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냐 개발이냐는 20세기 이후 인류가 맞닥뜨린 결말 없는 논쟁이다. 이는 21세기 지구촌 대한민국 남단의 바닷가 마을에도 여전한 것 같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변경안 소식을 들은 지역주민들이 화가 날대로 났다. 어느 정도 최소한의 공원구역이 해제됨으로써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아니 오히려 기대와는 완전 반대로 해제면적은 한줌인 반면 편입되는 면적이 그 천배를 넘기 때문이다.

이번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은 50년 넘도록 묵묵히 피해를 감수하며 살아온 한산도 주민들을 화나게 만들었으며, 신규 편입되며 뒤통수 맞은 욕지도 주민들을 뿔나게 했고,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시의회까지 버선발로 나서게 했으며, 용역을 통해 구역변경 관련 보고서까지 정성스레 제출한 통영시마저 황당하게 만들었다.

 

한산주민, 최소한 면적 해제 요청

한산도 주민들이 가장 먼저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제면적은 0.01㎢인데 반해 신규 편입면적은 14.1㎢인 것”에 분노했다. 지역구 의원으로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문성덕 의원(59,국민의힘)은 “그간 주민들은 육지부 48㎢중 0.7%인 3.74㎢와 해상부 188㎢중 0.8%인 16.67㎢를 해제 요청해 왔다”며 “육지부는 주민거주지역, 농경지, 쪼개진 토지이고, 해상부는 바다의 농경지라 할 1종 공동어장으로 그야말로 최소한의 면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환경부는 26필지 약0.01㎢만을 해제한 반면, 86필지 약 14.1㎢를 공원에 새로 편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의 해제요구에 대해 총량제를 들며 거절해 온 환경부로써는 이번 변경안이 스스로의 논리와도 모순된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하는 것 같아 보인다. 문성덕 의원도 “법에도 없는 총량제와 생태기반평가라는 두 가지를 주요 쟁점만으로 주민의 고통과 생존권을 아랑곳도 없이 박탈하고 진행 중인 환경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편입면적과 해제비율은 총량제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1968년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편입된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각종 규제와 인·허가에 시달린 주민들은 일부 공원면적해제에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렸다고 주장했다. 1995년 시군 통합 당시만 해도 산양읍 인구는 9700명으로 읍·면 중 가장 인구가 많았지만, 지금은 5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반면 용남면은 1만2000명을 훌쩍 넘었고, 광도면은 조선업 경기불황에도 3만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산도에는 제승당이라는 역사적 유물이 있고, 육지와 훨씬 가깝지만 오히려 욕지도와 사량도를 방문하는 여객선만 만원인 것이 현실이다. 지난 8월 휴가철에도 욕지도와 사량도를 찾는 뱃길은 북적거렸다고 한다. 주민들은 “상속받은 밭을 일구려는데 나무 한 그루조차 베지 못하게 하고, 낚시터 조성은 언감생심이며, 도시재생사업이라는 뉴딜사업 편입은 꿈조차 못 꾼다”고 하소연했다.

 

욕지주민, 목숨 걸고 결사투쟁 선언

욕지도 주민들은 ‘벌건 대낮에 날벼락’ 맞았다. 두미도, 노대도, 동항, 연화도 등이 특정도서로 국립공원구역에 대규모 신규 편입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즉각 욕지면 한려해상 국립공원 반대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지난달 25일 욕지도에서 반대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서 추진위원회는 “주민의견 수렴 없이 국립공원구역을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것을 반대하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결사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지난 6일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통영시 봉평동 소재) 앞에서 주민 70여 명이 참여해 대규모 규탄집회까지 열었다. 이 자리에는 욕지 출신의 손쾌환 통영시의회 의장(68,국민의힘), 지역구 정동영 경남도의원(65,국민의힘)도 참석했다. 주민들은 동부사무소 앞에서 2시간 가까이 꽹과리, 북, 장고, 징을 동원해 “변경계획 철회하라”, “공원편입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손쾌환 의장을 비롯한 주민대표들은 이진철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장을 만나서 주민들의 연대서명 결의서를 전달하고, 욕지도가 국립공원에 편입된 경위를 따져 물으며 동시에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는 주민들의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욕지도 주민들은 한산도주민들과의 연계투쟁, 세종정부종합청사 항의방문 집회 등을 계획 중이다.

