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갑작스런 벼랑 끝 전술, 원안수용 압
강근식 도의원, 18일 도의회서 “사업위기론” 발언까지
민주당 시장·도지사 취임에 공무원 속전속결 시도

경남도가 통영 강구안 친수사업에 대한 통영시의 의견을 사실상 거부했다.

경남도에서는 마지막으로 통영시가 내놓은 합의안이 “사업규모의 대폭 축소이며 ‘어선 상시 접안’은 친수시설의 사업목적에서 벗어난다.”며 당초 계획대로 하든지, 경남도가 제시한 첫 번째 수정안대로 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1월 25일에 작성된 이 첫 번째 수정안은 당초 계획안과 별반 다르지 않아 강구안실무협의 공분을 샀었다. 경남도가 수정안을 밀어붙이며 어민들을 모아 설명회를 개최하려다가 설명회 자체가 파행에 이르기도 했다.

이후 경남도는 지난 5월 2일 7차 실무협에서 이전보다 훨씬 통영시의 의견을 수용한 두 번째 수정안을 내놓았다. 강구안 실무협은 이 두 번째 수정안보다 더 데크 면적을 줄여달라고 건의하고 경남도의 처분을 기다렸다. 그리고 두 달여가 지났다.

그러나 지난 19일 열린 8차 강구안실무협의회에서 공개된 경남도의 의견은 “당초안이나 첫 번째 수정안 중에 하나를 택하지 않으면, 아예 사업 자체를 포기하고 예산을 반납하라.”는 것이었다. 스스로 제시했던 두 번째 수정안도 거둬들이며 지난 8개월간의 모든 협의를 물거품으로 만든 것이다.

경남도는 “어렵게 예산이 확보된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또다른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압력(?)도 잊지 않았다. 이에 호응하듯 통영시 관계자는 “이번에 사업을 포기하면 다시 사업을 시작하는 데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이번 사업 포기로 인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7개의 항만 사업이 모두 재고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강구안 실무협의 최광수 교수는 “이것은 첫 설계안과 유사한 안을 선택하든지, 아예 사업을 반납하든지 하라는 협박”이라며 “담당공무원 교체기에 도가 당초 약속했던 통영시의 합의안을 무시하고, 당초의 경남도 안대로 밀어붙이려고 한다.”고 성토했다.

이날의 회의는 “당초 합의된 통영시 안을 갖고 경남도와 해수부와 다같이 협의해 보자.”는 결론을 내리고 마쳤다. ‘소통’을 강조하는 민주당 정권하에서, 시장도 민주당이고 도지사도 민주당인데 시민의 소리가 안 들릴 리 없다는 희망을 갖고 내린 결론이다.

강구안 실무협의회는 강구안에 기대 사는 어민 대표, 상인 대표와 시민단체 대표, 공무원, 학자 등 각층의 대표들로 구성돼, 전에 없이 민주적인 합의안을 도출해 왔다. 지난해 11월부터 8차에 걸친 회의를 통해 조금씩 양보하고 설득하며 대책안을 만든 과정도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런데 이 모든 치열한 과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제 강석주 시장이 나서야 할 때다. 의견만 피력할 수 있는 실무협은 “강구안은 어선이 드나드는 항구가 돼야 한다.”고 제시했고, 경남도는 “상시 어선 접안은 안 된다.”고 못박았다.

‘건의’가 최선인 강구안 실무협은 8번의 회의를 통해 매번 똑같은 말을 반복해 왔고, 경남도는 기어이 ‘어선 없는 그림 같은 항구’를 만들 작정이다.

각자의 입장이 확인된 이상, 아무 결정권 없는 실무협의 위원들과 경남도 공무원의 줄다리기는 의미가 없다.

‘민의를 듣겠다’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통영시장과 경남도 도지사가 ‘시민의 소리, 도민의 소리를 가장 먼저 듣겠다’고 말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데, 어째 강구안 문제에 있어서만은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지 모를 일이다.

경남도와 통영시 공무원들이 단체장 교체기를 맞아 옛 습성대로 관변 단체를 동원해 밀어붙이기에 나선 정황도 엿보인다.

19일 열린 실무협의회 하루 전날 강근식 도의원이 도의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강구안 사업의 소모적 논쟁과 사업비 반납 위기에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빠른 사업추진을 촉구했다. 까마귀 날자 우연히 배 떨어진 것일까?

민주당 소속의 강석주 통영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만나 결론을 내려야 한다.

어선을 댈 수 없도록 설계된 당초 계획안.
당초 설계에서 매립부분을 제외하고는 별반 수정된 게 없어 공분을 샀던 대체안.
경남도는 이 안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계획을 전면 폐기하겠다고 말한다.
강구안실무협은 데크를 최소화하여 어선을 접안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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