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1년이 지났다. 마스크를 안 쓰던 때, 왁자지껄 모이던 때가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밤이 깊어질라치면 문 닫는 가게를 보고, 관중석 텅 빈 챔피언스리그 경기 보는 것도 이젠 안쓰럽다. 코로나19 팬데믹 1년여를 보낸 지금 14세기 중세유럽대륙을 휩쓸었던 흑사병이 얼마나 유럽인을 공포로 몰아넣었을지 이해가 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를 휩쓴 스페인독감에 2억 명이 감염됐고, 최다 5000만 명이 사망했다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던’ 추정이 오히려 과소평가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통영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기에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다. 사실 더 이상 청정지역이 아닌 것 같다. 이미 5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5월 들어서만 6명(17일 기준)이나 추가됐다. 외국에 비해서 훌륭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K-방역 칭찬도 이젠 둔감해졌다. 야구방망이로 맞던, 회초리로 맞던 정도의 차이뿐 맞은 사람은 아프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7일 해외입국자 22명을 포함해 총 619명이 발생했다. 누적확진자는 13만2290명, 누적사망자 1903명에 현재 8224명이 격리치료 중이다. 작년 11월 8일 143명 확진 이후 100명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작년 11월 26일 500명을 넘어섰고, 12월 13일에는 1000명을 돌파하더니, 작년 성탄절 하루 1237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지금은 하루 300~800명 사이를 오가고 있다.

희망적인 것은 백신접종이다. 정파적인 이유로 백신공포증을 유발시키려는 시도가 있지만, 집단면역을 향해 계획대로 이행되고 있다. 가짜뉴스와는 달리 백신접종율은 기대이상인 것처럼 보인다. 지난 17일 현재 우리나라 백신 누적 접종자수는 1차가 373만3806명, 2차가 94만345명이다. 일정부분 백신접종의 성과를 내고 있다.

첫 백신접종은 75세 이상 고령자(350만 여명) 및 요양시설 종사자와 시설이용자(15만 여명)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었다. 화이자백신은 유통보관이 까다롭다. 영하 60℃~90℃ 사이에서 보관해야 하며, 일자간격을 두고 2번 접종해야 한다.

통영에는 75세 이상 9798명, 요양시설 종사자 및 이용자 440명해서 대상자가 총 1만238명이었다. 고령자 중 접종에 동의한 사람이 7676명, 1회차 접종자가 6920명이었다. 접종율은 75세 이상 전체 대비 70%, 동의자 대비 90%를 기록했다. 방역당국은 90%를 넘는 기대 밖의 접종율에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하위 연령대 접종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금은 백신접종 희망자들의 예약을 받고 있다. 연령대 따라 지난 6일, 10일, 13일부터 각각 시작해서 오는 6월 3일까지 접수한다. 그 중 74세~65세 사이, 만성중증호흡기질환자는 오는 27일부터 6월 19일까지 백신을 접종한다. 이번 백신은 영상 2~8℃에서 보관 및 유통이 가능한 아스트라제네카다. 60세~64세 연령층, 유치원·어린이집·1~2학년 초등교사, 돌봄종사자, 보건의료인, 사회필수인력 등은 오는 6월 7일 접종을 시작해 6월 19까지다.

접종예약 첫날부터 절반 가까이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나 머잖아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것이란 희망도 가시권이다. 하지만 한 번 무너진 바닥경기는 회복에 상당히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국가경제 차원에서는 몰라도 적어도 서민경제만큼은 말 할 수 없이 어려운 지경이다.

지난 4월말 IMF(국제통화기금)가 ‘한국, 코로나19 잘 막아내고 더 멀리 바라본다(Korea is Containing COVID-19 and Looking Ahead)’는 짧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IMF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효과적인 방역 정책으로 여타 선진국에 비해 낮은 감염률을 달성하고, 피해계층 재정지원, 신속한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 등 종합적인 정책 대응으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 -1.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작년 1월의 2020년 성장률 전망치 대비 실제 성장률 감소폭 1.0%를 기록했다는 것으로, G20선진경제강국 중 피해를 가장 적게 입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1분기 GDP 성장률은 작년 4분기 대비 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회복세가 빠르다는 미국보다 더 빨리 회복 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 GDP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외 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대에서 최대 5%대까지 상향조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올해 1분기 수출이 역대 최고를 달성한데서도 알 수 있다. 지난 4월 관세청은 올 1분기 수출실적이 1465억 달러로 전년대비 12.5%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 호황기였던 2018~2019년 평균과 비교해도 5.5%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아니라 그냥 역대 최고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서민경제의 실상은 피폐하다. 자영업자들은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지만, 대부분 어려운 지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은 배부르고, 서민들은 배곯는 양극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태를 서민들이 초래한 것도 아니고, 예측 가능했던 것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재난지원금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다.

작년 5월 처음으로 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 지급됐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방역을 잘 한 덕분에 코로나19를 완전히 잡을 수 있다고 여겨지던 때였다. 8월 중순 이후 극우단체들의 집회 강행에서 유발된 깜깜이 감염 확산만 아니었다면 실제 그랬을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작년 9월이었고, 그때는 논란 끝에 선별 지급됐다. 보편지급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입증된 재난지원금이었지만, 지난 1월 세 번째 재난지원금도 선별 지급됐다. 기획재정부의 선별지급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는 공적자금의 용도, 용처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기재부를 비롯한 금융당국자들은 국민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에는 지극히 보수적이면서도, 대기업 구제자금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도 그렇다. 1997년 IMF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을 시작한 이후 몇 차례나 공적자금이 지원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구조조정자금 168.6조 원 중 은행에 86.9조원, 제2금융권에 79.4조원 등이 투입됐는데, 이중 96.2조원(2009년말 기준)만이 회수됐다. 미회수 자금이 72.4조원이나 된다. 보편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 총액은 12.2조원이었다. 대기업의 고통은 서민들과 분담하면서, 피폐한 경기로 인한 고통은 서민만 전담하라면 공정한 일이 아니다. 나랏돈, 지금 아니면 언제 주권자 위해 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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