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멘토로 삼는 사람에게는 목표의식이 생기고, 좌절을 이겨내기가 수월해진다. 반면 나의 인생항로에 나침반이 될 만한 누군가가 없다면 내가 선택한 길이 성공적인 길인지, 과정에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워진다. 약간의 애정 어린 충고가 누군가의 인생을 전면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옐로우가드, 지역후배 사랑의 결정체

통영이 고향인 30대의 청년들이 지역후배이자 인생후배이기도 한 통영의 청소년들을 위해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해 화제다. 사회복지사, 금속공예작가, 책방지기, 공간디자이너, 해양경찰, 초등학교교사, 피아노학원장 등 18명의 남녀청년들 모임인 옐로우가드가 지난 15일 통영시종합복지관 강당에서 지역청소년 13명과 함께 청소년진로상담을 위한 옐로우캠프를 열었다. 숫자가 적다고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멘토가 멘티보다 많으면 진로상담의 퀄리티는 더 높아진다. 환자가 넘치는 병원에서 의사와 면담시간이 길어질 수 없는 것처럼.

이들의 옐로우캠프는 진로상담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마치 놀이처럼 즐긴다. 상호 서먹해서는 멘티들이 진심을 토해내거나, 멘토들도 피드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벼운 레크리에이션으로 몸을 부대끼며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때 쯤, 이제 같이 밥을 먹으며 마치 식구(食口)같은 느낌이 들면 본격적인 진로상담에 들어간다.

학폭문제에서 진로상담 멘토링까지

통영시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이자 옐로우가드 주축멤버인 조상현씨(32)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회원도 있고, 부산에서 온 회원도 있다”며 “SNS를 보고 즉흥적으로 참여한 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모임인 옐로우가드는 회장도, 월회비도, 월례회도 없다고 한다. 지나치게 예속되기 싫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회원들의 결속력은 단단해 보였다. 아마 이심전심이 있기 때문일 게다.

이들이 처음 모임을 만든 것도 즉흥적이었고, 행사를 개최하는 방식도 자유롭다. 2012년 처음 옐로우가드를 결성했을 때 학교폭력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였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학교폭력을 근절하자는 인식개선 캠페인을 무작정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통영에서 진주로, 다시 창원으로 갔다가 통영으로 돌아오는 200여Km의 2박3일 캠페인은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라디오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 이듬해에는 용남면 지도에 들어가 노인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열고, 안마 봉사를 하고, 해안변 쓰레기 청소봉사를 했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재미있게 하자

그러다가 2017년 벼룩시장을 통해 일정부분 수익금이 생겼고,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청소년 진로상담을 개최하게 된 것이다. 이들 30대 청년들은 자신들의 청소년 시절 진로에 고민할 때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했음을 느꼈고,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모임의 모토대로 하자는 데 뜻이 통했다. 옐로우가드는 약자를 상징하는 색깔과 보디가드를 합쳐서 명칭을 정했고, 모임의 모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재미있게 하자”처럼 자신들의 직업에 관한 상담을 하기f호 한 것이다. 옐로우가드의 진로상담캠프니까 당연히 프로젝트명은 옐로우캠프였고.

맨투맨 상담시간을 충분히 가지기 위해 많은 학생들을 한꺼번에 초청하는 실적 위주의 캠프는 이들 청년들은 거부한다. 이렇게 스킨십 유흥시간과 식사시간을 통해 심리적으로 밀착해서일까, 진로상담을 받던 한 여학생은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조상현씨는 “진심으로 마음을 터놓고 상담하고, 어루만져주다 보니 감정이 북받친 모양”이라고 했다. 기성세대는 청소년에게서 무얼 바라는 걸까?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는 청소년들이 많음을 모르는 것일까?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내년 업그레이드버전 ‘기대감’

어머니의 권유로 캠프에 참가했다는 손승욱군과 이지환군(이상 통영고1)은 각각 직업군인과 경찰이 목표인데 “해경 근무하는 멘토와의 상담으로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 직업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고, 급여와 근무조건 등에 대해서도 알게 돼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 더욱 믿음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옐로우가드의 옐로우캠프. 조상현씨는 “올해 캠프에 대해 평가해서 내년에는 좀 더 만족스런 캠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2년 이후 짧은 주기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시했는데, 아마도 내년에는 ‘진로상담 멘토링 프로젝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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