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우체국보험에 가입했건만 외려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으려 하거나, 가입자에게 불리하도록 특약을 바꿀 것을 강요 등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더불어 국가가 지급을 보증한다고 믿는 우체국보험이 금융감독원의 통제를 받지 않는데다, 지급여력비율 산정 시 100%나 자의적으로 상향시키는 것은 물론, 민간보험사에 비해 부지급율이 무려 9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본지에 피해를 호소한 제보자 A씨는 지난 2007년 이후 자신과 가족 및 자녀를 위해 여러 개의 우체국보험에 가입했다. 정부가 보증한다는 점,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점, 혜택이 다양하다는 점 등이 우체국보험 가입을 결정하게 된 동기들이다. 그렇게 A씨가 자신을 피보험자로 2007년에 가입한 우체국보험이 지금은 판매가 중지된 올커버건강, 올커버암치료, 에버리치상해 등 3개였다.

그런데 우체국보험측과 A씨 모두에게 운이 나쁘게도 가입 이후부터 건강하던 A씨가 ‘움직이는 병동’이 되고 말았다. 섬유근통, 요추통증, 대상포진, 베체트병 등으로 병원 신세지기 일쑤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A씨가 우체국보험을 가입했던 것과 비슷한 시기에 S화재보험사에도 건강관련 보험을 가입했다는 점이다. 우체국보험으로 A씨가 받을 수 있는 것은 입원비였지만, S화재 보험으로는 실손의료비와 입원비를 모두 받을 수 있었다.

A씨가 S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지급내역을 보면 2010년 2월 질병입원비 11만 여 원으로 시작해 지난 8월 질병입원비 300여 만 원까지 최근 10년 것만 무려 A4용지 40여 장 분에 달한다. 금액으로도 억대는 될 것으로 보인다. 우체국보험도 최근 10년 동안 218건이나 지급됐다. 역시 억대의 보험금이다.

 

잘 지급하다 갑자기 지급거절

하지만 지난 2018년부터 우체국보험은 A씨의 일부 보험급 청구건에 대해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우체국보험을 관장하는 우정사업본부 민원조사부서에 따르면 “입·퇴원확인서 및 소견서 상 기재된 병명만 다를 뿐 이전 치료와 동일한 것으로 볼 때 이를 다른 질병에 대한 치료라고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므로 입원급부금 지급을 요청하시는 고객님의 주장은 부득이 수용할 수 없음”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A씨는 “이렇게 지급요청이 거절된 건수가 무려 60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반면 동일한 건에 대한 A씨의 입원비 지급요청에 대해 S보험사는 전부 지급했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금융감독원이 우체국보험의 관리감독기관이 아니란 점이다. 또 우체국보험은 보험업법이 아니라 우체국예금보험법의 적용을 받으며, 운용주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다. 우체국예금보험법에는 우체국보험과 예금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검사할 수 있으나, 정보통신부장관의 재량에 따를 수 있기 때문에 거의 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A씨의 입원비 지급요청 국민신문고 민원에 대해 우정사업본부가 보낸 ‘민원회신문’을 보면, A씨가 청구한 입원비가 ‘동일 질병’이 아니라 ‘다른 질병’으로 인한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의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질병코드를 다르게 적시한 입·퇴원확인서와 소견서를 비전문가인 우정사업본부 보험개발심사 관계자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만일 우정사업본부가 입·퇴원확인서와 소견서를 허위인 것으로 판단했다면 형사고발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아직 해당 의사를 형사고발한 것 같지는 않다.

 

엉뚱한 약관으로 민원회신 답변

또 “왜 A씨가 가입하지 않은 약관의 내용을 기초로 민원회신 답변을 했는가?”라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담당자는 ‘실수였다’고만 답변할 뿐이었다. 만일 우정사업본부가 실수를 인정한다면, 민원회신문의 내용을 민원인이 신뢰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전문의 의견은 묵살하고, 해당약관이 아닌 것을 기초로 보낸 답변이라면 어떻게 그것의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일까?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우정사업본부의 이런 문제점이 오래전부터 지적됐다는 점이다. 우체국보험의 부지급률(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한 건 중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비율)은 8.41%로 민간보험사의 평균 0.96%보다 무려 9배 가까이 높다는 사실이 이미 2016년 국감에서 드러났다. 민간보험사는 보험금 청구 100건 중 1건 정도만을 지급거절하지만, 우체국보험은 무려 8~9건이나 거절한다는 것이다.

 

10년 납입한 특약, 해제강요도

우체국보험의 도덕적 해이 사례는 또 있다. 원래 A씨는 올커버건강보험 계약건으로 입원비를 하루에 최대 4만원(주계약·특약 2만씩)을 보장받을 수 있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계약 10년째쯤인 지난 2017년 10월 특약을 해지하는 계약변경을 하고 말았다. 물론 겉보기에는 계약당사자인 A씨가 자신의 의지로 계약변경을 한 것으로 돼 있지만, A씨의 설명은 다르다. 우체국보험 담당 설계사가 자신을 찾아와 특약해지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A씨로서는 이미 10년이나 계약을 유지하면서 충분히 혜택을 입고 있었던 점, 특약보험료는 A씨에게 큰 재정적 부담이 아니었던 점, 입원을 자주하던 A씨로서는 갑자기 특약을 해지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설계사가 강요했다’는 A씨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 점은 통영우체국보험 관리자도 인정하는 바다.

우체국보험은 다른 민간보험사에 비해 다양한 혜택을 이미 받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이 100%를 넘도록 규정하고 있고, 금융감독원은 한발 더 나아가 150% 이상을 권고한다. 만일 지급여력비율이 100% 미만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에 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 등 시정 조치를 하고, 150% 미만이면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한다. 우체국보험은 지급여력비율이 222%를 넘었다고 공시하지만, 민간보험사와 산출방법이 다르다는 데 맹점이 있다.

 

금융감독원 관리감독 안 받아

우체국보험의 실제 지급여력비율은 122%지만, 우체국에 대한 정부보증을 인정해 100%P를 추가로 더한 비율이라고 한다. 또 보험업법에 따르면 민간보험회사는 300억 원 이상의 자본금 또는 기금을 납입해야 보험업을 시작할 수 있지만, 우체국보험은 무자본으로 출발했다. 그렇다면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다양한 혜택까지 받는 우체국보험으로서는 자사의 보험설계사뿐 아니라 관리조직에 대해서도 금융 및 보험관련 도덕적 책무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함이 타당하다.

10년 동안이나 보험금을 지급하던 우체국보험이 갑자기 특약 해지를 겁박하듯 강요하더니, 해지변경을 하자마자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는 모습은, 애초에 보험업 영위가 가능하지도 않았던 우체국에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조차 받지 않고, 자본금도 없이, 지급여력비율조차 상향시켜주면서 허락해 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가 아닐까? 국내최고 보험사조차 두 말없이 지급하는 보험사고에 대해, 전문의의 의견조차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태도는 향후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어떤 신호를 줄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되묻게 만든다.

 

불치질환 A씨, 여전히 병원신세

A씨는 지금도 여전히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특히 전신의 혈관에 염증이 나타나는 질환 중 하나인 베체트병을 앓고 있는데, 이 병은 밝혀지지 않은 병원체나 물질이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임파구와 백혈구의 기능 이상을 초래해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원인조차 알지 못한다. A씨는 이 병 때문에 오른팔에 주사바늘 삽입관을 액세서리처럼 달고 생활할 정도다. A씨가 바라는 것은 당초의 보험계약대로 이행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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