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아카데미 4분33초 대표 고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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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영에도 선거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곳곳에서 선거용 명함을 나누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지역 신문의 1면은 각종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올라옵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첫 선거를 했던 때가 1995년인데 그 때와 비교해서 선거 이슈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변했습니다.

독재정권에 대한 심판론과 안정론, 야합에 대한 심판론, IMF에 대한 책임론 등이 정치적 쟁점의 변천이라면 지역주의와 계층대립은 공동체를 위한 극복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된 선거에서는 실용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2012년 대통령 선거에 와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갈등이 표출됩니다. 세대간 지지하는 후보자가 극명하게 나누어지는 선거를 겪어 본 것입니다. 세대간 지지 후보가 달라진 건 어쩌면 계층대립의 다른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대립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가 일어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드러납니다. 아마 이 번 선거에서도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일 꺼라 여겨집니다.

1860년대, 당시 신생 통일 이탈리아의 중심지였던 밀라노의 예술계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은 ‘올드보이’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고 심심치 않게 그들을 성토하는 이야기들이 오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들을 ‘스카필리아투라 밀라네제(Scapigliatura Milanese)’라고 불렀는데 이는 ‘밀라노의 머리 헝클어진 자들’이라는 뜻입니다.

이들은 1860년대 이탈리아 문학과 음악이 고루하며 예전의 것들만 답습하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의 예술을 높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탈리아 예술의 시대정신을 프랑스와 독일의 앞선 음악과 문학적 정신, 그리고 그에 걸맞는 기법을 받아들여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이 주로 불만을 제기한 이는 문학계의 알레산드로 만초니와 음악계의 주세페 베르디였는데 이 두 사람으로 인해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지 않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스카필리아투라’의 주도자 중 한 사람이었던 작곡가 겸 지휘자 프랑코 파초가 오페라 ‘플랑드르의 망명자들’을 초연한 후의 모임자리에서 작곡가이자 시인이었던 아리고 보이토가 시를 낭독했는데 “타락하고 우매한 늙은이들이 있다 … 이탈리아 예술의 신전은 매춘굴의 벽처럼 더럽혀졌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베르디는 우매한 늙은이가 자신을 뜻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후 12년 동안이나 베르디는 보이토를 모르는 사람 취급하며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베르디를 비롯한 선배 예술가들과 스카필리아투라 예술가들이 줄곧 등을 돌리고 지낼 수는 없었죠. 베르디의 입장에서는 영향력 있는 후배 예술가들이 대부분 스카필리아투라와 관계를 맺고 있어 무시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또한 반면 스카필리아투라 예술가들의 입장에서는 선배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보다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어내지 못했기에 마냥 ‘우매한 늙이이’라며 배척할 수도 없었습니다.

1871년 베르디가 발표한 오페라 <아이다>를 계기로 두 진영은 접점을 찾아 갑니다. 아이다의 대본은 앞서 모임이 가능하게 했던 ‘플랑드르의 망명자들’이라는 오페라의 대본을 담당했던 안토니오 기슬란초니이었습니다. 1887년 베르디 <오텔로> 초연은 두 세력의 화해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는데 스스로 작곡가이기도 했던 아리고 보이토가 셰익스피어의 <오텔로>

를 오페라 대본으로 각색한 뒤 “저는 역량이 모자라다”며 “베르디 선생님이 이 대본에 곡을 붙여 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고 합니다. 보이토는 베르디를 겨냥해 “이탈리아 예술이 유곽의 벽처럼 더럽혀졌다”는 시를 낭독했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두 세력의 화해는 이탈리아 오페라를 지금도 이어지는 개성을 제공하는 성과를 가져다 줍니다. 베르디의 후계자라고 불리는 푸치니가 좋은 예인데 베르디의 후계자를 스카필리아투라 출신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찾았기 때문입니다. 스카필리아투라 운동가들의 주장처럼 프랑스와 독일 오페라의 특징을 강하게 나타냈던 푸치니에 대해 베르디는 이탈리아 오페라계에 외국에서 온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푸치니를 후계자로 ‘추인’했습니다.

갈등은 이런식의 결과물을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갈등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갈등이 있는 것을 없다며 외면하지 말아야 하고 갈등이 있는 상황을 올바르지 못한 상황으로 인식하지도 않아야 합니다. 갈등을 일으키는 주체가 어떻게 이를 극복해서 서로가 인정할 만한 양보로 앞으로 전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보여집니다.

통영도 여러 갈등이 있습니다. 문화계 쪽만 본다면 통영에서 오래 일하며 통영의 문화를 지탱했던 어른들과 최근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젊은 사람들간의 불통의 문제를 비롯해 윤이상 선생님에 대한 입장에 대한 견해 대립, 그리고 일반시민과 문화계 종사자 집단간의 인식 차이 등 여러 갈등 요인들이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통영의 문화계에 직, 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는 분들의 치열한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새로운 가치창조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후배들은 적극적으로 선배 어른들께 조언을 구하고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기회와 지원을 배려하고 일반시민들에게는 접근가능한 콘덴츠를 제공하여 문화를 향휴하는 기쁨을 나누는 것들을 고민하는 자리가 만들어 지기를 꿈꿔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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