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야마시가 공간적 배경이 된 인기 애니작품 '이웃집 토토로', 타마노시의 항구, 미국 리들리에 있는 김형순 선생 기념비
일본 사야마시가 공간적 배경이 된 인기 애니작품 '이웃집 토토로', 타마노시의 항구, 미국 리들리에 있는 김형순 선생 기념비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이 말이 항상 맞지는 않는 것 같다. 해외 여행길이 막히니 오히려 더 외국을 갈망하게 되니 말이다. 통영시의 국제결연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앞가림하며 사느라 잊고 지냈더니 팬데믹에 이르러서야 외국 친구들을 한 번 더 둘러볼 수 있게 됐다.

통영은 모두 12개 도시와 결연을 맺고 있다. 그중 5개 도시는 국내 지자체와의 결연이고 외국도시로는 7군데와 결연을 맺었다.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사야마(狹山)시, 일본 오카야마(剛山)현 타마노(玉野)시, 중국 산뚱(山東)성 롱청(榮成)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들리(Reedley)시, UAE 푸자이라(Fujairah)시, 중국 광뚱(廣東)성 윈푸(云浮)시, 러시아 사마라주 사마라(Samara)시가 순차적으로 통영과 결연했다.

 

자매결연 3개, 우호결연 4개 도시

이중 일본 사야마시는 1973년 7월 4일 가장 먼저 자매결연 맺었고, 다음이 타마노(결연일 1981.8.3.), 중국 롱청시(1997.7.26.), 미국 리들리시(2004.10.18.), 푸자이라시(2013.3.22.), 중국 윈푸시(2015.10.20.), 러시아 사마라시(2016.6.17.)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중 자매결연도시는 사야마시, 타마노시, 리들리시 3군데뿐이며, 나머지와는 우호결연을 맺고 있다. 우호결연은 자매결연을 하기 이전의 교류단계를 말한다.

3년 뒤 자매결연 50주년이 되는 사야마시는 도쿄의 베드타운으로 발전했는데, 이곳에 거주하며 도쿄로 출퇴근하는 이른바 ‘사이타마 도민(都民)’이라 불리는 사람이 많다. 간토평야 한 가운데 위치해 들판이 넓고 기름지며, 숲 사이의 풍부한 하천 등 아름다운 자연으로도 유명하다. 특유의 차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사야마차하면 ‘떫은맛이 덜하고 단맛이 밴 부드러운 맛’으로 유명하다.

 

사야마, 토토로 무대로 익숙한 곳

인구 16만 여명의 사야마시를 포함해 도코로자와(所澤)시와 이루마(入間)시에 걸쳐 펼쳐진 구릉지대는 일본 애니메이션계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인기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무대가 됐다. 한국여행객들이 많이 찾았던 카와고에(川越)시도 바로 인접해 있다. 2003년 이후부터 매년 상호 교환방문하며 민관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2018년 10월에는 사야마 시장 일행이, 2019년 3월에는 강석주 시장 일행이 상호방문한 뒤 무역 갈등과 코로나19로 교류중단 상태다.

 

민간 먼저 출발한 타마노 교류

두 번째 자매결연을 맺은 타마노시는 민간교류가 도시교류로 발전한 사례다. 1973년 두 도시 JC(청년회의소)간 자매결연하고 도시간 자매결연의견이 오간 뒤 실제 결연까지 이어졌다. 도쿠가와 막부시대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타마노시는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를 끼고 있어 수산업이 발달했다. 일제강점기 오카야마현 출신 일본인들이 통영에 집단거주했던 곳이 지금의 도남동 강산촌이다. 강산(剛山)이란 오카야마의 한국식 한자발음이다. 20세기초 우노항이 개방되고 간선철도가 개통되면서 교통 요지가 됐고, 조선업과 관련 산업이 함께 발달했다. 인구는 7만3000명쯤이다.

국제결연을 맺은 것은 4번째지만 3번째 자매결연 도시로 발전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들리시다. 통영과의 특별한 인연이 관계발전에 큰 영향을 줬다. 토양이 비옥하고 일조량이 많아 과수재배 최적지인 이곳 리들리시는 최초의 미국 본토 한인 정착지가 형성된 곳이다. 여기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이 통영 출신 독립운동가 김형순 선생(1886~1977)이다. 올해는 김형순 선생이 이곳 리들리시에서 김브라더스라는 회사를 설립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美리들리시, 김형순 선생과 인연

이런 인연으로 2003년 인구 2만2000여 명의 작은 농업도시 리들리시에서 먼저 자매결연을 제안했고, 이듬해 리들리시의 초청에 응해 진의장 시장 일행이 미국을 방문, 교류협력에 합의하고 2004년 자매결연했다. 2012년에는 통영RCE의 청소년 해외탐방팀(BTW) 5명이 리들리시 방문연수를 했고, 2016년에는 민주평통 통영시협의회원 28명이 리들리시 김형순 기념비를 방문했다.

인구 68만 여명으로 중국에서는 소도시(?)인 롱청은 수산양식업이 발달한 도시로 우리나라와 무역거래를 해오던 중 여건이 비슷한 통영시와 우호관계를 맺고 공동발전을 꾀하고자 롱청시가 먼저 제안해 우호협약을 체결했다. 이 결연도 민간업체에서 시작됐다. 롱청시에 사무실을 개설한 관내 업체의 초청으로 통영을 방문한 롱청시 부시장 일행이 통영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교류희망 의사를 전달했고, 이듬해 고동주 시장 일행이 롱청시를 답방해 결연을 맺었다.

이밖에 UAE 푸자이라시, 중국 윈푸시, 러시아 사마라시와 우호결연을 체결하고, 일부는 공무원 연수교류 또 일부는 시장단 방문이 있었지만 이후 눈에 띄는 교류확대는 없다. 진린 제독의 후손이 살고 있는 윈푸시는 인구가 286만 명이고, 사마라는 인구 117만 명으로 러시아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다. 잇속만을 챙기는 것이 친구를 사귀는 올바른 마음가짐이 아니지만, 실속도 챙기고 우정도 쌓는 상책(上策)을 고민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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