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는 아마도 우리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아닐까? 피해의식이 남달라서인 지, 공정해야한다는 심리가 강해서인 지, 아마도 둘 다 일 것이다. 우리처럼 단체의식이 강하면서도, 공사(公私)를 분명히 가리는 국민도 드물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공무원들의 국외출장에 대해 유달리 엄격하다. 예산을 많이 사용했는지도 따지고, 명목만 공무(公務)지 사실상 외유(外遊)인지도 분명히 지적하고,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많은 공무원이 가는지, 혹시 공짜로 가거나 가면 안 되는 사람은 없는지 심지어는 공무출장을 가기에 적절한 시기인지조차 시시비비 가리려고 한다.

그래서 본지가 통영시의 공무원 국외출장제도에 대해 한 번 살펴봤다. 국외출장을 가는 공무원에는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통영시청 소속 공무원이고 다른 하나는 시의회 소속이다. 시의원도 선출직이지만 공무원으로서 국외출장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사실 시민들이 국외출장을 주시하는 대상은 일반 공무원보다는 시의원 같은 정무직공무원이다.

일반 공무원은 ‘통영시공무국외출장규칙’에 따라야 하고, 시의원은 ‘통영시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규칙’에 정해진 대로 해야 한다. 일반 공무원이 공무국외출장을 가는 것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통영시의 결정에 따른 공무를 수행하기 위해 소속 공무원이 국외출장 가는 것과 상급 기관의 결정에 따른 공무를 수행하기 위한 국외출장에 예산만을 지원하는 것이 그것이다.

가령 경남도청이 특정분야에 대해 하급기관 담당공무원 전체를 대상으로 공무 국외 출장을 가는 경우다. 공무국외출장과 관련 통영시시정조정위원회가 운영하는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당연히 받아야 하고, 출장을 마친 뒤 30일 이내에 출장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시의원의 공무국외출장 규칙은 일반공무원의 그것보다 더 장황한 것은 아니지만 훨씬 더 엄정하다. 적용범위가 일반공무원의 국외출장은 다소 포괄적인데 반해 시의원은 한정적이다. 먼저 총 7인 이상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통영시의회의원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가 출장의 필요성과 출장지의 적합성, 출장국과 출장기관의 타당성, 출장기간과 경비의 적합타당성 등 총19가지 세부항목에 대해 심사한다. 국외출장계획서를 심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며, 또 인터넷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공무국외출장을 다녀 온 뒤에 보고서를 작성 제출하는 것은 시의원도 마찬가지다. 이 보고서는 의장·심사위원회·상임위 또는 본회의에 보고해야 하며, 이 출장보고서는 열람과 활용이 쉽도록 자료실에 소장하고 비치해야 한다. 서식을 보면 출장보고서는 서론-본론-결론-자료 및 참고문헌 순으로 구성하고, 양면 인쇄해서 총20쪽 이상이어야 한다.

보통 시민들은 공무원들의 공무국외출장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향이 크다. 이는 혈세를 아까워하지 않아 하던 시절에서 비롯된 것으로, 아직까지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함으로써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고, 예산의 낭비를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체가 소속 직원들의 자질향상을 위해 해외유학자금을 지원하는 일 정도는 당연시 된다. 혈세를 활용해 외국선진사례를 배워서 우리에게 적용한 덕분에 그 비용의 몇 배 몇 십 배를 절감할 수 있다면, 나아가 공무원의 자질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결코 헛된 낭비는 아닐 것이다.

공무원이 근무하면서 1년에 몇 번이나 국외출장을 갈 기회를 얻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유독 국외출장을 좋아하는 단체장을 만난다면 다른 이야기지만. 김동진 전 시장이 그랬다. 재임기간동안 국외출장을 많이 다닌다는 여론의 쓴 소리도 많이 들었다. 수산물 시장개척을 위한다고 동부서부 가리지 않고 미국을 여러 번 방문했고, 러시아도 갔었다.

루지를 유치한다고 뉴질랜드도 방문했고, 유럽은 윤이상선생 탄생 100주년 관련해서뿐 아니라 음악창의도시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북유럽도 방문했다. 김동진 시장은 우호결연을 맺은 중동의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도 방문했었다. 이와 관련 여론의 질타에 대해 김동진 시장은 “외유라고 부르고 싶다면 불러라. 하지만 성과를 내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별 상관 않는다는 입장을 항상 내비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외출장은커녕 국내출장조차도 망설여지는 지금 시기에 그때를 돌아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이긴 하다. 오히려 마음껏 세계를 누비고 다닐 수 있는 때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심정이긴 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예전처럼 선진국들이 하던 것을 그대로 따라야했던 시절의 우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진국이 가던 길을 따라가면 가장 실패가 적었던 패스트팔로워(fast-follower) 전술은 더 이상 채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실패도 감수해야 한다. 블라인드 이니시에이터(blind initiator)가 돼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이면 국외출장이야 대환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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