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에 캔 약쑥과 어우러진 맛과 향의 하모니 도다리쑥국


봄철이 되면 모든 방송사마다 제철 맞는 음식이야기들로 가득해진다. 많은 음식들이 나열되지만 그 중에 입맛 다시게 하는 통영의 도다리쑥국의 이야기는 전국 미식가들의 발길을 남쪽으로 향하게 하는 대표적인 제철음식이기도 하다.

2월이면 중부지방은 눈이 채 녹지 않아 두꺼운 옷을 여미고 다녀야 하는 시기이지만 통영을 비롯한 남쪽의 섬에서는 햇볕의 색감마저도 따뜻하게 바뀌어 차가운 땅을 뚫고 여기 저기 올라오는 새순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계절인 것이다. 전국의 미식가들이 남쪽으로 특히 통영을 찾는 이유의 대부분은 도다리쑥국 때문이다. 맑은 듯 깊은 도다리쑥국의 그윽한 향은 생각만 해도 온 몸에 훈기가 돌며 기나긴 겨울을 무사히 보낸 보상을 하기에 충분하다.

요리명인 안미정 대표

그런데 우리가 흔히 도다리쑥국이라고 부르며 사용되는 도다리의 명칭은 ‘문치 가자미’다. 언제부터 문치가자미가 도다리로 불리며 도다리쑥국의 주인공이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가자미보다는 도다리를 더욱 비싼 어종으로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여러 매체에서 도다리쑥국을 계절의 별미로 소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당연한 듯 문치 가자미쑥국이 도다리쑥국으로 불리게 된 듯하다. 물론 도다리와 문치가자미는 모두 조기어강-가자미목-가자미과에 속한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해 해마다 통영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으니 이쯤 되면 봄 하면 통영의 도다리쑥국을 자연스럽게 연결 하는 게 당연한 듯싶다.

도다리(문치가자미)는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가 금어기로 사실상 알을 풀고 난 2월의 도다리는 그 맛이 떨어진다. 살도 무르고 빈약해서 횟감으로는 쓰지 않는 시기인 것이다. 하지만 미역국이나 쑥국 같은 맑은 탕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다리 특유의 식감은 나이 드신 어른들이 드셔도 호로록 호로록 쉽게 넘길 만큼 부드럽고, 오래 끓이지 않아도 국물의 맛은 달큰하다. 거기에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오는 쑥은 여리지만 결코 적지 않은 열기를 온몸으로 품고 있다. 그래서 첫 쑥은 ‘약쑥’이라고도 불리기도 하고, 도다리의 부드러운 식감과 쑥의 향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먹는 이들에게 건강과 함께 미식을 경험하게 한다.

결국 도다리쑥국의 주인공은 도다리보다는 쑥의 향을 극대화하고 그 맛을 가장 잘 즐기기 위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도다리쑥국을 끓일 때는 집집마다 조리법이 다르지만 최대한 양념의 맛을 절제하여 부드럽지만 강한 쑥의 향을 헤치지 않도록 끓이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일 것이다.

■봄의 전령사 도다리쑥국
〈재료〉

-도다리 2~3마리, 무 250g, 대파 1대, 홍고추 1개, 청양고추 1개, 다시마 2조각, 쑥 50~100g, 된장 1/2t, 소금 1T, 마늘 1T, 육수 2L

-육수내기 : 물 2.5L, 무 200g, 파 1뿌리, 다시마 손바닥사이즈 2장을 넣고 물이 끓으면 손질한 도다리의 머리 부분만 넣어 중약불로 줄여 1시간정도 끓여 2L 정도 만든다.

 

■ 만드는 법

1. 쑥은 손질하고 두세 번 맑은 물에 씻고 마지막에 식초 1/2t를 넣어 헹궈둔다.

2, 도다리는 지느러미와 비늘을 깨끗이 제거하고 핏물을 씻어낸 후 2~3조각으로 토막을 낸다.

3. 팔팔 끓인 육수에 나박 썬 무 50g과 도다리를 넣고 7~8분 끓인후 된장 1/2t, 소금 1T~1 1/2T, 마늘 1T를 넣어 간을 하고 부족한 간은 합자장이나 젓갈을 첨가한다.

4. 도다리가 다 익으면 어슷선 파와 홍고추를 넣고 마지막에 쑥을 넣은 후 살큼 끓이고 불을 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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