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힘들었던 겨울이 지나고 파릇한 봄기운이 돋아나는 시기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김경수 지사가 지난 2월 26일에 ‘서부경남 공공병원’의 부지로 진주시 옛 예하초등학교를 선정한다고 발표한 뉴스였다.

이옥철 전 경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 고성군)
이옥철 전 경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 고성군)

서부경남의 공공 의료기관이었던 진주의료원은 홍준표 전 경남지사 시절인 2013년에 강제 폐원되어 현재 경남도의 서부청사로 운영되고 있음은 도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2013년 진주의료원이 사라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과정에서 진주의료원이 없다는 것이 감염병 대응에 얼마나 큰 손실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는 김경수 지사의 말처럼 코로나사태는 우리에게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부경남 공공병원’을 설립한다는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공공의료와 공공병원에 관심을 가졌던 도민의 한사람으로 이 자리에서는 공공의료의 필요성과 공공병원의 역할 등에 대해서만 말해 보고자 한다.

공공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이나 계층, 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공공병원은 국가, 지자체, 공공단체 등이 공공의료 제공을 주목적으로 설립․운영하는 보건의료기관으로, 국립대학병원과 국립암센터 같은 특수병원, 적십자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 일산병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대구의 의료체계가 붕괴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대구의료원의 442개 병상이 버텨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디에 살든, 무슨 일을 하던, 나이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건강을 보호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는 것, 바로 공공의료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 대비 5.5%, 병상은 9.6%로 OECD 평균 1/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의료원 등 일반의료 중심 공공의료기관은 63개(1.6%)로 충분한 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시도별 공공의료 병상 비율 격차도 큰 상태다.

인천 4.5%, 울산․세종은 0% 등으로 공공병원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공의료는 코로나 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또 과잉․과소 진료를 막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표준 진료를 실시한다. 우리나라 공공의료가 OECD 평균의 1/1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앞서 언급했지만, 적어도 OECD 평균은 되어야만 공공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시장 내 영향력이 높아져 민간의료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공의료가 활성화 되면 국민은 어느 지역에 살던지 필수의료서비스를 적기에 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해 국민 전체의 평균적인 건강수준이 향상될 것이다.

건강보험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재정 개혁인 ‘문재인 케어’와 함께 보건의료공급체계 개혁이 함께 추진되어야 하며,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통한 전달체계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공공의료 기반 확충은 COVID-19의 대확산을 계기로 감염 및 재난 대응의 관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재원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반면에 의료공급 비중은 계속 감소하여 공급과 재정의 불균형이라는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의료전달체계가 민간의료 중심으로 구축됨에 따라 필수의료를 포함한 지역 간 공급 및 서비스의 질적 격차가 발생하고, 비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공공병원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OECD 수준으로 높아지면 일반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급여수입만으로 경영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원가에 기반한 건강보험 수가를 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제도에서 표준진료를 제공하는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원가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병원은 적정한 수준의 수가를 합리적으로 산출하기 위한 잣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보장성 강화와 함께 의료전달체계 개혁이 함께 실시되어야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쏠림현상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개혁은 수가 개편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권역별로 민간의료를 주도할 수 있는 충분한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통해 보건소, 지방의료원, 대학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의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민간의료기관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공공병원의 구체적인 역할로는 첫째, 현재의 공공병원들도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확실하게 일정한 기능을 하고 있는 ‘표준 진료 및 모델병원’이라는 역할은 과잉진료나 과소진료가 아닌, 질병에 따라 환자에게 적합한 표준 진료를 실시하는 것을 공공병원의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역할로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표준진료 및 모델병원’ 역할 수행으로 보험자 직영병원 뿐만 아니라, 공공의료기관도 적정 수가의 합리적 산출을 위한 원가 계산도 가능하게 된다.

둘째, 공공병원이 수평적으로는 지역적 의료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권역별로 적정 규모의 종합병원이 균형적으로 분포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직적으로는 공공의료기관이 ‘지역거점 의료기관’ 역할을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기존 민간 기피진료 및 취약계층 중심 진료에서 공공병원이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구를 제공하는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병원’으로서 공익적인 조정자로서의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민간의료 중심 의료체계는 국가적 재난·재해·응급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공공병원은 이러한 상황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염병 및 재난대비 의료기관’으로서 공공의료기관 역할수행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건강보험정책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등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국내 의료산업의 Test-bed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공공의료기관의 모습으로는 앞서 제시한 공공의료기관 역할 수행도, 민간의료기관을 주도하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양적‧질적 성장을 위한 획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양적으로는 재난 및 감염병 대응 공공의료기관 및 적정 규모(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공공병원을 권역별로 확보하는 것이다.

공공병원의 설립비용은 300~500병상당 약 2000억 원 정도이며, 운영비용은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진료로 수입을 창출하게 되므로 다른 사회간접자본과 비교하여 비용이 크지 않다. 하지만 최근 지방자치단체들 중 공공병원을 설립하고자 하는 지역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실제 설립을 추진하는데 있어 예비타당성 조사와 지방자치단체의 부담금은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병원 설립에 대해 예비타당성 평가 면제사업에 포함시키는 방안과 함께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가 보조금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차등지급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료 확충을 통한 장기적인 기대효과는 다음과 같다. 해당 지역 의료서비스 제공에서 공공병원의 시장영향력이 높아지게 됨에 따라 민간의료기관 기관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또한 민간의료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보건의료정책 집행 기능을 수행하고, 심사 및 평가에 따른 의료기관과의 갈등과 행정비용 등이 절감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보험자가 공공병원을 통해 국산 의약품이나 치료재료 등을 전략적으로 구매하여, 국내 의료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공공의료기관의 설립과 운영비용은 다른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비해 큰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며, 공공의료기관 확충에 따른 기대효과를 감안할 경우 충분한 투자를 해도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익이 크게 창출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서부경남 공공병원’ 부지가 확정된 것에 감사드리며,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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