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추세에 병원자생력 기대 더 어려워, 달빛어린이병원 설립 힘들 듯

지역책임의료기관화 용역중단, 주민여론도 현 장소 vs 새 부지 갈라져

 24시간 아동진료를 할 수 있는 일명 ‘달빛어린이병원’과 통영적십자병원의 ‘지역책임의료기관화’ 사업이 코로나19로 전면 중단된 상태라서 특단의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달빛어린이병원의 경우 지역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인데다 조선업의 붕괴로 젊은 노동력마저 외지로 유출되는 상황이라 이윤에 기대는 사설병원에 맡겨서는 성취되기 불가능하다. 결국 공적 예산이 투입돼야만 하는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통영시로서는 국가예산에 기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현재 무전동 서울아동병원이 보건복지부의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전국에서 23번째, 경남에서 3번째로 지정돼 지난해 8월 달빛어린이병원 업무를 시작한 서울아동병원은 평일에는 밤 11시까지,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과 토요일에는 오후 6시까지 어린이들을 위해 야간 및 외래 진료를 하고 있다.

그나마 응급실로 가야만 하는 부담을 줄이긴 했지만, 어린이들이 반드시 달빛병원 업무시간에만 아플 수만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의료서비스의 수준이 대도시에 비해 열악하다고 생각하는 지역민이 많은데, 특히 영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들을 가진 젊은 부부들의 소외감은 더 크다.

그런데 병원과 통영시도 이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닌데, 이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처럼 느껴진다. 안정적인 제조업체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아서 청년층 인구가 줄어들었고, 청년층 인구가 줄다보니 아동병원의 잠재고객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통영을 떠나지 않은 젊은 부부들은 그들대로 열악한 지역의료 서비스를 비난하고, 의료기관은 그들대로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체를 유지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마스크 착용을 철두철미하게 하다 보니, 다른 질병에 의한 환자의 진료방문조차 급감했다고 한다. 팬데믹의 역설이라고나 할까? 코로나19 이전에는 아동들이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독감 등의 전염성 질환에 걸려 병원을 찾았는데, 등교일수도 줄었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는 정도니까 잠재적인 환자발생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한편 지역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확 끌어올릴 의료대책이 작년하반기 발표됐는데, 그것은 통영적십자병원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3000평 정도의 부지에 응급실뿐 아니라 중환자실, 소아응급과, 산부인과, 외과 등 모든 진료과를 갖추고, 300개 이상의 병실에 최첨단의료장비까지 구비한 종합병원으로 변신시키겠다는 방안이었다. 2019년 당시 5년 이내로 예상했으므로, 올해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늦어도 2025년까지 신규 개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 올해 전반기에 용역을 시작해 병원의 규모와 장소 등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역시 코로나19로 전면 중단됐다. 이 계획에는 통영시가 부지를 제공한다는 조건이 붙었는데, 이를 두고 의견이 갈라진 것도 통영시와 정부가 사업을 추진하는 데 부담이 되는 것 같다.

일부시민들과 많은 도서민들은 지역책임의료기관이 현재의 적십자병원 부지에 신축 또는 리모델링되기를 바라고 있는 반면, 다른 시민들은 별도의 널찍한 부지에 신축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 장소를 고수하기를 바라는 가장 큰 이유는 인근 여객선터미널에서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도서민들 입장에서는 객선을 타고 육지로 와서 불편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지기 싫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장소에서는 지역책임의료기관이 될 정도로 규모 있을 만큼의 부지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신규부지에 신축하자는 의견도 타당하게 들린다. 우선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인근 고성과 거제의 환자들까지 아울러서 수용하려면 현 장소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도서민들만을 잠재적 고객으로 보는 지자체형 병원이 아니라 3개 시군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현 장소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응급실은 물론 닥터헬기까지 운영할 계획인 점을 고려하면 도서민이라고 긴급의료에서 소외될 위험성은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여객선터미널에서 신설병원으로 셔틀버스를 운영한다면 이동의 불편함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팬데믹으로 사업추진이 잠시 중단됐지만, 정부는 내년 초 사업용역을 이어갈 예정이다. 길면 1년 정도 이어질 용역을 통해 인근 지역까지 포함한 의료수요를 바탕으로 현 부지가 나을지, 신규 부지가 나을지 판단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전체적인 일정은 2년 정도 늦춰지니까 2027년이면 우리 지역에 대학병원 수준의 지역책임의료기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인구와 접근성, 의료자원 등을 고려해 전국을 70개 지역으로 구분하고, 필수의료 정책을 여러 시·군·구를 포괄한 ‘중 진료권’ 단위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통영시는 거제시와 고성군이 한 진료권으로 분류됨에 따라 통영은 거창적십자병원과 더불어 신축이 추진 중이다. 통영만 생각하는 ‘좁은 나’가 아닌 인근 지역까지 아우르는 ‘넓은 우리’를 생각할 때라는 충고가 귀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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