 

손쾌환 의장이 지난 6일 욕지주민들의 규탄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손쾌환 의장이 지난 6일 욕지주민들의 규탄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시의회 건의서 채택, 姜시장 항의회견

통영시와 통영시의회(의장 손쾌환)도 주민들의 분노에 화답했다. 통영시의회는 지난 7일 개회한 제204회 통영시의회 임시회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 공원계획 변경 관련 대정부 건의서’를 채택하고 정부 및 관련 기관으로 보냈다. 시의회는 이 건의서에서 “환경부가 기존 통영시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에 26필지 0.01㎢가 해제되고, 추가로 86필지 14.1㎢가 편입면적에 포함된 제3차 국립공원 계획 변경(안)을 공개했다”며 “통영시의 오랜 요구와 국립공원구역 지정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역민의 최소한의 의견마저 묵살한 일방적인 결과에 강력히 반발하며, 지금까지 과도한 규제로 주민에게 고통을 안긴 사실을 인정하고, 주민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국립공원구역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 통영시는 이번 한려해상국립공원 계획변경안과 관련 여의도 국회의원실을 방문해 통영·고성 지역구 정점식 의원뿐 아니라 같은 국립공원 권역에 있는 거제시 서일준 의원, 사천시·남해군·하동군 하영제 의원과 함께 공동 항의문을 제출하고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통영시는 이 항의문에서 “지난달(8월) 한려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주민 공람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알권리를 무시한 채, 공원구역 재조정에 대해 법에도 없는 공원 총량제를 구실로 삼고, 구체성이나 균형 감각이 없는 공원구역의 편입과 해제 등의 독단적 행정으로 지역 민심을 이반시키고 호도하고 있다”며 “환경부에 엄중한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날 항의문 전달에는 정점식 의원뿐 아니라 문성덕 시의원, 유성조 산양읍 주민대책위 대표, 정성기 통영시청 공원녹지과장 등이 함께 참석했으며, 정부 측에는 홍정기 환경부 차관, 송현근 자연환경정책실장, 담당사무관, 국립공원공단 오민석 추진단장이 있었다. 이들은 국립공원 구역조정과 관련 “자연마을 내 소형 조선소 등이 현행대로 공원구역으로 존치되는 등 공원구역 조정이 불합리”함을 지적하며 “공원구역을 전면 재조정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통영시, 협의없는 일방적 변경안 유감

그동안 통영시는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조정 관련해 자체적으로 타당성 검토용역을 한 결과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해제요구 방안을 건의하고 구역조정(해제)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한려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안에는 해제면적은 26필지, 약0.01㎢에 불과한 반면, 편입면적은 86필지 약 14.1㎢인데다, 마을지구 확대안에는 15개 마을 188필지가 포함되는 자료가 있을 뿐, 현황 조서가 없어 구체적인 사실을 알 수 없는 등 불합리한 점이 많음을 지적했다.

더구나 특정도서인 산양읍 연곡리 내․외부지도, 욕지면 내․외 거칠리도, 외초도, 좌사리도 등 7개 지역과 한산면 소․대구을비도, 사량도 딴독섬, 대호도 등이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으로 조정하면서 사전에 통영시의 의견조율이나 협의가 전혀 없었다. 이는 국민들의 알권리를 현저히 침해하는 부당한 행정이 분명하다.

강석주 시장은 지난 6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여론에 호소했다. 강시장은 “10년 주기 국립공원 구역 및 용도지구 재조정은 국립공원 타당조사 기준에 따른 생태기반 평가와 적합성 평가를 거친 변경안을 주민들에게 공람 및 공고하고, 공청회를 개최한 뒤 총괄협의체 논의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공원위원회에서 심의, 확정 고시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현재 주민 공람공고는 완료되고, 코로나19로 공청회가 연기됐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통영시 산양읍과 한산면 일원은 1968년 12월에 한려해상국립공원 통영 한산지구로 지정된 이래 50여 년 동안 자연공원으로 묶여, 그간 각종 규제와 행위허가 제한으로 지역개발에서 소외되고, 사유재산권을 침해당해 왔다”며 “오랜 기간 묵묵히 국가 정책에 순응하며, 참고 기다려온 지역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삶의 질 저하로 인한 불편과 고통을 인내하기 어려운 실정으로써 통영시는 한려해상국립공원 변경안이 반드시 재조정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市, 지역발전 걸림돌, 재조정 간곡 요청

통영시는 국립공원 구역조정에 대비해 지난해 5월 자체 용역을 수행, 수차례의 지역주민 설명회와 현장조사를 거친 최종보고서를 마련해 지난 3월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와 국립공원공단, 환경부 등에 전달한 바 있다. 주된 내용은 지역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건의한 공원구역 해제와 한려해상국립공원 통영한산지구를 재조정이다.

