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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게 병? 기대치는 빅3
편집부 기자 | 승인 2019.09.03 11:12

아는 게 병이라는 속담이 있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도 있는데, 세상 복잡한 일들을 모르고 있으면 적어도 속은 편할 법하다. 지역 의료서비스에 대한 통영시민들의 만족도는 대단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는 시민들의 무관심과 무지에 기인한 점도 있을 것이고, 또 일부는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의 책임감 결여에도 있을 것이다.

건강한 이빨까지 뽑으라고 권유하는 치과의사에 대한 제보도 있고, 진지한 고민 없이 무심코 다리절단을 권유하는 의사에 대한 제보도 있다. 별 것 아니라고 진단했다가 큰 병원에서 암으로 진단을 받거나, 반대로 불치의 암으로 진단받았는데 알고 보니 별 것 아니었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 말이다. 환자에 대한 배려라고는 없어 보이는 경우다.

통영의 환자들은 또 어떤가? 의사에 대한 신뢰가 극과 극을 달리는 것 같다. 어떤 경우는 불신감이 팽배한 상태에서 의료진을 대면하고, 다른 경우는 의료진에 대한 묻지마 신뢰감으로 대면한다. 강력한 항생제를 이용해 한 봉지만 먹으면 감기가 뚝 떨어지는 처방전을 주는 의사는 바로 ‘명의’가 되고, 환자의 건강을 배려해서 처방하는 바람에 감기 떨어지기까지 사나흘 걸리면 곧장 ‘돌팔이’가 된다.

신뢰감보다 불신감이 대체적으로 많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가벼운 증상 외에는 무조건 진주경상대병원, 부산백병원,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현대아산병원을 찾게 된다. 이런 경향은 지역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만 높여서 통영에서 소위 빅3 정도의 의료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이고, 이는 다시 지역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신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역 의료의 현실을 파악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양당사자 뿐 아니라 행정적인 지원방안까지 함께 찾아보기 위해 본지가 마련한 것이 지난 16일 본지 회의실에서 열린 ‘수준 높은 진료 받을 시민의 권리, 의료원서비스의 품질을 높여라’ 토론회다. 이날 토론회에는 통영시의회 김혜경 시의원, 이진석 통영시의사협회장, 통영보건소 김영재 의약팀장, 시민 박미자씨가 참석했다. 통영시약사협회는 일정이 맞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16일 본지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 모습

'입에 쓴 게 몸에 좋은 약' 인내심 커야 좋은 의사 만난다

이진석 통영시의사협회장은 “통영인구와 의사·병실·MRI 숫자 등을 보면 의료서비스 자체는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며 “분야가 편중 된 것, 소아과·산부인과와 응급실 부족 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진석 회장은 “불황으로 인한 인구절벽이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면서 “통영시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단지 의료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토론에만 그치지 않았다. 도서지역이 많은 통영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이른바 골든타임을 지켜서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부분도 토론했다.

통영보건소 김영재 의약팀장은 “통영에는 병원 148개소에 병상수가 2125개로 10년 전에 비하면 인프라와 인력은 많이 개선됐다”면서도 “통영은 의료취약지역 중 하나로 정부가 공공의료를 확충해 3대 중증치료센터를 만들 계획인데 시간은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진석 회장은 “뇌졸중센터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중증외상과 심장센터는 인구 13만의 통영에 들어설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문재인케어의 달성을 위해 통영적십자병원을 통영 최초의 종합병원으로 탈바꿈 시킬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새로 탄생할 이 병원에는 최신의료장비와 응급실을 갖추어 통영 뿐 아니라 인근 거제와 고성의 긴급환자들까지 치료하는 책임의료기관이 될 예정이다.

빠르면 5년 이내 완공 시 현재 도서지역에서 신고가 들어오면 해경구조정이 출동해 긴급환자를 육지로 이송한 다음 앰뷸런스에 싣고서 통영 관내 병원에 갔다가 위급한 상황이라 판단되면 비로소 진주나 부산 소재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 긴급구호체계가 일대전환을 맞게 된다. 현재도 운영 중인 경남도 병원선의 활용 폭을 넓히고, 해경헬기와 산림헬기에 닥터헬기까지 갖추면 안타까운 골든타임의 낭비는 상당 폭 줄일 수 있게 된다.

김혜경 시의원은 “육지 아닌 섬에 살고 있다는 것 때문에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섬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가 무엇인지 이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인구가 많은 곳은 병원이 자동으로 들어서는 만큼, 인구가 적은 곳에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경 의원은 위급한 상황뿐 아니라 일상적인 측면에서도 도서민들이 가지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층간·지역간 의료복지서비스 사각지대 해소가 중요하다”며 “인구절벽에 대한 대책도 더 이상 떠나기 전인 지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자격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박미자씨(발달장애아동 대상 프로그램 개발 운영업 종사)는 “의료 장비가 늘어나고 개선됐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필요한 시간에 적절한 처치가 돼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어도 병원 문 닫고 나서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고 말했다.

박미자씨는 “가족 한 명이 갑자기 수술을 해야 한다 길래 연유를 알아봤더니 의사 말이 근육이 찢어졌다면서 권유했다는 것이다”며 “시간이 경과하면 아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수술하고 보름 입원해서 병원비가 400만 원 넘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른바 과잉진료다. 박미자씨는 ”실비보험에 가입해 있다는 것을 확인 한 다음에는 병원에서 계속 비싼 치료를 권유하더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진석 회장은 “환자 본인들도 알고 있으면서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며 “실손보험 가입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것 다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의사와 환자의 과잉진료 콜라보레이션이라고나 할까. 본지의 의료서비스 관련 토론회는 다른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독자들의 제보와 함께 참신한 대안제시도 기다릴 예정이다.

편집부 기자  64440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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