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도의원
정동영도의원

 

통영의 역사는 한마디로 바다의 땅에 꽃피운 통제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즉 바다와 통제영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에 의해 통영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었다. 바다가 기본이 되니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태도에 허례를 싫어하는 실용성이 바탕이 되었고, 통제영이라는 고급 관료제 문화가 추가되니 세련된 미적 의식으로 아름다움이 더해졌다.

 

(3)통영만의 색깔을 만들자. (문화예술 및 관광 분야)

통제영 12공방에서 파생된 여러 공예품들, 예컨대 통영갓, 통영소반, 통영 나전칠기는 전국 제일의 명성을 가졌었고, 통영오광대나 승전무, 남해안별신굿 등의 국가무형문화재들은 통영이 민속 문화의 보고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세상에 드러내기도 했었다. 이러한 통영의 찬란한 유·무형적 문화유산 속에서 등장한 걸출한 문화예술인들은 통영을 빼고는 감히 한국예술계를 말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 예향 통영으로서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이렇게 신비하고도 수준 높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통영에 어찌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 수 있으리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터줏대감인 통영에 가면 수려한 자연경관을 둘러보며 싱싱한 수산물을 값싸게 맛보고 격조 높은 문화까지 누릴 수 있으니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통영시에서도 미륵산케이블카를 비롯한 대단위 위락시설을 만들기도 하고 각종 예술대회나 체육대회를 유치하여 관광도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도 하였다. 특히나 민간에서 시작된 동피랑 벽화마을 조성사업은 전국의 벽화 그리기 열풍의 원조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을 받았었다.

이러한 통영의 문화예술과 관광은 통영이 가진 유·무형의 자산을 민간보다는 관에서 주도하여 이끌어 나간 측면이 크다고 평가된다. 그러한 결과 민간의 역동성이나 자율성이 위축되고 관 주도의 획일적인 모습이 크게 부각되어 통영만의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통영은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되었는데, 이미 지정된 독일의 하노버나 영국의 글래스고, 일본의 가나자와 등에 비해 통영의 지명도나 명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례로 통영의 국내 도시브랜드 순위는 130위권으로 도내의 창원(10위)이나 진주(30위)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통영의 도시 브랜드를 제고하려면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것은 이른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지원불간섭의 원칙을 확립함으로써 가능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제주는 보편화 된 해외여행의 여파로 국내의 매력 없는 관광지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던 적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한 것은 관이 아닌 민간이 주도가 된 제주올레재단에서 제주만의 매력을 홍보함으로써 가능했던 예는 통영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즉, 통영만의 확실한 색깔을 관이 아닌 우리 시민들의 노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한 색깔이 만들어져야만 사람들은 그것으로 통영의 가치를 이해하고 느끼기 위해 통영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남부내륙철도가 개통되고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서게 된다면 통영의 접근성은 비약적으로 나아질 것이다. 이러한 획기적인 전기를 맞이하여 기존의 관 주도 대규모 사업을 지양하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이른바 시민주도형 투어리즘(Citizen-Led type Tourism)이 통영에서부터 자리 잡아 통영의 문화예술도 알리고 도시브랜드 가치도 제고해 통영형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4) 새로운 통영의 시작, 자치역량으로 이루어 가자 (공공·민간 협력모델 모색)

작년에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올해 1월 5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최종 공포되었다. 1987년 제6공화국 헌법에 따라 지방자치제가 부활되고 거의 34년 만에 이루어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종래 강집행부 약의회의 모델에서 벗어나, 의회에 각종 권한을 부여하여 한쪽으로 치우쳤던 지방권력을 고르게 했을 뿐만 아니라 주민의 다양한 지방자치 권리를 확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마디로 행정이 아닌 주민이 주인이 될 수 있게 해 놓았으니 주민의 역량 껏 지역을 발전시키라는 것이 이 법의 개정 취지라 하겠다.

이러한 지방자치법의 변화에 발맞추어 우리 통영의 현안을 해결하고 발전해 나가려면 결국 관에 기대기보다는 자치역량을 확충해서 시민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연재의 첫머리에 TILA 운동을 제안한 적이 있다. 즉, 통영혁신 프로젝트로 관광(Tourism)과 예술(Arts), 산업(Industry) 등의 현안을 시민이 스스로가 학습하여(Learning) 자치역량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통영시의회, 도의원 등이 하나가 되고 대외적으로는 출향인과 통영 발전에 관심 있는 전문가 그룹 등이 하나가 되어 통영발전 ⌜TILA 100인 회의⌟를 구성하는데, 이때 일반 시민들은 100인 회의에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할 수 있게 해서 TILA 100인 회의가 단순히 자문기구화 하는 것을 방지하고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해서 100인 회의에 오른 시민들의 여러 제안들이 다시 TILA의 각 영역으로 환류하게 해서 통영시가 이를 집행하는 구조를 만들게 해 민간의 자율성과 역동성이 정책에 녹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것은 기존의 관 주도 상의하달식의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민간의 하의상달식 바텀 업(Bottom-Up) 방식인 것으로 통영시는 집행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어 자칫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재량권 행사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민간의 자치역량을 TILA 운동을 통해 100인 회의로 녹여 내고 그것을 다시 시에 집행할 수 있는 구조적 매커니즘을 만들어 누구나 통영의 주인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다시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또한 이에 더불어 TILA의 하부 조직으로 세분화된 분야별 센터를 만들어 이들 정책이 잘 이루어지는지도 파악하고 환류기능도 보완해 나가게 해서 정책의 실질화가 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통영의 화려했던 영광의 시간들도 모두 관이 아닌 시민들의 노력이 최고치에 달했을 때 가능했었다. 수준 높은 시민들의 의식이 살아있는 통영에서는 반드시 통영혁신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통영인의 DNA에는 아직도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장인정신과 끝장을 보고야 만다는 열정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계기로 TILA 운동이 활성화되어 통영발전의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하면서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끝>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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