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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②싱가폴, 도시와 자연의 조화를
편집부 기자 | 승인 2019.12.06 11:50
자연친화적인 싱가폴의 빌딩 모습

연간 50만 명이 찾고 있다는 부킷티마국립공원은 국립공원의 본부 역할을 하는 곳이면서 공원관리의 모범사례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싱크탱크이기도 하다. 공원 내 탐방길은 빗물이 스며드는 콘크리트로 새롭게 단장을 마쳐 탐방길을 걸으며 자연공원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부킷티마국립공원을 오가면서 도로에서 보기만 했던 생태통로, 일종의 육교에 대한 사례를 국립공원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는데, 우리 나라의 생태통로를 근본적으로 다시 되돌아 봐야 하는 이유를 저절로 깨닫게 될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자연보전지역의 생태적 연결성을 위해 고속도로로 분할되어 있던 부킷티마국립공원과 중앙상수원보전지역을 62미터의 생태통로로 연결한 “에코링크(Ecolink)”사업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찬혁 에코바다 대표


복원지역을 인간과 공존하도록
3000여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 두 곳의 보전지역을 연결할 결과는 놀라웠다. 다양한 새들을 비롯하여 천산갑, 쥐사슴 등 멸종위기보호종까지 이 생태통로를 이용해 두 보전지역을 자유롭게 오가게 되었다고 한다. 보전지역의 복원과 인간의 공존을 새롭게 마련한 셈이었다.

이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공원 내 작은 도로를 생물과 자연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로 변신시킬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도로 아래로 이동하는 생물의 안전과 하늘로 이동하는 생물의 안전 모두 챙기면서 우리 인간의 이동도 가능하게 한다는 아이디어를 그대로 실현한다고 한다.

싱가폴의 국립공원 이야기는 또 다른 기회를 통해 보다 자세히 들려 드리도록 하고, 잠시 싱가폴의 도시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도시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의 열정이 어떻게 도시 전체를 바꿀 수 있는지 알아야 싱가폴의 국립공원과 우리의 국립공원의 차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폴은 우리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국가이다. 우리가 1962년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실시했던 것과 비슷한 시기 싱가폴은 장기적인 국가계획을 수립하는 준비를 시작했다. 1968년 미국 등 해외 전문가 12인을 초청해 처음 시작한 것이 싱가폴의 도시계획 마스터플랜수립이다. 마스터플랜은 우리의 기본계획, 실시계획 윗 단계의 계획이라 할 수 있는데, 싱가폴은 이 계획을 40년 전망으로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매 10년마다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데, 싱가폴 내 70여 개 정부기관 전원이 참여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1960년대말 도시미래 구상 들어가
이 마스터플랜에 따라 각 부처마다 5년이나 더 짧은 단위의 도시관리계획을 수립과 적정한 자원 배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1971년 수립한 마스터플랜은 4번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게 되는 2000년에 접어들면서 근본적인 도시철학의 전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연과 문화유산의 보전가치를 더 생각하는 방식으로 도시계획을 전환하게 된 시기가 그 때라고 한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도시재생처(Urban Redevelopment Authority), 우리로 치면 건설교통부의 공공사업은 공공시설 접근성과 안전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자연보전과 생물다양성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거치게 된다. 그 전까지는 도시인의 혜택을 증가시키는 것이 도시계획의 주 목적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도시재생국 건물에 위치한 도시전시관(City Gallery)에는 마침 싱가폴을 만들어 온 지도, 도면, 건물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도시의 공간계획이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민간업체의 저작권, 소유권 같은 민감사항 등의 이유로 공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수준의 자료들이 모두가 볼 수 있는 전시물로 진열되어 있었다.

'투기 없다' 투명성 높인 도시계획
 심지어 마스터플랜과 관련된 동일한 자료들이 인터넷에도 자료집으로 올려져 있었다. 부동산개발업자들이 장난을 칠 수 없는 공간계획의 투명성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도시재생처가 주관한 최근 프로젝트 중 하나가 마리나항 프로젝트다.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가든즈바이더베이(Gardens by the Bay)나 마리나배이샌즈호텔(Marina Bay Sands)로 알려진 곳이다. 이 포구의 머라이언공원(Marian Park) 사자상이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 일행에게 충격을 준 것은 싱가폴 택지개발의 공공성과 접근성이었다.

