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통영 광도면 죽림 유흥가의 모습. 기사의 특정내용과는 무관함
지난 5일 통영 광도면 죽림 유흥가의 모습. 기사의 특정내용과는 무관함

청정지역이 위험하다.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인해 위협받고, 이젠 주중 야간 유흥과 음주를 위해 통영을 찾는 외지인들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경남 쭌 아니라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된 가운데 시(市)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흥주점 영업을 하고 있는 통영으로 쏠림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바람이 반쯤 빠진 풍선을 쥔 쪽은 쪼그라들지만 다른 쪽은 부풀어지는 것을 빗댄 표현이 풍선효과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깊어갈수록 안전지대의 가치가 높아지는데 역설적이게도 안전하기 때문에 더욱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통영이 딱 그 모양새다. 2월 이후 지역감염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덕분에, 주말여행을 원하는 국민들이 통영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음을 주민들은 실감하고 있다. 관광도시인 통영으로서는 많은 방문객을 마다할 리가 없지만, 지역전파 및 감염 발생 우려 때문에 속이 편치만은 않다.

이차에 8월 중순 극우개신교교회 집회에서 촉발된 코로나19 제3파가 전국을 강타하는 바람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경남 대부분 지역이 주점·클럽·노래연습장·PC방 등 고위험시설에 대해 영업중단 조치를 취했다. 특히 7월까지 1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던 인근 거제시는 8월에만 23명이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결국 거제시는 지난달 23일 고강도 방역에 돌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난 2월 23일 30대 여성이 첫 확진판정을 받은 뒤 7월 16일 우즈베키스탄 남성까지 5개월 동안 총 1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8월 들어서 발생한 첫 3명의 확진자도 모두 외국유입 사례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8월 21일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50대 여성이 알 수 없는 경로로 8월 21일 확진판정을 받았고, 다음날 그녀의 20대 딸이 확진 받았다. 같은 날 커피숍 직원인 50대 여성이, 또 이 여성과 접촉한 50대 여성은 그 다음날(8/23) 확진판정을 받았다. 사흘 뒤 농장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이 확진됐고, 그 다음날 이 여성과 접촉한 시동생, 남편, 친언니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농장운영 여성은 슈퍼전파자가 됐다. 그녀와 계모임을 가졌던 60대 여성 두 명과 70대 여성이 8월 28일 확진됐고, 이 70대 여성의 가족인 또 다른 60대 여성, 40대 남성, 7살 어린이까지 8월 29일 확진판정이 났다. 8월 28일 확진판정 받은 60대 남성은 자신의 부인에게 전파해 29일 확진됐고, 이 60대 남성은 다른 60대 남성 두 명, 70대 부부에게까지 전파시켰다. 8월 한 달 동안 23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쯤 되자 확진자 가운데 한 명이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돌며 해당 확진자에 대한 혐오를 증폭시키는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비상이 걸린 거제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과 함께 고강도 방역조치를 시행했다. 먼저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의 모든 모임과 행사를 전면 금지했다. 이와 함께 다중이용시설 중 감염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시설에는 영업중단 조치를 했다. 고위험시설은 룸살롱 등 유흥주점과 콜라텍,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실내집단운동, 실내스탠딩공연장, 방문판매 등 직접 판매 홍보관, 대형학원, 뷔페, PC방 등 12개 업종이 포함된다.

스트레스에 청정지역으로 원정

올해 2월부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학교는 중단됐고, 해외여행은 불가능해졌으며, 국내여행도 자제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수입은 줄어들었고, 자녀와의 접촉시간이 늘면서 갈등은 증가, 외출할 땐 더운 날씨에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등 짜증스런 일은 잔뜩 인데, 스트레스를 해소할 최고의 방법 중 하나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거제주민들이 자연스레 통영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번엔 통영에 난리가 났다. 유흥주점의 특성상 좁은 실내에서의 밀접접촉을 피할 수 없다보니 자칫 손님으로 온 거제 접촉자가 통영에서 첫 지역감염자를 발생시킬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관광객이 급감해 온 통영으로서는 코로나19 이후 청정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을 반기는 시민이 있는가하면 오히려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던 차다. 그나마 주말에 한정되는 일이라 참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젠 주중과 야간에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통영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색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통영의 유흥업주들이 자발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섰다는 점이다. 물론 유흥업주들이 나선 것이 전적으로 지역민들의 보건안전을 위해서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와중에 영업을 할 수 있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은 측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통영업주들, 발열체크기 준비

이 부분은 통영시유흥업지부 류주환 지부장도 인정하고 있다. 그는 “현재 경남도내 시부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 통영이다. 거제뿐만 아니라 경남 전 지역에서 통영으로 오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라며 “그래도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다거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순간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업주들도 행여나 하고 노심초사한다”고 말했다.

거제에서 통영으로 오는 손님도 손님이지만 일명 보도라고 불리는 여성도우미들도 일 할 곳을 찾아 통영으로 올 가능성 크다. 이를 염려해 류주환 지부장은 통영의 보도방협회에 행여라도 거제, 고성, 마산, 창원 등에서 오는 도우미 여성들은 일체 받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전했다. 또 보도협회에서 당연히 “그러겠다”고 답변했다 한다. 또 통영유흥업지부 소속 업주들한테도 “개인적으로라도 타지역 도우미를 부르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는 협조요청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통영유흥업지부는 발열체크기 약150개를 단체 주문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으며, 8일쯤이면 통영 대부분 업소에 배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주환 지부장은 “출입자명부를 비치해 놓고 가게를 드나드는 모든 손님과 도우미 여성들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기재하고, 발열체크한 뒤 입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난은 항상 빈틈을 노린다. 좁은 실내, 밀접접촉, 음주 등을 할 수 있음에도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는 다찌집, 소주방, 바 같은 곳은 방역의 사각지대다. 원칙적으로는 고위험시설에 준하는 행정조치를 할 수 없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이해한다면 최소한 해당업소들의 자발적인 협조 정도는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몰고 온 새로운 진풍경이 웃프기만 하다.

※지난 9일자로 경남도내 다수 도시지역 유흥주점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이 해제됐다고 통영유흥업지부에서 알려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이후 코로나19 확진자의 숫자가 감소함에 따라 취해진 결정이며, 인근 거제지역도 집합금지에서 집합제한으로 완화됐음을 알려 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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