하지만 지난달 8일 주민공람된 변경안에는 주민건의안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오히려 욕지면, 사량면 등의 주변 특정도서 지역이 변경안에 포함되는 바람에 기존 국립공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물론, 새로 욕지면, 사량면 지역 주민들의 분노까지 사고 있다. 특히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일방적인 행정조치에 더 큰 분노가 쏟아지는 실정이다.

통영시는 “오랫동안 한려해상국립공원 통영한산지구로 지정되어 그동안 각종 불합리한 규제로 주민생활권 침해는 물론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되어 왔으며, 특히 조선업의 쇠퇴 등 지역경제의 장기적인 침체와 맞물려 도시의 활력마저 잃어 가는 실정”이라며 “금번 국립공원계획 변경, 구역 재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개선돼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독선적인 행위는 주민들 사이에 ‘헌법 위에 국립공원법’이라는 비아냥까지 사고 있다. 이를 마냥 허투루 들을 수 없는 것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모순적인 언행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통영시 산양읍 연화리에는 아름다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다도해를 바라볼 수 있는 천혜의 장소에 국립공원해상생태탐방원이 있다. 공단으로서야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해양생태계의 소중함을 배우는 자연체험형 생태탐방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상 콘도휴양시설 또는 호텔이나 마찬가지다.

 

강석주 통영시장이 지난 6일 환경부가 민의를 외면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강석주 통영시장이 지난 6일 환경부가 민의를 외면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헌법 위에 국립공원법 비아냥

총사업비 146억 원을 투입 지난 2016년 9월 공사를 시작해 2018년 개장한 연면적 3903㎡에 지상 2층 규모의 ‘생태탐방원’은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해상생태탐방원이다. 북한산, 지리산, 설악산, 소백산에 이어 5번째로 조성된 국립공원 생태탐방원인데, 이후로도 가야산, 내장산, 무등산에 생태탐방원을 개장해 총 8군데나 된다.

생태탐방원 조성 당시에도 자연환경 훼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논란이라면 사실여부를 따진다는 것이지만, 이때 자연환경훼손은 사실이었다. 산허리는 잘리고, 진입로를 위해 파헤쳐졌으며, 수풀은 제거됐다. 민간사업자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벌금을 물어도 수 억 원 물었을 일이고, 그에 앞서 실형을 받아도 입도 뻥긋하지 못할 일이다.

반면 하루하루 생존에 급급한 민초들은 최소한의 재산권마저 침해당하고 있다. 그것도 50년 넘게. 기사 서두에 ‘결말 없는 논쟁’을 언급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100년 넘도록 자연환경의 파괴가 초래한 괴멸적 피해를 목도한 인류는 마침내 지난 세기말부터 금세기에 걸쳐 논쟁의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자연환경을 지키지 않으면 인류의 존재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그러기에 국립공원구역에 편입된 탓에 오랫동안 재산적 피해를 감내하며 살아온 한산도 주민들이지만 무조건적인 공원구역 해제를 바란 것도 아니며, 욕지도 주민들은 앞으로 50년을 지난날 한산도 주민들이 받은 고통을 똑같이 되풀이할 수 없다는 것 뿐이다.

쉬운 예로 산양읍 비진도 외항마을 주민들은 먹고 살 터전이 있는 포구까지 그저 오고가기 쉽도록 도로 하나 내는 것도 불가능한 실정인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해제를 거절하는 사유는 그저 ‘같은 생활권역으로 볼 수 없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뿐이다. 반면 이번에 새로 편입되는 곳 중 하나는 산양읍 추도인데 이곳에는 단지 1필지만이 해당한다. 얼마나 넓은 지역인지도 모르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도대체 왜 이 곳에, 단 한 필지만을 편입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젠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진심어리고 합리적인 응답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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