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주민들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욕지도 주민들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국비지원 한다지만 절반뿐, 투입시비 105억에 운영적자는 어쩌라고?

50년 전 해양쓰레기 전처리 기술, 백등유 ‘굿’이라면 한국 이미 산유국

굴 껍데기 자원화, 더 싸고 더 나은 경쟁제품 두고 굳이 패각탈황제를?

혈세 한 푼 안 들이고 두 난제 해결한다면 국비사업 고집할 필요 있을까?

 국비지원으로 추진되는 사업에서 국비를 반납하게 되면 차후 다른 국비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그럴지도. 그럼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국비지원사업을 벌이지 말아야 하나? 아니면 빚을 내서라도 수행해야 하는 걸까? 통영시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12.03%로, 전국 243개 시·군·구 중 164위임에야.

그럼 이럴 경우엔? 만일 어떤 국비지원 시설설치사업이 지자체의 재정에 부담이 됨은 물론이거니와, 그 시설을 운영할 때도 적자날 것이 뻔히 보인다면 어떤가? 그래도 그 사업을 추진해야 할까? 더구나 국비를 한 푼 지원받지 않고서도, 지방재정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고서도, 예견되는 적자부담의 위험을 떠안지 않고서도 목적을 달성할만한 대안이 있는데도?

통영시가 그런 부담을 질 가능성이 큰 사업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해양쓰레기 전처리시설 설치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굴 껍데기 자원화시설 구축사업이다.(관련기사 3면, 7면) 두 사업 모두 명분과 필요성은 충분하다. 해양쓰레기문제나 굴 껍데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 지역의 난제기 때문.

 

저온소각 시 다이옥신 발생 불가피

해양쓰레기 전처리시설 설치사업은 전체 예산 150억으로, 이중 절반은 국비가 지원되지만 나머지는 지방비로 해야 한다. 35%에 해당하는 52억5000만 원은 통영시가 부담해야 한다. 폐플라스틱, 폐그물 등 해양쓰레기를 태워서 백등유를 만드는 사업인데, 통영시는 해양쓰레기 처리비용을 받지 않을 예정이다. 주요한 수익원이 사라지는 셈.

명정동 소각장 맞은편에 전처리시설이 건립되면 인력도 채용하고, 운영비도 있어야 할 텐데, 수익은 오로지 백등유 판매수익뿐이라고 한다. 통영시의 기대처럼 해양쓰레기를 하루 15톤씩 태워 하루 9146ℓ, 1년 320만ℓ를 생산하고, 역시 희망대로 ℓ당 500원 전량 판매된다면 연간16억 원의 판매수익이 생긴다.

지난 7월 중간보고회에서 최종생산품인 백등유에서 악취발생, 연소 시 탄소발생 우려, 상용화 기술검증 등 문제점이 지적됐다. 문제해결 과정은 자연스레 비용증가를 가져오게 된다.

해양쓰레기라고 의뢰받는 족족 다 태울 수는 없다. 태울 수 없는 해양쓰레기, 백등유 만드는데 불필요한 해양쓰레기는 소각과정 이전에 선별돼야 하는데, 이는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해야 한다. 고용효과가 좋을수록 인건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한 전문가에 따르면 해양쓰레기를 태워서 백등유를 만드는 기술은 1970년대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당시 전 세계에 영향을 준 석유파동 이른바 오일쇼크.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던 ‘비산유국’ 일본에 준 충격이 워낙 커서 석유를 채굴 대신 만드는 방법을 연구한 끝에 나왔다고.

통영시는 이 백등유가 선박연료·유리(비닐)온실·가정용보일러·사우나·소금공장·화력발전소·시멘트공장·아스콘공장·산업용건조기·캠핑장·기선권현망·도서지역 자가발전소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지만, 이 전문가는 “만일 그렇게 많은 곳에 사용된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산유국이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수 십 년째 업계에 몸을 담고 있다는 이 전문가는 “고체유기화합물, 탄소화합물을 400℃ 이하 저온상태에서 지속적으로 가열하면 액상화 된 유류가 만들어지는데, 1000℃ 정도의 고온가열이 아니어서 재가 발생하고, 다이옥신은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 판단한다”는 중요한 지적을 했다.

 

삼천포화력, 3년 뒤 가스발전 전환 예정

굴 껍데기 자원화시설 구축사업도 전체 사업비 150억으로, 이중 절반은 국비로, 나머지 절반은 지방비로 한다. 통영시는 전체예산의 35%에 해당하는 52억50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통영시 추산으로 매년 굴 껍데기가 15만 톤 정도 발생하는데, 이중 10만 톤 정도를 태워서 7만 톤 정도의 탈황제를 만드는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것. 현재는 도산면 법송일반산단에 부지를 확보한 상태.

