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바다의 땅 통영 디자인(가운데)과 시 캐릭터인 통멸이(왼쪽과 오른쪽)
통영시 바다의 땅 통영 디자인(가운데)과 시 캐릭터인 통멸이(왼쪽과 오른쪽)

뽀로로는 2003년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탄생해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뽀통령’에 등극한 다음 세계시장에서도 엄청난 로열티 수익을 올렸다. 2019년 탄생한 펭수는 단숨에 유튜브 스타가 됐고, 심지어는 국정감사에 출석하느냐 마느냐는 논란의 주인공이다. 등장 이후 9개월 만에 1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인 BTS는 말 할 것도 없다.

캐릭터란 지적재산권의 한 종류에 불과하지만 그 파급력은 엄청날 수 있다.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자체의 인식은 아직도 저 아래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고급와인하면 떠오르는 곳이 프랑스 그중에서도 보르도다. 축제나 파티에 빠질 수 없는 샴페인은 프랑스의 상파뉴 마을이름 그 자체다. 위스키하면 연상되는 스카치위스키. 이는 스코틀랜드산 위스키를 의미하는데, 함부로 스카치위스키 이름을 도용했다간 패가망신한다.

 

출신 다양 조합원 고려 ‘남해안굴’로

이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지자체도 이런 지리적 명칭을 이용한 상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02년 보성녹차를 시작으로 하동녹차·고창복분자주·성주참외·의성마늘·영동포도·제주한라봉·안성쌀 등 지역명칭을 딴 상표 이른바 ‘지리적표장단체표장’이 작년까지 108개나 등록됐다. 통영하면 떠오르는 ‘통영굴’은 등록하지 않았는데, 이는 굴수협의 조합원들이 고성, 거제, 남해 등에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 ‘남해안굴’이란 명칭으로 출하된다고.

전국의 각 지자체별로 지역의 상징물, 특산물 등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조례를 제정했다.

강원도 강릉시는 1996년 4월에 강릉시 소유 업무표장·상표와 관련 ‘상표권 사용 조례’를 제정했는데, 여기에는 업무표장의 형상과 지정업무·상표의 형상과 상품류 구분·사용료율 뿐만 아니라 사용계약에 관한 사항, 사용료의 면제와 징수, 상표권의 사용중지 규정까지 들어있다. 하지만 계약으로 충분히 규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까지 조례에 규정한데다, 전용사용권 보호 규정처럼 이미 상표법에 있는 항목까지 규정하는 등 군더더기가 많다. 더구나 업무표장과 상표에 관한 내용뿐이라서 지식재산권 전반을 아우르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조례 갖춘 지자체 없어

대부분의 지자체가 마련한 조례는 지역의 특산농산물에 대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기도 김포시도 2011년말에 ‘농업과학기술 지적재산권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는데, 그나마 ‘지적재산권’이란 용어를 사용했음에도 ‘농업과학기술과 관련’된 것으로 한정하고, 출원대상을 연구사업결과·학술용역결과·무상 기증된 연구결과의 세 가지로 제한함으로써 지역민들의 동기부여에는 실패했다. 한편, 김포시는 ‘농특산물 통합상표 관리에 관한 조례’가 별도로 있다.

명문장가 추사 김정희 선생의 출신지 충남 예산군은 2012년 10월에 ‘추사지식재산권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상위법이라 할 상표법이 유사상표를 규제 하고 있음에도 추사문화상품의 명칭과 형태까지 규정한 것은 헛수고처럼 느껴지며, 통상사용권자의 의무규정도 사족(蛇足)같아 보인다.

광역시도인 강원도는 ‘관광기념품 고유상표 관리 지침’을 1998년 제정했는데, 기념품의 범위를 제3조에서 지정하고, 4조에서 고유상표 사용승인 대상제품도 지정하며, 고유상표사용승인(6조)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표권 등록자와의 권리충돌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상표권 침해판정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른 민사책임과 행정적인 책임을 질 경우마저 생길 정도로 불완전해 보인다.

 

통합조례 제정으로 아이디어 장려해야

이런 사정은 통영시도 오십보백보다. 2010년 5월에 제정한 ‘통영시 상징물조례’는 시를 상징하는 상징물의 종류를 규정하고 이를 관리하며, 관련사업 시행과 사용승인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전국 200개가 넘는 지방정부마다 보유한 상징물과 캐릭터 중 인지도가 높거나 인기 있는 대상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조례로 규정하는 것이 시간낭비이자 행정력 낭비일 정도다.

그럼에도 2010년 말에 제정한 ‘통영시 공예품 및 산업디자인개발 육성조례’는 공예품 및 산업디자인 경진대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등 규정들이 대체로 군더더기는 없어 보인다. 다만 조례에서 규정하는 ‘산업디자인’으로는 상표, 특허, 실용신안 등의 보호는 어려워 보인다. 작년 말에 재정한 ‘통영바다 상표권 관리 조례’는 ‘바다의 땅 통영’ 디자인을 응용한 ‘통영바다’ 상표를 표시할 수 있는 대상 업체의 자격과 심사·선정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상품을 만들지 못하면 상표를 사용할 수 없도록 자격조건을 부여해 지역특산품의 품질을 높이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자격이 되더라도 사용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지원하도록 규정해 신제품 개발, 위생·안전시설 설치, 온라인 홍보 등 상품의 질을 높이도록 유도한 점은 그나마 진전된 조례로 판단된다.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통영시의 조례는 이 세 가지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업체의 지적재산권 출원 및 등록을 장려하고, 희망업체는 관련 업무를 지원하며, 나아가 통영시 역시 우량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통합조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통합조례는 어쩌면 우리지역에 소규모 스타트업을 유치하는 방아쇠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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