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지사배를 비롯, 수많은 대회에서 수상했다.

공인 5단, 45년 바둑 인생-통영시바둑협회 설성우 전무이사

“이 바둑판 안에 우주가 들어 있습니다.”

수상내역을 정리해 봤다.

45년 동안 바둑과 친구를 해온 통영시바둑협회 설성우 전무이사(60)는 바둑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바둑애호가다. 직업으로 금은방도 운영하고 조선배관업체도 운영했지만, 취미로 소일삼아 바둑을 두는 수준을 넘어서서 일찌감치 전문바둑인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설성우 사범이 공인 5단을 취득한 건 2000년, 벌써 20년이 다 돼 간다.

그 동안 설 사범은 경상남도도지사배 바둑대회 우승을 비롯해 크고작은 도내 바둑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아마바둑인으로서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그리고 2007년 통영시체육회 산하에 바둑협회가 설립될 때는 이사직을 맡아, 초창기 기틀을 마련했다. 2012년부터는 전무이사로서 바둑협회의 살림을 맡아 하고 있다.

기원 개업, 바둑인의 허브 공간을 만들다

체육회의 다른 협회와 달리 바둑협회는 지원이 많지 않다. 협회 임원들이 회비를 모으고 후원도 받지만 사무실을 운영하는 살림이 만만치는 않았다.

조선배관업을 하고 있던 설 사범은 기원을 내기로 결정했다. 기원을 차리면 자연스럽게 바둑협회 사무실로 쓸 수도 있고, 바둑애호가들이 오며가며 바둑을 주고받을 수도 있지 않은가? 막연히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한 수 가르쳐주기도 하면 실력도 늘 테고, 후배들의 성장을 보면 행복하지 않을까?

2012년, 설 사범은 무전동 상가 3층의 한 가게를 사서 기원을 차렸다. 그리고 ‘통영시바둑협회’의 간판을 걸었다.

기원에는 매일 20~30명의 바둑애호가들이 기원을 찾아온다. 1시간을 두든 하루 종일 두든, 기원의 대국료는 5천원이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아마 10년 후에도 그럴 것이다.

바둑에는 우주가 들어 있다.

바둑과 사람이 있으니 행복하지 않은가?

바둑과 사람을 좋아하는 설 사범에게 기원은 최고의 직장이다. 바둑이 있고, 함께 수를 나누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바둑을 ‘수담’이라고 합니다. 손으로 나누는 대화라는 뜻이지요.”

대국을 하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단다. 깊이가 있는 사람은 내면이 차분하고 수도 깊다. 마음이 조급한 사람은 바둑도 조급하게 둔다.

그런 면에서 설 사범은 한수, 한수 최선을 다해 두는 편이다.

"‘경즉필패(輕卽必敗)’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가벼이 여기면 반드시 패한다는 말이지요. 바둑을 두다 보면, 이 말이 진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설 사범은 바둑 속에서 인생을 배운다.

70억 인구가 수천 년 바둑을 둬 왔지만, 똑같은 수로 바둑이 재현되는 일은 없다. 19줄 361 점에 두는 바둑인데, 무궁무진한 대국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설 사범은 검은돌과 흰돌이 만들어가는 변화무쌍하고 오묘한 변화 속에서 겸손을 배운다.

바둑과 친구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바둑을 두다 누군가 술을 사면 자연스레 밥자리, 술자리가 이어진다. 아내의 소원이 “조금만 술을 줄이고 일찍 들어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들어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둑은 배워야 실력이 는다.

바둑협회의 꿈

“바둑은 배워야 늡니다. 지도를 받고 책을 보고 깊이 생각하며 둬야 발전이 있지요.”

계속 두던 대로 두어서는 실력이 늘지 않는 게 바둑이다. 그래서 설 사범은 끊임없이 공부한다. 기사들의 바둑을 복기하고 책을 보고 연구한다. 그리고 새로운 수를 가르쳐 주려 애쓴다.

기원은 바둑협회 사무실을 겸하고 있다.

바둑협회는 각종 대회를 주관하고 선수단을 구성해 1년에 서너 차례 대회에 출전한다. 학교나 문화센터에 강사를 파견해 바둑을 보급하는 일도 한다.

얼마 전에는 바둑협회의 이름으로 100만원을 출연해 통영시 ‘70대축구단’ 어르신들의 유니폼 맞추는 데 기증했다. 그러나 설 사범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다.

“내셔널리그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연간 3~4천만 원이면 팀을 구성하고 대회도 유치할 수 있는데, 그런 지원이 없어 아쉽지요.”

내셔널리그팀은 전국에서 선수를 선발할 수 있다. 그러면 전국단위 대회도 통영에서 유치할 수 있다.

우리보다 먼저 여수에서 내셔널리그팀을 만들어 이름을 ‘거북선팀’이라고 붙였다. 통영의 이름을 빼앗긴 것 같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후원기업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전 설 사범은 바둑마니아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진핑 주석에게 선물받은 옥바둑판으로 기념대국 한번 두고 싶다.”는 건의를 해 놓았다. 결과가 어찌될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이런 기념대국이 통영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또한 멋진 일일 것 같다.

통영시 바둑협회가 더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더 많은 인재를 길러내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인생의 여백을 풍요롭게 하는 바둑 인구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오늘도 설 사범은 열아홉 줄 바둑판에 흰돌 하나 올려놓는다. 

바둑에서 인생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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