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중순 이후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설치한선별진료소의 모습
작년 11월 중순 이후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설치한선별진료소의 모습

어느덧 일상이 된 코로나19시대, 예전의 일상은 잊기 시작했고 새로운 낯설음이 일상이 되고 있다. 그야말로 뉴노멀. 우리의 일상과 갑자기 가까워지며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것 같은 용어도 많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팬데믹 & 록다운

범유행(汎流行)이라는 뜻으로 전염병이나 감염병이 범지구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 감기처럼 광범위 질환이나 계절 독감은 팬데믹에 해당하지 않는다. 역사상 팬데믹으로는 천연두와 결핵이 있었고, 최근에는 AIDS바이러스(HIV), 2009년 인플루엔자 그리고 올해 코로나-19가 해당한다.

팬데믹과 상대개념인 엔데믹(endemic)은 감염병이 외부의 유입 없이 특정한 지리적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되거나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상황 또는 그런 질병을 말한다. 풍토병(風土病)이라고도 하며, 동남아와 아프리카의 말라리아가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범유행병이 되기까지 6단계 과정으로 나눴다. 1단계 동물에 한정된 감염, 2단계 소수의 사람에게 감염된 상태, 3단계 사람들 사이에서 감염이 증가된 상태, 4단계 감염이 급속히 확산되는 초기상태, 5단계 최소 2개국에서 병이 유행하는 상태, 6단계 다른 대륙에까지 추가 감염 발생한 상태다.

록다운은 사람의 이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도시 및 국가 간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과 물류의 이동을 차단하는 것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올해 팬데믹에서 록다운을 실시하며, 국민적 저항을 받기도 했다. 뉴질랜드도 초기 록다운과 국경봉쇄로 현재는 거의 코로나19 퇴치단계에 다다랐다.

 

코로나19의 공포 때문에 썰렁해진 수도권 지역 주요 상가의 휑한 모습.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전세계를 덮쳤다.
코로나19의 공포 때문에 썰렁해진 수도권 지역 주요 상가의 휑한 모습.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전세계를 덮쳤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염병이 창궐할 때 모든 사회 구성원의 직접적 모임·집회 등을 최소화해 집단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비말·신체접촉 등을 차단하는 사회적 약속이자 일상생활요령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물리적 거리두기’라는 표현을 권장하는데, ‘비말이 튈 수 있는 거리만큼 떨어질 것을 권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고만 하게 되면 직장 등 일체의 경제활동까지도 포기하라는 식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으나, '물리적 거리두기'라 하면 현장에서의 불필요한 회의 등을 줄이고 재택근무를 하라는 말이 된다.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3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방법으로 게임을 권고하자, 전 세계 네티즌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WHO가 2019년 5월 게임 질병코드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놓고 이제 와서 코로나-19라는 질병에 맞서기 위해 질병(게임)을 권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 급속 확산 초기 대한예방의학회의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교수가 제안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말 KIST 김찬수 연구팀이 슈퍼컴퓨터로 계산한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신규 환자가 하루 4000명까지 급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고, 캐나다 토론토대 감염병 모델링 권위자 데이비드 피스만 연구팀은 340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자가격리

감염관리를 위해 전염병 환자 혹은 전염병 확진 대상자가 다른 환자·의료진·방문객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외부인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감염병의 전파를 막는 것을 말한다. 14세기 유럽에 페스트가 창궐하자 당시 이탈리아 라구사 항구에서는 페스트 유행 지역에서 출발한 모든 선박의 입항을 한 달 동안 금지하고 인근 섬에 닻을 내리게 한 후 선원과 승객의 왕래를 봉쇄해 선상 격리를 시행했다. 여러 감염병에 대응하면서 이 기간이 40일까지 늘었는데, 검역을 뜻하는 영어 ‘quarantine’의 어원은 ‘40일’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quaranta giorni'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확진자 접촉자 및 해외입국자에 대해 음성판정이 나올 때까지 14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선별진료소

선별진료소는 기침이나 발열 등 감염증 의심증상자가 의료기관 출입 전 별도로 진료를 받도록 하는 공간을 말하며, 팬데믹 초기 우리나라가 했던 자동차 이동형(drive-thru), 도보 이동형(walk-thru) 등 선별진료소 운영은 세계 모델이 됐다.

