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고 한다. 지금 통영이 관광위기를 맞고 있다. 원인이야 다양할 테지만 그중 하나는 통영시민들의 불친절함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일반 시민들이 관광객들과 직접 상대할 일이 드무니까 이들을 상대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의 불친절함이다.

이런 지적마저 귀에 거슬린다 말하면 그 사람은 전혀 공동체 의식이라고는 없고, 통영이라는 공통의 자산 안에서 자신의 생계가 유지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어리석은 시민이다. 사소한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통영관광 전체가 암울해 진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는 법이다.

한산대첩 축제 준비에 분주한 저녁 늦은 시간 어느 장사 하시는 분이 캐리어에 담아온 생선 및 음식물찌꺼기를 강구안에 그냥 버리는 경우를 목격하고 놀라서 크게 다투기까지 했다는 제보자가 있었다. 그 제보자는 “강구안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행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상인들은) 절대 그런 의식 못 고친다”고 단언할 정도였다.

‘창열스럽다’는 표현이 있다. 연예인 김창열씨가 자기의 이름을 걸고 도시락 사업을 했는데 가격에 비해 품질이 너무 허접한데서 나왔다. 인터넷상에는 ‘충무김밥 창열스럽다’, ‘충무김밥 창열’이라는 댓글이 파다하다. 여기에는 단지 충무김밥이 비싸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김밥치고는 비싼 가격에, 점원들의 불친절함이 겹쳐 기대한 만큼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상인들은 자신의 장사밖에 모른다. 통영시가 중앙시장을 위해 움직인다”는 불만이 나온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연 재래시장 상인회가 이런 친절함을 위해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자체적인 캠페인이나 교육을 하는 지 의문을 가진 시민들도 많다.

그럼에도 상인들의 이기심은 상상외다. 지금이야 예전 같지 않지만 행락철 교통대란을 대비해 관공서가 통영교통안내 앱을 만들어 배포하려고 했다가 시장 상인들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무산된 적이 있다. “남의 장사 망치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신아sb조선 불황으로 도남동에 인적이 끊기자 통영시가 고육지책으로 포장마차촌을 열려고 했다가 인근 상인들의 원성 때문에 포기한 적이 있다. 여수 포장마차촌의 명성은 행정의 힘만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봉평동 어드벤쳐타워 앞 노점상은 말할 것조차 없다. 분명히 공동체 사회에 살면서도 이들에게는 공공의식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화단에 말뚝박기는 예사요, 단속을 하면 “굶어죽게 생겼다”며 그냥 드러눕는다고 한다. 이 모든 일들이 결국 관광통영을 좀먹는 일이다.

김혁 사장은 “케이블카 기내식 제공하는 것 때문에 식당들이 망한다는 불만과 질책을 듣고 너무 놀랐다”고 한다. 심지어는 피눈물이 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청소년수련관은 40%는 일반인의 숙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홍보 현수막을 게시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지역 숙박업체에서 난리가 난다고 한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행태들이다. 통영관광이라는 황금알 낳는 거위를 서로 잡아먹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알을 낳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소위 말하는 ‘피자를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작은 파이를 나눠먹기보다는 이를 키우면 자기 몫이 원래보다 커짐을 알아야 한다는 고언(苦言)이다.

사실 무슨 일이던 잘 될 때는 문제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뭔가 잘 못 될 때에야 온갖 문제들이 드러나게 된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필요한 시점이 되는 것이다.

시민들도, 상인들도, 행정도 나태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행정지도를 단호히 하고, 시민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위기를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지 않는다면, KTX시대에 이르러 관광통영은 영영 일어설 수 없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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