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앙금 굴찹사리 업그레이드, 손맛 지키며 새로운 맛 개발 전력

이젠 통영을 대표하는 명물이 돼버린 ‘통영꿀빵’, 통영에서 나고 자랐다면 새벽시장 다녀오신 어머니 장바구니에 담겨있는 꿀빵의 추억을 누구나 한번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당시 어머니가 꿀빵을 샀던 가게는 지금처럼 환한 조명에, 요리사 모자를 머리에 얹고, 미소를 머금으며 제품을 건네는 ‘왕친절’ 종업원이 일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식들 키울 학비 마련하기 위해 새벽잠 설쳐가며 꿀빵 빚었던 어머니의 마음이나, 아이들에게 먹일 간식거리 꿀빵을 샀던 어머니의 마음은  매 한가지리라.


첫 통영꿀빵 빚은 우리 어머니
강구안 ‘통영원조꿀빵’ 추성종 대표는 통영꿀빵을 최초로 만든 어머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식들 학비 벌기 위해 새벽잠 설쳐가며 처음으로 꿀빵 빚었던 분이 바로 그의 모친이기 때문이다. 그의 모친이 서호 새벽시장에 꿀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1959년으로, 현재 통영꿀빵가게 중 가장 빠르다. 공인 원조인 셈이다.

통영원조꿀빵 강구안점 안주인인 강성희씨는 시어머니의 손맛과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온갖 정성과 비용을 다 들인다. 팥도 100% 국산만 사용하며, 튀김기름도 보통 매 이틀마다 새로 교체한다. 튀김기름이 얼마나 신선하냐에 따라 꿀빵의 맛도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맛을 지키기 위해 드는 비용은 말하자면 원조의 ’품위유지비용’인 것이다.

통영원조꿀빵 본점은 추성종 대표의 형님이 운영하는데, 그가 겪었던 어린 시절 꿀빵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눈길을 끈다. 초등학교 시절 형님이 부반장을 맡게 됐는데, 기뻤던 어머니가 꿀빵을 ‘한 다라이’ 학교로 가져와서 반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당시엔 무척 부끄럽더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그 덕분에 꿀빵장사를 이어가니 대반전에 웃음이 난다.


100% 국산팥, 무색소&무방부제
통영원조꿀빵은 100% 국산팥을 고집스럽게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원가를 따지고 수지타산을 생각하자면 더 쉬운 방법도 있을 터이지만, ‘원조의 원죄’ 때문에 그럴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다. 꿀빵의 원조를 찾아 먼 길 오시는 관광객들을 생각하면, 또 통영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조의 맛을 지켜나가자는 신념인 것이다.

더불어 추성종 대표는 무색소, 무방부제의 ‘2무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추성종 대표의 통영원조꿀빵에는 다른 가게에는 없는 제품이 있다. 원조의 손맛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소비자들의 기호에 발맞춰 다양한 맛과 품목으로 업그레이드시켜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래 통영꿀빵은 팥앙금을 쌀가루와 혼합한 밀가루 반죽 겉피 안에 넣고 튀긴 다음 꿀과 깨를 발라서 완성시킨다. 추성종 대표는 겉피를 100% 찹쌀반죽으로 만들어 좀 더 쫄깃하고 부드럽게 만들고, 획일적이던 속앙금을 유자분말로 만든 ‘굴찹사리’를 개발했다.


응답하라, 주문전화 646-1959
통영꿀빵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최근에는 원조꿀빵집을 찾는 일명 ‘성지순례’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대부분 전통이라고 내세울만한 것이 없는 신생 업체들일 뿐이다. 1959년에 시작해 59년의 전통을 가진 곳은 통영원조꿀빵이다. 물론 초코로 만든 파이가 출시된 1974년 이후 경쟁력에 밀리는 바람에 한동안 문을 닫은 채로 보냈지만, 1959년의 어머니가 당신의 손맛을 아들에게 전수해 부활한 통영원조꿀빵이니 결코 잃어버린 전통을 아닐 것이다. 새벽시장 좌판에 다라이 펴 놓고 꿀빵 팔던 어머니 시절을 생각하면,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강구안의 노른자위에서 벗어나 입구 쪽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현재도 배부른 처지다.

통영원조꿀빵이 중앙시장과 동피랑 인근에 위치해 관광객들의 눈에 금방 띄는 장소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자꿀빵·통팥호두꿀빵의 굴찹사리로 업그레이드해 가고 있어 통영원조꿀빵의 맛을 찾는 손님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959년부터 꿀빵장사를 시작한 모친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주문전화번호를 646-1959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20세기 통영대표 음식이 충무김밥이라면, 지금은 통영꿀빵의 시대다. 통영꿀빵을 사려면 참 원조 통영꿀빵을 찾는 것이 제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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