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기 공원녹지과장(좌)과 김봉은 전 통영산악연맹 회장
정성기 공원녹지과장(좌)과 김봉은 전 통영산악연맹 회장

지난 30통영의 산림전문가토론회 개최, 통영은 명산 많아

대한민국은 국토의 70%가 산악이다. 한국전쟁 이후 민둥산으로 변한 것을 국가지도자의 선견지명과 국민의 대동단결로 푸르고 울창한 숲을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워낙 흔히 봐서인지 우리는 산과 산림을 조연처럼 여긴다. 사실 우리의 산은 주인공이고, 우리가 조연이다.

주인공을 주인공답게 대접하는 방안, 산림의 가치, 통영의 산과 등산, 산림이 우리에게 주는 것과 우리가 산림에 줘야 할 것, 산림의 효용과 지속가능한 산림보존 등을 논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본지 회의실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워낙 생소한 주제인데다, 산업으로써 산림 분야에 관한 정보가 적어서 곤란을 겪었지만, 이번 토론회를 통해 통영의 산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통영시 정성기 공원녹지과장과 김봉은 전 통영시산악연맹 회장, 본지 김숙중 국장이 참석했다. 편백숲 삼림욕장을 운영하는 길덕한 나폴리농원 대표도 참석예정이었지만 토론회에는 참석치 못해서, 별도 인터뷰로 대신했다. 토론회 주요발언 내용을 요약해서 싣는다.

 

정성기과장 편의시설 설치요구 너무 많아, 걷다가 바위에 앉아 쉬자

◆정성기 과장 : 지역의 산이야 무리 모두 다 알고 있다. 미륵산하면 통영의 영산으로 용화사가 있어서 용화산으로도 부른다. 벽방산도은 해발 650m로 관내 가장 높은 산이자 고성군과 경계를 짓는다. 사량도 지리산은 옥녀봉, 사량도 지리산 또는 지리망산, 지리산옥녀봉 등으로 불리는데, 한국의 100대 명산에 선정될 정도로 가치가 높다. 일곱 개 봉우리가 있는 사량도 하도의 칠현산도 정말 좋다. 욕지도에는 천황산이 있다. 천황봉 정상 해군레이다 기지로 인해 접근하기 어렵지만, 모노레일 상부역사에서 내려다보는 욕지 앞바다는 베트남 하롱베이에 이상 아름답다. 현재 등산로를 조성하고 있다.

한산도 망산은 해발 260m 되는데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이라 동부사무소와 협의가 필요해서 정비하기 어려워 안타깝다. 등산로 정비를 위해 공원관리계획 변경하는 용역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산면 비진도 해수욕장과 추봉도 포로수용소 유적지가 있는데, 비진도 외항내항 연결로 정비 역시 국립공원 구역이라서 힘들다. 비진도 외항 등산로는 조금만 정비하고 개발하면 명소될 가능성 높다.

 

김봉은 회장 전국 100대 명산의 90군데는 등반, 인간이 산림 훼손 주범

◆김봉은 회장 : 전국 100대 명산 중 80%는 경기 및 강원 지역에 있다. 통영에서 가려면 전날 밤 10시 버스타고 출발해서 무박2일 등산해야 한다. 등산이란 종주를 해야 하니까 출발지와 종착지가 다르기 때문에 자동차로 가기도 어렵다. 아마 100대 명산 중 90군데는 등반했다. 여행작가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어, 산행기를 자주 남긴다. 지리산 천황봉을 10번 정도 갔는데, 갈 때마다 자랑하듯 산행기 적곤 했다. 산행이 금지된 비탐구역을 산행하는 것은 산악인들 사이에는 일종의 무용담 같은 것인데, 누군가는 지리산 99계곡 어디를 다 탔다. 저디를 가봤다고 자랑한다.

지난겨울 산악연맹 동계훈련 겸 겨울등반에 지리산 칠선계곡을 거쳐 천황봉 갔는데, 겨울에는 보통 출입 통제된다. 눈이 허벅지까지 쌓인 곳을 산행하는데, 130cm스틱이 손잡이 부근까지 푹 잠기더라. 어떤 곳은 곰 사진과 함께 출몰주의표지가 있기도 한데, 안에 들어가 보면 이미 등산로가 반질반질한 경우가 많다. 사실 등산이란 사람이 이용하는 것인데, 사람이 입산하는 것 자체가 파괴행위다.

