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알렉산드로 3세 다리 가로등
프랑스 파리의 알렉산드로 3세 다리 가로등

알렉산더대왕의 정복지였던 지금의 터키 안티오케이아에 인류 최초의 가로등이 설치됐으므로 가로등의 역사는 2000년을 훌쩍 넘는다. 유럽에서는 어두워지면 가로등에 불을 켜는 점등인이라는 직업까지 생겨났고, 가로등은 범죄로부터 마을과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수호천사 같은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양초를 이용하거나 석유를 원료로 만든 가로등이었다. 제국의 수도 로마의 시민들은 1년의 절반이 공휴일이었고 목욕을 무척 즐겼다. 그래서 번화가나 광장, 목욕탕 인근에는 반드시 가로등을 설치했다고 한다. 영국 런던은 14세기 초에 거리에 등불을 내걸었고, 프랑스 파리는 16세기 초부터 가로변 주택들은 모두 등불을 내걸도록 해 도둑이나 방화범을 막게 했다

우리가 상상하는 가로등의 형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6세기 중반쯤이다. 18세기 초 런던은 시의회 가까이 있는 주택에 해질 무렵부터 늦은 밤까지 반드시 석유램프를 내걸도록 했으며, 이를 어길 시 벌금까지 물렸다고 한다. 가스등은 19세기 초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설치됐고, 이후 대부분 유럽 도시들의 가로등은 가스등이 사용됐다.

우리나라는 밤을 밝히는 조명으로 주로 촛불과 횃불을 이용했다. 그러다가 18971월 처음으로 석유가로등이 한양(서울)에 등장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로등이었는데 3년 뒤인 1900년 전기가로등이 등장했다. 서울 종로 전차정거장과 매표소 주변을 밝히기 위해 가로등 3개를 설치했다고 한다. 1963년에는 갓을 씌운 전기백열등이 수은등으로 바뀌었다.

 

전시등화관제와 야간통행금지 시대

가로등의 대중화는 정치적인 요소와도 맞닿아있다. 박정희 집권기 우리 국민은 야간통행금지에 억눌려야 했지만, 전두환 신군부는 3S(스포츠, 섹스, 스크린)정책과 함께 자유로운 사회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애썼다. 그중 하나가 1982년의 야간통행금지 해제조치였다.

1966 4800여개이던 서울시내 가로등이 30년 뒤인 1996 93000여개로 늘어났고, 현재는 12만개를 훌쩍 넘기고 있다. 밝기 또한 1990년대 이전 715룩스에서 30룩스로 조정되더니 1990년대 후반부터는 전체 가로등의 절반 가까이가 30룩스 이상이 되도록 개선됐다. 일반적으로 가로등은 유지보수가 불필요한 고성능 밀폐형 납축전지를 주로 사용하고, 광원(光源)은 보통 전구부터 형광등, 고압수은등, 나트륨등을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풍력이나 태양광을 전원으로 사용하는 가로등도 등장하고 있다.

가로등은 초록색이나 파란색 계열보다는 주황색 빛을 내는데, 이는 파장이 긴 적색광일수록 잘 휘어지고 산란이 잘 안돼서 빛이 원거리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호등이 붉은 색이고, 위험 신호등이 적색인 것도 같은 이유다. 또 주황색 빛을 내는 나트륨등이 사용전력 대비 밝기가 강해 경제적이며 자연광에 가깝다는 점도 있다. 태양광 가로등은 주간에 저장해 둔 태양에너지를 야간에 전력원으로 사용하는 최신형 가로등인데, 통영시 관계자는 태양광가로등은 현재 주간선도로 보다는 마을안길이나 외진 곳에 주로 설치 한다고 밝혔다. 아직 안정적으로 전력원을 공급하는데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기로등도 머잖아 혁신적인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가로등의 등장이 그것이다. 스마트가로등은 주변 밝기나 사물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 또는 원격으로 동작과 조도가 제어된다. 센서·네트워크·지능형 중앙관리시스템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해 가로등 고유의 기능뿐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실현하게 된다.

스마트 가로등에 적용될 기술들을 보면 5G와이파이, 지능형CCTV, 스마트조명센서, 복합환경 센서, 위험알림버튼, 전기차스마트모빌리티 충전, 공유주차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실시간 교통량 및 유동인구 분석, 날씨정보 또는 환경 센서 연계한 위치별 날씨정보 서비스 기능까지 상상만하면 무엇이든 적용될 것 같다.

바이오신약 제조 분야, 친환경에너지 개발 분야, 차세대디스플레이 기술 분야, 최첨단정밀 IT 및 반도체 분야, 우주개발 분야 같은 것만이 차세대먹거리를 주도할 유망산업이 아니다. 스마트가로등 시장은 아직 스마트가로등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조차 정해지지 않은 분야로, 적용할 스마트통신기술에 대한 규정도 합의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세계 제일의 IT기술 강국 대한민국이라면 이 분야도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가로등.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가 공모전에 출품해 선정된 작품이지만, 제작비가 너무 비싸 2대만 설치하고 말았다. 지금은 관광객들의 주요 추억남기기 명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가로등.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가 공모전에 출품해 선정된 작품이지만, 제작비가 너무 비싸 2대만 설치하고 말았다. 지금은 관광객들의 주요 추억남기기 명소다. 

 

석유등에서 스마트가로등 시대로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가로등 분야는 비용절감형 투자 산업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도시들의 가로등에 투입되는 전력의 비율이 전체 공공전기 사용량의 20%를 차지한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설치된 총 300만대의 도로조명의 연간 소비전력은 3556기가와트(GW), 비용으로는 4000억 원을 넘는다. 만일 우리나라 도로조명 전체를 스마트가로등으로 교체했을 경우 연간 2667GWh가 절감된다는 한전의 자료도 있는데, 이는 고리원자력발전소 4호기의 연간 전력 생산량 2150GWh(2017년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비용만 투입되는 인프라사업이 아니라 기존 비용을 절감하고 향후 관리마저 용이하게 하면서 IT기반은 더욱 든든하게 만드는 일석삼조의 사업분야인 셈이다.

최근 국내언론에 따르면 미국 포브스지가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전 세계 221개 도시 중 25%가 스마트가로등을 우선사업으로 시행 중이며, 스마트도시 구축에 중요한 기간시설물로 분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한다. 가로등이 발명된 지 2000여년 만에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는 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피곤한 법이다. 각양각색의 밀집되고 현란한 간판은 도시민들의 시선을 어지럽히며. 일종의 공해를 유발한다. 도시의 조명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도시조명은 때로는 빛 공해를 일으킨다. 스마트가로등이 등장하면 적어도 빛 공해는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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