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믿음 주는 알뜰한 금고지기

“아부지, 오이소~ 어무이, 커피 한잔 드릴까예?”

새통영새마을금고 김원기 이사장(68세)은 지점을 찾는 고객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인사를 한다. 새마을금고는 일반 은행과 달리 출자금을 낸 조합원들이 은행거래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모두 오랜 식구 같다. 그래서 김 이사장의 인사는 진짜 가족에게 하듯 살갑기만 하다.

“그냥 ‘마음을 다해’ 고객을 대하는 그것뿐이 없습니다.”

김 이사장이 소년같은 미소를 지으며 웃는다.

이사장이 직접 나서 고객들의 손을 잡아주고 차를 대접하는 새통영새마을금고의 분위기는 따뜻한 가족 같다. 다시 이사장에 선임된 지 3년째, 김 이사장은 새로 얻은 이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오늘도 즐거이 새마을금고를 돌아본다.

김원기 이사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객장에서 직접 안내를 한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첫 번째 이사장 8년

김원기 이사장은 사실 2007년에 새통영새마을금고 이사장직을 불명예스럽게 퇴직했다. 2001년부터 8년 동안 맡아온 이사장직이었다.

처음 이사장에 선출되었을 때, 새통영새마을금고는 엄청난 수렁 속에 있었다. 한 지점장이 67억 횡령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지점장은 물론, 이사장까지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던 아픔 뒤였다.

김원기 이사장은 30년 가까운 공직생활의 신뢰로 인해 난파하던 새통영새마을금고의 이사장이 되었다. 1년 8개월 정도 북신동장을 지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된 것이다.

사고손실금 67억의 뒷수습은 뼈를 깎는 고통이었다. 회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거래자 유치도 더 부지런히 해야 했고 투자도 공격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밤낮없이 뛴 결과, 새통영새마을금고는 전에 없는 수익을 올렸다.

고객에게 커피도 뽑아 드리고.

불명예 퇴직, 9년간의 야인 생활

새마을금고는 운용을 해서 얻은 이익 일부를 조합원들에게 배당한다. 하지만 사고손실이 났을 때는 사고손실금을 회복할 때까지 배당금을 못 주게 되어 있다.

“그해는 수익이 10억 이상 됐습니다. 그래서 그 중 8천만 원을 조합원들에게 배당했지요.”

법을 알면서도 김 이사장은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다.

“배당금 때문에 은행에 맡기지 않고 새마을금고에 돈을 맡기는 고객이 많은데, 배당금을 못 주니 너무 괴로웠어요. 전체를 갚은 건 아니지만 사고손실금도 착착 갚고 있었고, 또 예상보다 더 많은 수익이 났으니 그 정도는 배당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 거지요.”

친절한 미소가 재산인 김원기 이사장

하지만 법은 더 엄정했다. 김 이사장은 법을 위반한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직을 하게 됐다.

이후 9년 동안 김 이사장은 굴박신장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 차량을 운행하기도 하고 수산물 가공공장의 생산품을 부산까지 운송하는 일을 하기도 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아요.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요. 그래도 어떡합니까? 내가 저지른 일인 것을.”

김 이사장은 날마다 스스로 마음을 비웠다. 법을 탓하고 싶었지만, 알면서 한 일이기에 자신을 탓했다. 그렇게 낮아진 곳에서 더 겸손한 마음을 배웠다.

그리고 2016년에 다시 새통영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선출됐다. 잘못이긴 했어도 사심으로 한 일이 아니었다는 걸 조합원들이 알아준 까닭이다.

따로 또 같이 운영되는 새마을금고

1975년에 설립된 새통영새마을금고는 북신사거리에 있는 주사무소(본점)와 한일의원 옆에 있는 무전지점, 월드마트 앞에 있는 북신지점, (구)베스트마트 옆에 있는 신전지점, 해경 옆에 있는 죽림지점 등 5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일반 은행업무뿐 아니라 대출, 보험 등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출자자들에게 이윤과 별도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가게를 비울 수 없어 은행에 가기 어려운 상인들은 직접 찾아가 예금을 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 수익금으로 이웃돕기 등 지역사회 환원에 노력하기도 한다.

통영에는 도봉, 동통영, 통영중앙 등 여러 새마을금고가 각자 여러 지점을 가지고 운영중이다. 고객들의 입출금 업무에 있어 서로 연계하는 것일 뿐, 거래자 유치, 투자, 공제 등이 모두 개별적으로 관리되니, 이사장의 경영능력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이사장의 본분이다.

든든한 금고, 적립금 100억 목표

김 이사장은 취임한 2016년에 22명 전직원과 3박4일 일본연수를 다녀왔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목적이었지만, 일본을 택한 건 그 국민의 친절을 배워오게 하고 싶었던 까닭이다.

과연 직원들은 일본인의 검소하고 깨끗한 면, 몸에 밴 친절을 보고 돌아왔다. 김 이사장은 새통영새마을금고의 직원들이 더 친절하게 고객을 맞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끈다.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적립금 100억을 만들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 금고가 어느 금융기관과 견줘도 손색없는 든든한 기관이 되지요.”

현재 새통영새마을금고의 적립금은 46억원 정도다. 공적자금 한 푼 없이 운영되는 금고로서는 꽤 안정적인 것이지만, 더 든든한 믿음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내 살림은 못살아도, 넘의 살림은 제대로 살아야 할 거 아닙니까?”

새마을금고를 찾아오는 고객들은 모두 식구 같다.
지신밟기 행사에 동행하며 이웃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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