통영의 등산 제1코스는 미래사에서 출발해서 미륵산 정상을 올라간 다음 작은망을 질러서 옛 산양읍사무소 측면으로 하산한 다음 길을 건너 스포츠파크 야구장 옆길로 희망봉을 넘어가면 달아공원 관리사무소에 도착하게 되는 3~4시간 걸리는 코스다.

20년 등산경력에서 기억에 남는 등산코스는 설악산과 지리산이다. 사량도 지리망산의 경우 보통 돈지마을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생각하는데 그 마을을 지나 수우도 전망대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좋다. 대부분 돈지마을에서 등반을 시작하는데 좀 더 지나면 수우도 전망대가 있다.

산악회 회원이 보통 2~30명인데, 한 달 한 번 있는 산행에 매번 가기는 어려워서 보통 모집산행을 할 수밖에 없다. 44인승 버스에 33명은 타야 손익분기점이다. 추풍령을 기준으로 그 위로는 5만원, 그 이남은 4만원을 회비로 받는데, 하산 뒤 목욕비와 가벼운 식사비로 사용한다.

그런데 지역 금융기관들이 저렴한 회비로 모집산행을 하면서 일반 산악회가 몰락했다. 금융상품 마케팅의 일환이었는데, 지금은 금융기관 산악회도 차츰 줄어들었다. 현재 연맹에 가입한 산악회가 20여개, 가입하지 않은 산악회 해서 40개 정도다. 많을 땐 60개나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사태로 모든 등반이 중단된 상태다. 다행이 우리 산악회는 지난 2월초 시산제(始山祭)는 지냈다.

대한민국에 억새밭 좋다는 산은 다 다녀봤는데 억새밭이 가장 좋았던 곳이 통영의 발암산이었다. 모 선원(禪院)이 생기면서 많이 훼손돼 버렸다. 영남알프스 억새는 가늘어서 볼품없는 반면 발암산은 토질이 좋고 억새가 굵어서 꽃이 피면 장관이었다.

 

정성기 과장 : 보통 지역주민들이 주로 등반하는 동네 산인데, 주민들 욕구가 다양해서 등산로 개설해 달라는 요청 엄청 많다. 하지만 지나치게 지역이기적인 편의만 추구해서 산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형평성이 맞지 않을 때가 많다.

전국 100대 명산이라는 곳을 가보면 등산로만 있을 뿐 편의시설은 없다. 하지만 동네 산에는 너무 많다. 조금만 가도 운동기구, 쉼터, 의자가 마련돼 있다. 등산하다가 바위에 앉아쉬면 되지 않는가? 산신에 미안한 마음은 없는지 되묻고 싶을 지경이다.

지역구 시의원들이 주민들 민원을 전부 다 수용해야 하는지 반문하고 싶다. 북포루 가는 길에 평상, 운동기구, 의자가 얼마나 많은 지 확인해 봐라. 주민편의 위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너무 난립한 상태다. 산은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낫다. 시민들 의식 바꿔야 한다. 시민들이 요구하면 안 할 수가 없는 점이 가장 어렵다.

공원녹지과는 공원의 조성과 공원관리에 비중을 두고 있다. 산림자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인데, 통영은 산림자원이 적고 산림면적도 적어서 임업후계자, 경영인이 월등히 적고, 산림조합의 세력도 약한 편이다. 통영은 대신 바다가 넓다.

미세먼지 저감효과만으로도 통영의 산림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인데, 산림을 통한 대기환경 저감효과보다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되는 편이다. 이순신공원, 남망산공원, 당동생태공원, 안정공원 등 시민들 가까이 접하면서 공원의 가치 모를 때 많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자를 때도 혹시나 시민들 다칠까봐서, 안전을 위해 평면으로 자르게 당부할 정도다. 공원을 내 집 마당 이상으로 관리하라고 직원들에게 신신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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