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땅이라 자부하는 만큼 통영은 그 반대급부로 인한 문제로도 골치 썩이고 있다. 하나는 해양쓰레기, 또 하나는 굴 껍데기. 수산업뿐 아니라 해양관광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니, 대표적인 위 두 가지 방해물 처리문제는 지역의 묵은 숙제기도 하다.

반갑게도 현재 통영시가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양쓰레기 전처리시설 설치사업이 그 하나고, 굴 껍데기 자원화시설 구축사업이 또 하나다.

 

해양쓰레기 태워 백등유 생산시설 150억 투입, 부지 확정

해양쓰레기 전처리시설이란 해양쓰레기·폐플라스틱 등을 태워서 고온 열분해유(백등유)로 환원·정제하는 시설을 말하는데, 말하자면 해양쓰레기를 원료로 기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만들어지는 기름은 ‘백등유’인데, 통영시에 따르면 하루 15톤 정도의 해양쓰레기를 태워서 하루에 9146ℓ, 1년 동안 320만ℓ 이상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통영시는 이 시설 설치사업 관련해 지난달 중간보고회를 가진 바 있다.

이 중간보고회 이후 공개한 보도 자료에는 고온 열분해유 즉, 백등유를 ℓ당 500원에 판매할 계획이며, 판매 및 사용처로 선박연료·유리(비닐)온실·가정용보일러·사우나·소금공장·화력발전소·시멘트공장·아스콘공장·산업용건조기·캠핑장·기선권현망의 멸치 삶는 연료 벙커C유(700원/ℓ)·도서지역 자가 발전소 등 ‘다양하다’고 한다.

굴 껍데기 자원화시설 구축사업은 지역을 대표하는 수산업인 굴양식을 통해 배출되는 굴 껍데기를 태워서 탈황제로 만드는 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상품인 ‘알굴’ 채취 후 버리는 굴 껍데기에는 각종 유기물이 붙어있다. 이 유기물이 부패하면서 악취를 만드는 것. 바다에서 채취하므로 염분이 잔뜩 묻어있는 것도 당연한 일.

 

국내최대 양식굴 생산지인 통영은 굴껍데기와 해양쓰레기 처리가 해묵은 과제다
국내최대 양식굴 생산지인 통영은 굴껍데기와 해양쓰레기 처리가 해묵은 과제다

굴껍데기 탈황제 생산시설에도 150억 투입, 시비 35%

그래서 굴 껍데기는 세척이 필수과정인데 그것도 냉수가 아니라 고온의 온수여야 한다고. 통영시는 가스로 가열한 온수를 분사해 세척 및 건조시킨 다음, 분쇄해서 다시 고온 가열 소성해 탈황제를 만들겠다는 것. 통영시 추산으로 매년 15만 톤의 굴 껍데기가 발생하는데, 석회비료 원료로 정부가 매년 5만 톤 매입하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10만 톤을 이 시설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

생산되는 탈황제는 7만 톤 정도. 만들어진 탈황제를 어디 팔 것인가도 관건인데, 통영시는 지난 7월 23일 삼천포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남동발전(주), 굴수협과 ‘배연탈황흡수제 사용을 위한 상호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에는 ▲배연탈황흡수제 생산 및 안정적 공급 ▲탈황흡수제 적극 사용 ▲기술적 지원 및 자문 등이 포함돼 있다.

통영시 해양개발과가 주관하는 해양쓰레기 전처리시설 사업과 어업진흥과가 주관하는 굴 껍데기 자원화시설 구축사업은 공교롭게도 닮은 부분이 많다. 우선 두 사업 모두 국비지원사업으로, 전체사업예산 규모가 150억 원이다. 이중 국비가 절반 지원되며, 도비 15%, 시비 35% 투입된다. 즉, 두 프로젝트 공히 75억 원씩 국비가 지원되고, 시비가 각각 52억5000만원 투입될 예정. 사업기간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인 것도 똑같다.

 

적자운영비 감당할 수 있을 지

명정동 소각장 맞은편 67호 국지도변에 설치 될 예정인 해양쓰레기 전처리시설의 경우 통영시가 해양쓰레기 처리비용을 받지 않을 계획이어서, 수익원은 백등유 판매를 통해서뿐이다. 건립 후에는 통영시가 직영하던지 또는 위탁운영 해야 하는데, 생산되는 백등유를 전부 판매하더라도 운영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굴 껍데기 자원화시설은 도산면 법동일반산단 안에 들어설 예정인데, 통영시는 지난 5월 약26억 원에 부지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통영시가 실시한 용역 결과 매년 26억 원의 운영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운영을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통영시 입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긍정적인 면만 예견한 것은 아닐 것.

지역의 골칫거리에 대한 솔루션으로 추진하는 두 가지 국비지원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것으로 판단되지만, 통영시가 여전히 고민하고 있음이 역력해 보이는 것은 아마 적자운영 부분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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