릴 경우, 사람이 갇혔을 경우, 도로 상황이 어려울 경우... 각각 경우의 수마다 적절한 장비도 같이 떠오른다.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구급대원의 머릿속엔 벌써 수십 가지 형태의 사고 상황과 그에 맞는 장비 사용이 전자동 시스템처럼 나열된다.

“엄청 긴장하지요. 현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출동할 때마다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바다에 들어가야 할지, 산 위에 올라가야 할지에 따라 장비도 달라지고 대처 요령도 다르니까요.”

14년째 구조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창호 씨(40세)의 말이다. 창호 씨는 지금 3년째 통영소방서의 구조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팡상시에는 늘 장비점검을 잘해야 한다.

통영소방서와 구조대

통영소방서는 죽림의 본부와 도남, 무전, 서호 지소가 있다. 그리고 죽림의 본부에는 인명 구조 및 민원을 담당하는 ‘구조대’와 해상화재에 대비해 소방 선박을 갖춘 ‘소방정대’가 있다. 구조대와 소방정대는 통영시 전역을 담당해 시민들을 돕는다.

창호 씨는 이중 구조대에 속해 있다. 구조대는 모두 10명이다. 소방대장 이하 3명씩으로 구성된 3개 조가 교대로 통영 전체의 구조를 담당한다.

구조대 한 조는 팀장 1명, 구조대원 1명, 기관원 1명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 소방서에서 군복무를 하는 의무소방 1명이 각 조에 배치되어 있다. 팀장은 구조 상황을 파악하며 구조대를 이끌고 기관원은 운전을 담당한다. 창호 씨는 구조대원이고 계급은 소방장이다.

구조대원들은 대부분 군대시절 특수부대를 거친 사람들이다. 입사할 때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같은 체력 측정을 하는데, 일반인보다 체력과 순발력이 뛰어나야 하는 건 기본이다. 그리고 다른 공무원과 같이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야 한다.

김상배 구조대장은 이창호 구조대원을 “동료간에 화합을 잘하고 성실한 대원”이라고 평한다.

구조대 요청 기준 ‘위급한가?’

최무성 팀장.

“구조대는 사실 ‘뭐든’ 합니다. 민원이 들어온 일은 다 출동해서 처리해 줍니다. 잠긴 문도 열고, 하수구에 빠진 열쇠도 꺼내고, 갇힌 고양이도 잡아 주고, 벌도 잡고, 개도 잡습니다.”

119를 통해 들어온 민원을 모두 해결해 주다 보니, 별의별(?) 일을 다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소한 민원을 해결하는 중에 진짜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대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인명 구조’이니 말이다.

같은 팀 선배인 최무성 팀장은 “시민들이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를 요청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실 열쇠집에 연락만 하면 열 수 있는 문을, 이기적인 마음에서 119에 신고하는 일도 종종 있단다.

추락한 자동차에서 인명 구하기.

언제나 위급한 일 ‘인명 구조’

“현장에 나가면 저희에게도 위험한 상황이 많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하는 게 119니까요.”

교통사고 상황.

익사 사고도 일반적인 물속에서 나는 경우는 오히려 쉽다. 공사현장 같은 데서 사람이 물에 빠지는 경우, 여러 가지 장애물이 구급대원의 발을 잡는다. 사람을 구해 나오다가도 철골에 찢기기도 하고 걸리기도 한다.

화재 현장은 말할 것도 없다. 불길 속에서 통로를 못 찾는 경우, 구조 도중 붕괴되어 출구가 막히는 경우 등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는 아찔한 순간에 신속한 판단으로 위험을 헤쳐나와야 한다.

창호 씨는 2년 전 성동조선 화재 때를 잊을 수가 없다. 건조 중이던 4층짜리 대형선박에서 불이 났다. “화점이 지하2층이다”는 것을 확인하고 지하3층으로 내려갔는데, 바로 화점 위에 서게 되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배의 층수와 조선소에서 말하는 배의 층수가 달라 바로 그곳이 화점이었던 것이다. 철판은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 딛는 순간 신이 녹아 찍찍 들러붙었다. 신발 밑창이 다 녹아 금세라도 발에 불이 붙을 것 같았다. 온몸을 감싸던 화기가 지금도 섬찟하다.

인명 구조의 보람 있는 순간은 어쩌면 구조대원의 아찔한 희생을 담보한 끝에 얻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구조대원은 그 보람 때문에 오늘도 현장으로 뛰어나간다. 보람이 아니면, 아무도 남을 위해 목숨을 걸 수는 없을 것이다. 

이창호 대원(왼쪽 두 번째)이 속한 팀.
화재는 소방대원과 구조대원 모두에게 가장 위급한 상황이다.
전복한 차에서 인명 구하기.
출동 전에 장비를 챙긴다.
출동이 없을 때는 행정 업무를 본다.
자동차의 문을 여는 장비를 사용해 위급시 차 문을 연다.
물 속에서 필요한 장비부터 불 속에 필요한 장비까지 뭐든 있는 구조대 차.
상황에 따라 적절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도 구급대원의 능력이다.

 

해상 추락 구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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