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국민가수 이미자가 불러 크게 유행한 흑산도 아가씨의 첫 소절이다. 흑산도라는 절해고도에 도시문명을 대표하는 서울서 온 선생님과의 사랑 이야기를 노래했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어느 신인 가수가 부른 이 노래를 들으며 섬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떠올렸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섬의 미래가 바로 이 노래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도 해 보았다.

정동영 경남도의원(국민의힘)
정동영 경남도의원(국민의힘)

그것은 섬의 본질상 내재할 수밖에 없는 외부 세상과의 단절이 오히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섬이라는 단절된 공간이 입도(入島)한 사람에게 외적으로는 때 묻지 않은 자연 환경을 되돌아보게 하며, 내적으로는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최근 섬을 배경으로 하는 많은 영상물들이 제작·방영되어 대중들의 섬에 대한 관심도를 알 수 있게 하는데, 실제 섬의 현실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래서 실제 섬에 거주하는 것은 매우 큰 결심을 요구한다. 육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는 물론 절대인구 감소와 노령 사회 수준의 고령화로 섬 사회 자체의 활력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수산업과 농업에 기반을 둔 섬 경제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국가에서도 여러 정책들을 추진하며 섬 진흥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어서 현장의 입장에서 다양한 정책의 모색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제 우리 통영의 섬을 살펴보자. 통영은 크게 서쪽의 사량도, 남쪽의 욕지도, 동쪽이 한산도를 중심으로 유인도 42개(경남의 55%), 무인도 454개(경남의 62%)가 있는 섬의 종가(宗家)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육지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육지와 비슷한 구릉성 산지를 보이고 있는 서해안의 섬들과 달리, 우리 통영의 섬들은 육지와 비교적 멀리 이격되어 있으면서 산악지형을 보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한마디로 섬다운 섬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각 섬마다 섬 특유의 자연적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 특성 역시 섬마다 다르게 전승되어 오고 있어 같은 느낌의 섬이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 따라서 통영의 섬 정책은 이러한 특색 있는 섬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방향이 되어야 하는데 그 대략적인 방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3대 권역 중심으로 본섬과 작은 섬과의 연계 개발을 도모해야 한다. 서부의 사량도와 수우도 등은 해벽등반코스 및 상하도 절경을 활용한 트레킹 코스 등을 개발하여 산과 바다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세계적인 명품 트레킹 섬으로 조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천공항 및 KTX와 연계하여 하도에 헬기장 및 헬기터미널을 건설하여 하늘에서 사량도의 산 (지리산, 칠현산, 옥녀봉)과 바다의 비경을 한눈에 감상 할 수 있는 헬기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관광객들이 휴식 할 수 있는 이국적 친환경 대형리조트를 유치해야 한다.

또한 사량도의 지리(망)산이 한국 100대 명산 중에 하나일 뿐만 아니라 육지에서의 접근성도 매우 뛰어나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고 있으며, 수우도 역시 은박산이 알려지지 않은 비경으로 소문나면서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 특색 있는 등산코스를 개발해야 한다.

남부 욕지도는 통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유인도 중 가장 큰 섬으로, 일본인들에 의해 원양어업기지로 개발되기 시작한 역사가 있는데, 그러한 흔적이 아직도 섬 번화가에 남아있어 이를 잘 활용하여 섬 역사 정립과 관광자원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겠다. 그리고 에메랄드처럼 맑고 푸른 바다와 해저비경을 체험 할 수 있는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버 등 해양스포츠 전진기지를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편안한 휴식의 섬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상. 하 노대도간 연도교를 만들어 낚시체험 등 관광지로의 기반을 마련하고, 연화도의 불교유적을 중심으로 특색 있게 개발한다면 2천만 불교신자들의 참배 수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 한산도의 경우 이번 한산대첩교의 개설 기대로 인해 연육화 될 가능성으로 제승당을 비롯한 이충무공 유적지를 정비하고, 임진왜란 때 자급자족을 위해 소금을 굽던 대고포, 봉수대 신호에 사용할 숯을 만들던 장곡, 수군에게 필요한 질그릇을 빚던 독암 등 병참기지 역할을 한 마을들을 체험관광지로 개발하고, 시내 통제영과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이순신 리더십 센터를 겸한 이순신 통제사 역사관을 건립하여야 한다.