PCR검사란 1988년 에를리히 등에 의해 개발된 획기적인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의심 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 가검물에서 RNA를 채취해 진짜 환자의 RNA와 비교해 일정비율 이상 일치하면 양성으로 판정하는 검사방법이다. 우리말로 ‘중합효소연쇄반응(유전자증폭방식)’이라고 부른다. 소량의 채취물에서 동일한 유전물질을 많은 양으로 증폭할 수 있어서 여러 종류 유전질환을 진단하는 데 사용된다.

 

■비말

작은 액체 방울. 대개 공중에서 날아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을 의미하는데, 생물학이나 의학, 건축학이나 토목공학 등의 전문분야에서 특정한 조건이나 의미를 뜻하는 전문용어로 사용된다. 의학에서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공중으로 배출되는 지름 5μm 이상인 체액의 입자를 일컫는데, 기침이나 재채기로 배출되는 5μm 이상의 체액 입자는 대개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오래 떠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배출된 후 1~2m 정도 비산되다가 초당 30~60cm 속도로 낙하한다.

감염병 질환자나 보유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배출되는 비말 속에 박테리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의 감염원 병원체가 포함되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을 '비말감염(droplet Infection)'이라고 한다. 비말수분이 말라서 지름 5μm 미만의 가벼운 입자가 된 '비말핵(droplet nuclei)'이 공기 중에 떠다니며 넓게는 약 48m까지도 이동하는데, 이럴 통해 전염되는 것을 '공기감염(airborne Infection)'이라고 한다.

 

■비대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지 않는다는 뜻으로 온라인으로 접촉해서 직접 접촉에 의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로, 이제는 비대면 예배, 비대면 진료, 비대면 교육, 비대면 회의, 비대면 수업 등이 일상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언택트(untact)라는 용어로 쓰이지만, 이는 한국식 영어다. 정확한 표현은 contact-free 또는 stay-at-home이다.

 

■역학조사

전염병환자·의심환자 또는 병원체보유자 등이 발생한 경우 전염병의 차단과 확산 방지 등을 위해 환자 발생 규모를 파악하고 감염원을 추적하는 등의 활동을 말한다. 유행병의 발생 경로를 밝혀 이를 차단하는 것도 포함한다. 우리나라는 팬데믹 초기부터 스마트폰 추적, 신용카드사용내역 추적, CCTV활용으로 역학조사의 수준을 서너 단계 끌어 올렸다. 비록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었으나,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부를 탄핵한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그 바탕이 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역학조사를 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 한국이다.

 

■무증상감염

환자가 질병 보균자임에도 감염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를 말한다. 의료검사를 거치지 않는 한 무증상 질환에 감염되었음을 알 방법은 없다. 어떤 경우 아주 긴 시간동안 무증상을 겪을 수 있는데, 대표적 예가 암이다.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조건 때문에 증상이 늦게 또는 빠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무증상 보균자일 경우 자기도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점 때문에 무증상감염이 위험하다.

 

■슈퍼전파자

동일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다른 개인보다 특별히 많은 이차접촉자를 감염시키는 숙주를 말한다. 슈퍼감염이 있는 유행병에서 대부분의 개인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이차접촉자를 감염시킨다. 팬데믹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엄격해진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발하거나 초반에 비해 경각심이 둔해지며 죄의식, 조심성 없는 일상생활을 하는 감염자를 말한다.

 

■음압병실

병실의 기압을 외부보다 낮추어 병원체의 유출을 방지하도록 설계된 격리병실을 NPIR이라 한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부터 기압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데, 그 원리를 이용하여 병실 안의 기압을 낮춰, 병실 내부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병실의 공기는 별도로 설치된 배기시설을 통해 내보내는데, 이때 필터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까지 여과 배출한다.

코흐트격리는 특정 전염병의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환자와 의료진을 폐쇄된 공간에 격리하는 의료적 방역조치를 말한다. ‘코호트(cohort)’는 특정 행동양식을 공유하는 집단을 말하는 독일어로, 동일한 시기에 태어나 역사적 경험과 세대별 문화 특성을 공유한 세대를 말하는 사회학 개념이기도 하다. 의학적으로는 전염병 전파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과 의료진을 하나의 집단(코호트)으로 묶어 외부와 물리적으로 격리하는 것을 말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대체용어로 '동일 집단 격리'를 제시했다.

시대는 변하고 언어는 그 시대를 담으며 발전해 간다. 새로운 단어를 탄생시키고, 특정 세대에 특정 단어를 각인시키기도 한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변화의 주역이었고, 영향력은 전지구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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