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 친척이라도 몸과 마음이 멀면 피붙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법인데. 친구하자 서약 맺고도 교류가 드물다면 맺지 아니함만 못하지 않을까? 우리가 국제결연교류를 할 때 어떤 상대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종류의 교류를 할 지 결정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일본 사야마시와는 민간차원에서까지 매년 상호방문 교류를 하고, 타마노시와도 자주 민간교류가 이어지는 것은 그나마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서 가능하다. 그런데 2004년 결연을 맺은 미국 리들리시와는 2016년 통영민주평통협의회원들이 방미한 것이 마지막이고, 2011년 우호결연 맺은 UAE푸자이라시와는 2014년 푸자이라 공무원이 통영시청에서 6개월 연수한 것이 마지막이다.

중국 도시들과는 거리에서의 상대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교류는 제한적이었다. 물론 싸드배치에 따른 외교정치적인 원인도 있었다. 롱청과는 공무원 상호연수 파견이 교류의 전부였고, 윈푸와도 2015년 결연 이후 교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러시아 6대 도시의 하나라는 사마라시는 음악, 문화예술이 발달한 도시임에도 관련 교류를 했다는 소식은 없다.

토론회에서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통영의 역사, 산업, 문화 측면의 특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상대도시를 선택한 다음 상호이익에 부합하는 국제교류를 가능한 자주 가짐으로써 시민들의 공감대까지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현재 통영이 베트남 도시와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작년 동백연구소가 베트남농업연구소와 베트남에 동백군락지 조성을 위한 MOA(합의각서)를 체결하자 통영시는 동백이 상징시화(市花)인 점, 통영에 가장 많이 거주하는 외국인이 베트남인인 점 등을 고려해 베트남 도시와의 교류를 추진 중이다.

통영에서 가져간 동백씨와 삽목이 하노이 인근 ‘화이득’과 ‘미득’의 두 군데 동백군락지에서 원만하게 생육되고 있는데, 양질의 동백이 생산되면 동백연구소는 이를 원료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게다가 한류가 대단히 인기 높은 베트남을, 동백화장품이나 동백오일의 소비시장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도 갖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만 아니었다면 통영시는 사업지를 선정하기 위한 출장을 이미 지난 6월에 가질 예정이었다. 통영시는 코로나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동백군락지 사업추진 도시와 MOU를 체결하고 민간교류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베트남 도시와의 국제교류 결연이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자체장의 의지가 가장 많이 반영됐던 이전 사례와 달리 이번은 통영시와 민간단체가 함께 자신의 영역에서 상호조화를 이루면서 조심스레 추진 중이고, 동백이라는 통영의 상징이 교류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섣부른 기대일지는 몰라도 어쩌면 베트남 도시와의 국제교류결연은 대전환점이 될 수도 있으며, 국내 다른 도시들에게도 모델 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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