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는 자연환경과의 악전고투로 점철된 투쟁사이기도 하다. 그 투쟁은 문명이 발달한 현재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절대 이길 수는 없겠지만 극복해 나가고 있다.

지난 2일 태풍 미탁이 한반도에 상륙하며 엄청난 폭우를 퍼부었다. 전국을 물바다로 만들었고, 통영도 곳곳에 침수·붕괴 피해를 입었다. 산양일주도로 확장공사가 진행 중인 세포마을도 그중 하나다. 우리 국민은 워낙 안전사고에 민감하다보니 예전처럼 붕괴위험이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공사를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폭우가 쏟아지며 토사와 돌덩어리들을 저지대로 쓸어내려 가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더구나 배수관로가 막히면서 차고 넘친 빗물과 돌무더기가 하필 특정경로의 밭과 펜션만 침수시키고 말았다.

주민설명에 따르면 통행로보다 낮았던 정원이 토사무더기로 인해 오히려 높아졌고, 다 키운 배추는 무용지물이 돼버렸으며, 바다 인접 어느 펜션은 맨 아래층 침실·거실까지 침수됐다. 업주는 “5년 동안 폭우가 내려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한다. 공사장에서 내려온 돌덩이가 폭우를 만나 만들어낸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하필 가장 취약한 루트에 자리 잡은 것이 불운이었다. 마침 공사 업체 관계자가 인부들을 데리고 와서 철거작업을 거들고 있었다. 펜션업주 입장에서는 새로 지은 지 불과 반년 만에 새로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 억울함에, 내부공사 중 영업을 못하는데다 예약분 마저 취소되면 환불까지 해줬으니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번 피해는 자연재해와 인재가 반반쯤 뒤섞여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재수 옴 붙은 일도 당하기 마련이다. 주민편의를 위해 도로확장공사 하는 것이니, 그 자체를 원망하면 안 된다. 공사업체 역시 민심을 얻지 않고서는 처리가 어렵다는 점 알아야 한다. 일이야 이미 벌어진 것이고, 현명한 해결책 찾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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