지난 7월에는 삼천포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남동발전(주), 굴수협과 MOU를 체결했다. 통영시가 굴 껍데기를 이용해 만든 탈황제를 적극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경제성 분석용역 결과 자원화시설을 운영할 경우 매년 20억 정도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통영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도 운영적자가 통영시와 시민들에게 지울 재정부담을 우려해 적자의 50%는 생산자인 굴 수협이 책임진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사업을 승인한 통영시의회만 덤터기 쓰지 않겠다, 시의회도 최선을 다했다는 흉내라도 내자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

또 다른 전문가는 이 사업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굴 껍데기로 만든 탈황제를 사 줄 곳이 있냐는 점. 물론 삼천포화력발전소와 MOU를 체결했지만, 석회석 원석으로 만들어서 품질이 더 좋고, 가격도 더 싼 기존제품이 있는데 굳이 자원화시설에서 만든 탈황제를 사겠느냐는 것이다.

또 우리 국민들은 건강에 굉장히 민감하다. 1년 6개월 넘도록 코로나19 방역을 묵묵히 지키는 것을 보면 바로 안다. 미세먼지와 황사에도 민감한 국민들이다보니 정부도 그에 대응할 수밖에. 미세먼지경보, 황사경보가 올라가면 가장 먼저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게 돼 있다. 글로벌 온난화에 따른 기후협약은 화력발전소의 가동중단을 더욱 촉진시킨다.

여기에 더해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는 2023년까지, 3·4호기는 2024년까지 가스발전소로 전환할 예정이다. 불과 며칠 전 3·4호기 대체 가스발전소를 고성군에 짓기로 결정됐다. 5·6호기는 아예 가스발전소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쯤 되면 새로운 탈황제 판매처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민간업체 의뢰하면 비용 부담없이 두 난제 해결 가능

‘적자가 날 게 뻔한 사업을 굳이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통영시 관계자는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니다. 굴 껍데기만 처리하면 된다”고 답했다. 해양쓰레기 문제는 얼마나 심각하며, 굴 껍데기 문제는 얼마나 오래 된 일인가? 해양관광도시이자, 문화도시 및 수산업 도시로 자부하는 만큼 두 가지 원인으로 인한 그늘도 커지 않은가? 그 두 가지 숙제를 푸는데 3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절반을 국가가 지원해 주겠다니 이야말로 절호의 찬스.

딴은 맞는 말이다. 재정부담을 지더라도, 약간의 운영적자를 각오하고서라도 풀 수 있다면 풀고 싶은 묵은 숙제들이다. 그런데 만일 두 가지 지역현안을 해결하는데 통영시가 단 한 푼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고, 따라서 적자부담을 걱정할 필요도 없는 해법이 있다면 독자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폐자원 재활용 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전문가 A씨는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시설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해양쓰레기를 태워서 저품질의 백등유를 생산하는 시설, 굴 껍데기를 소성해서 탈황제를 만드는 시설을 합친 설비를.

그는 “굴 껍데기로 만든 석회비료 수요처는 많다. 다른 업체들은 연5만 톤 정부수매 물량 말고는 제조 및 판매처 발굴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중요한 부분은 얼마나 품질 좋은 원료(굴 껍데기)를 만드느냐는 것. 굴 껍데기로 만든 제품을 다양화 하는 것.

통영시는 자원화시설에서 굴 껍데기를 세척할 때 사용하는 온수를 가스로 가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전문가는 “가스를 열원으로 사용하면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해양쓰레기를 태워서 열원으로 삼으면 된다”고 설명한다. 700~1000℃의 고온으로 태우기 때문에 다이옥신 발생염려도 없고, 고온의 온수스팀으로 수분·염분·유기물을 청결하게 세척하고 건조한 굴 껍데기는 고품질의 원료가 된다. 전문가 A씨는 “굴 껍데기를 이용하면 건설골재·비료 외 인공어초도 제작할 수 있는데, 이는 정부에서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민간업자들이 국비를 받아먹을 생각으로 이 사업에 달려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충분히 그럴 법하다. 그러나 이 전문가는 “우린 국비나 지방비가 필요하지 않다. 시설자금은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통영시는 “만일 우리 지역 해양쓰레기가 없어지면 다른 지역 해양 쓰레기를 가져와서 민원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만일 그런 상황이 생기면 150억 원이나 투입된 해양쓰레기 전처리시설 역시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이미 국비지원사업으로 결정된 이상 되돌릴 길이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과연 그럴까? 아니 그래야만 하는 걸까?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플랜B를 선택하는 지역민의 지혜를 무시하고, 두고두고 지역민에게 재정적으로 민폐가 될 게 명약관화한 사업을 정부가 강요한다는 것을 묵묵히 수긍해야 하는 것일까?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깨닫고도 그 실수를 수습하지 않는 것, 잘못된 선택을 되돌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아닐까? 두 가지 사업이 해양수산부 한 부처 소관사업이라는 점은 우리보고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라는 운명적 계시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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