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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량동 이야기 4] 정량동이 기리는 사람 꽃이 된 시인, 김춘수
김선정 기자 | 승인 2018.12.10 15:03

 

“바다가 없는 곳에 사는 것은 답답하다.
바다가 보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 고향 바다는 너무나 멀리에 있다. 통영 앞바다-한려수도로 트인 그 바다는 내 시의 뉘앙스가 되고 있다.
그 뉘앙스는 내 시가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왔든 그 바닥에 깔린 표정이 되고 있다.”
동호동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통영에서 보낸 김춘수는 자신의 시가 통영의 바다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지금 그의 집은 바다에서 한참 들어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김춘수가 태어났을 때는 그 집 앞이 항북목이라 하여 남망산을 사이에 두고 강구안 바다와 연결된 잘록한 목이었다.
눈만 뜨면 파도가 철썩이는 갯문가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난 김춘수는 머슴의 등에 업혀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유치원을 다녔다.
김춘수 나이 일곱 살 때, 유치원 선생님이 결혼을 하게 됐다.
김춘수는 유치원 선생님인 권재순의 결혼식 화동이 되어 꽃바구니를 들고 신랑신부 앞에 꽃길을 깔았다. 그 결혼식의 신랑이 스물한 살이던 청마 유치환이다.
보모와 일꾼들이 있는 천석꾼 집안에서 자란 김춘수는 세병관에 있던 통영보통학교를 나와, 서울과 동경에 유학을 다녀왔다.
일본대학 예술학원 창작과에 다닐 때 일본 천황과 총독정치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세다가야 경찰서에 6개월간 유치됐다가 서울로 송치, 학교는 퇴학당하고 말았다.
“해방이 되자 나는 고향인 통영으로 건너갔다. 그해 가을에 우리는 통영문화협회라는 문화단체를 만들었다.
우리란 시인 청마 유치환을 필두로 음악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극작가 박재성, 시조시인 김상옥, 그리고 나다.
우리는 해방된 조국의 고향땅에서 뭔가 우리가 전공하는 일을 통하여 사회에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되고 싶었다.”
김춘수의 말이다. 통영문화협회는 근로자의 자녀를 위한 야간 공민학교를 경영했고 한글 강습회를 열었을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민족의 밤이란 메인타이틀을 내걸고 음악, 연극, 무용 등 공연과 미술전람회를 열었다.
“이무렵 나는 본격적인 습작을 했다. 청마가 곁에서 독려해 준 덕분이기도 하다.”
유치환은 김춘수의 선배로서 글을 쓰도록 이끌어주기도 하고, 1955년 경주고 교장으로 떠날 때 경북대 후임강사로 김춘수를 추천하기도 하며 돈독한 관계를 지녀왔다.
이런 김춘수가 2000년 제1회 청마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는지 모른다.
청마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뒤늦게 고향을 자주 방문했던 김춘수는 2004년 11월 29일, 꽃잎 지는 늦가을에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45년 결성한통영문화협회

김춘수문학관 정량동에 세워야 한다
남망산공원 입구에는 우여곡절 끝에 옮겨온 김춘수 시비가 있다.
“선생님 작고 후에 마산에서 유작 전시회를 했고 이영문학관에서도 유작전시회를 했습니다.
그러나 통영에서는 전시회 한번 없었지요. 오히려 3년이 지난 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운동을 해 시비를 건립했습니다.”
시비 건립에 앞장섰던 문화단체 예술의향기(당시 단체명은 ‘꽃의의미’) 박우권 회장의 말이다. 통영시 통영시민문화운동 1호 사건인 이 시민운동은 유품 기증의 물꼬를 텄다.
현재 선생의 유품은 시 소유 건물 중 비어 있는 공간으로 가느라 선생과 아무 관련도 없는 봉평동으로 갔다.

▲최근 정량동주민자치위원회에서
김춘수 선생의 생가 가는길에 벤치조형물을 만들고 벽화를 그렸다

2007년, 유족들을 설득해 남해시로 갈 뻔한 김춘수 선생의 유품을 어렵게 가져왔다.
그러나 생가 구입에 차질이 생겨 미뤄지기 시작한 것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답보상태다. 

▲예술의 향기 박우권 회장

“그 공간에 ‘임시’라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고 우겨서, 아직도 ‘선생의 문학관이 생실 때까지 임시로 보관한다’는 글이 쓰여 있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하나인 김춘수 선생의 고향으로서, 아직까지 선생의 문학관을 세우지 못한다는 건 너무 부끄러운 일입니다.”

예술의향기는 김춘수 선생의 문학관건립을 위해 애쓰고 있다.

김선정 기자  64440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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