싱가폴 정부가 마리나항을 조성한 이유는 담수원 확보를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가 시작이었다. 우리로 치면 시화호나 새만금사업인 셈인데, 그 결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마리나항은 매립으로 조성된 곳으로 짠물이 드는 바다였다. 이 곳을 매립과 함께 하구언인 마리나바라지(Marina Barrage)를 설치해 가동보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고, 지금은 마시는 물을 공급하는 식수원이 되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상수원이면서도 물놀이를 할 수 있고, 하구언 댐은 옥상녹화로 조성된 시민공원으로 개방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월요일이었지만 인도인명절을 맞아 휴일을 즐기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연을 날리거나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

마리나항 사업을 총괄하고 있던 도시재생부가 마리나바라지 공사와 운영을 맡을 공공시설국(Public Utility Board)에 요구한 것은 공공성과 접근성의 확보였다고 한다. 시민들이 즐겨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시설의 안전을 유지하라는 요구였고, 공공시설국은 처음에는 강하게 반발하다가 사업이 진행되면서 차츰 도시경관관리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ABC프로젝트(Active, Beatitiful, Clean Waters)”를 직접 제안해 도시를 자연과 공존하는 사업을 선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도적 가능성에 경탄 금치못해
도시의 철학을 함께 만드는 지혜와 더불어 공무원의 공공성이 도시에 희망의 빛을 줄 수 있구나 싶었다. 제도적 불가능성을 가능하게 만든 싱가폴의 꾸준한 노력에 우리 일행은 감탄과 함께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마리나바라지의 성공과 함께 공공건설국이 추진한 ABC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비샨 앙모키오 공원사업이다. 우리나라의 청계천 복원사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공원인데, 청계천을 상상하고 가시는 분들은 심한 충격과 감동을 받기 쉬우니 미리 알고 가는 게 도움이 되리라 본다.

싱가폴의 비샨지역과 앙모키오지역 사이를 흐르는 칼랑강의 중류 하천을 복원한 곳이 이 공원인데, 2010년 방문할 당시 공원으로 개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들이 어렸었는데 이제는 왠만한 자연공원 못지않은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사이 수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시민들이 직접 조성한 정원들이 군데군데 만들어져 있었다.

아이디어는 빌려도 성과는 큰 차이
공원 안은 유니버설디자인을 반영하여 장애와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 반려동물을 동행한 사람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참고로 싱가폴에서 도시공원은 국립공원에서 관리하고 있고, 반려동물을 풀어 놓을 수 있는 곳이 지정되어 있다.

청계천사업에서 아이디어를 가져갔지만 그 진행과정과 성과는 천양지차였다. 청계천처럼 수로로 이용되던 하천의 바닥과 벽 콘크리트를 모두 걷어내고 하천물이 굽이쳐 흐리도록 유로를 변경하고 물이 넘칠 수 있게끔 하천폭을 넓혔다. 그 결과 매년 홍수가 나도 물이 간선도로까지 넘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2010년 처음 싱가폴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싱가폴의 자연보전과 도시녹지관리 사례를 직접 확인하면서 받았던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지만,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도시관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괄목상대’하고 봐야 할 일임을 다시 깨닫는 된 계기가 되었다 싶다.

걸맞는 명성 '정원의 도시' 싱가폴
10여 년 사이 도시경관의 변화는 싱가폴을 “정원의 도시”로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아 보였다. 도시경관에 관한 법에 따라 “도심녹화사업(Sky Greenery)”이 새로 지어지는 건물에는 의무가 되었고, 과거 지어진 건물은 인센티브를 조건으로 재정지원이 되고 있었다.

한마디로 공항에서부터 도심 내 주요 호텔, 아파트, 학교, 커뮤니티센터 등 한그루 나무나 녹지를 거치지 않고 싱가폴을 걷기 더욱 더 힘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 이용가능한 모든 곳이 식물원, 녹지, 자연공원으로 연결된 섬나라 싱가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버킷리스트에 꼭 챙기시길 바란다.

이번 싱가폴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먹먹한 마음에 복잡한 생각들로 심란했다. 40년 뒤 인구가 2배가 될 것이란 전망 속에 도시계획의 큰 틀을 마련하고 도시경관의 통합적 관리에 투자한 싱가폴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경제개발로 40년을 질주한 결과는 너무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면서 살았는지 새삼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2030계획이 화두인 한국에서 40년 뒤는 너무 먼 미래인 것일까?

편집부 기자  64440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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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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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금 2019-12-06 15:51:12

    국고로 해외 시찰 가시는 높으신분들은 왜.. 가서 이런거 보고.. 돌아와서 우리나라에 접목하는거 못하실까요? 아니 왜 안하실까요? 통영만 하더라도.. 일본의 하코네와 같은 관광 루트를 벤치마킹하면 딱인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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