그리고 연장된 도로를 활용해 진두항을 기점으로 죽도, 용초도, 비진도, 매물도 등의 항로를 정비하여 해상택시 도입 등 한산권역을 해상교통 허브로 구축해야 하며, 용초, 추원 포로수용소 유적을 기반으로 안보체험 관광지로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개발 압력을 막고 섬 원주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자치조직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산양 용남 도산 광도 등 육지와 인접해 있는 크고 작은 섬들에 대하여는 육지지역의 개발정책과 연계하여 특색 있는 섬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렇듯 섬들을 일종의 모(母)섬과 자(子)섬의 관계로 설정하여 상호 연계성이 있게 유기적으로 섬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섬 거주민을 위한 획기적인 정주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의 섬 상황은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거의 소멸사회가 진행되고 있어 육지의 농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가 유지·관리되기조차 어려운 실정에 놓이게 돼 다시 인구가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통영의 경우 유인도 대부분인 38개 섬이 국가에 의해 특별히 관리되어야 하는 특수상황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것은 2021년 현재 전국 특수상황지역 도서가 186개인 점을 감안하면 전국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전남지역 섬들의 대부분(167개)이 성장촉진지역으로 지정된 상황과 비교해보면 통영 의 섬들이 열악한 실정은 두드러진다고 하겠다.

국가의 최 외곽을 담당하는 국토방위의 관점은 물론 사람이 섬에 거주함으로서 얻게 되는 각종 유·무형적 이익을 생각한다면 그동안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섬 정책 지원을 획기적이고 대폭적인 방향으로 전환해 전 국가적 이익의 단계로 격상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국토의 가장 열악한 환경을 몸소 이겨내며 살고 있는 섬 주민들에게 섬 거주수당은 물론 도시에 버금가는 인프라를 확충해서 적어도 환경 때문에 이도(離島)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특히나 특수상황지역 도서는 사실상 경제적 이익이 없기 때문에 공익적 측면에서의 지원이 더욱 강하게 요청된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각종 특례 등을 만들어 법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하는데 지방 차원에서도 꾸준히 여론을 환기시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여건을 확충해야 한다. 육지의 농촌을 중심으로 귀농·귀촌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된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필자는 교통·통신의 비약적 발달, 도시보다 쾌적한 정주환경 그리고 연금 내지 자본 소득에 따른 경제적 여유라는 3가지 조건이 충족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조건을 섬에 대입시켜 본다면 앞서 언급한 정주여건만 마련되면 섬으로의 귀도(歸島) 인구 또한 상당하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섬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전통적 산업인 수산업과 농업, 관광업 그리고 섬과 바다의 자연 생태계를 지키고 가꾸는 공공 서비스 형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적 여건의 확충이 보다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문제는 바로 섬 정주의 핵심인 까닭이다.

우선 1차 산업인 수산업과 농업은 각 섬의 특성에 맞게 추진하되, 관광업과 연계한다든지 친환경 인증 등의 청정 이미지를 활용한 마케팅을 추진하는 등의 특별한 부가가치 향상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관광업의 경우 도시민의 높은 수요를 충족할 숙박시설을 건립하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 등의 반관반민의 조직을 섬이나 마을 단위로 만들어 일종의 마을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과거 어촌계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마을 자치조직의 전통을 새롭게 계승하고 섬 주민들의 안정적인 경제 활동도 영위케 하여 섬 거주의 질을 향상 시켜야 한다. 이러한 것은 이미 일본이나 그리스, 이탈리아와 같이 섬 관광지가 활성화된 곳의 다양한 사례로 증명되고 있어 통영의 현실에 맞게 변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섬 거주민에게 필수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각종 관공서의 일자리 등은 그 섬 거주민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여 실질적인 일자리 지원으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즉, 헌법이 보장한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지만 섬 거주민에게 공공행정 서비스 일자리의 우선권을 부여한다면 공공행정에 대한 주민 밀착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효과와 섬 지역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된다.

섬은 더 이상 고립과 쇠퇴를 상징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아직도 그 섬에 사람들이 각자의 인생 희망을 담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육지와 멀리 이격된 통영의 섬들은 더욱 그렇다. 통영의 역사가 늘 위기 극복의 역사였듯, 통영의 섬들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 그것은 바다의 땅 위에 놓인 수많은 보석들의 또 다른 이름이 통영의 섬들인 까닭이다. 통영 섬의 특색을 잘 파악해 누구나 오고 싶어 하고 머물고 싶어 하는 이상향으로 만드는 일에 필자 또한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리라는 다짐을 해보며 통영 섬의 혁신을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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