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문학인의 시비동산 조성과 작고문인의 종합문학축제' 

 

정소란(시인, 시인의꽃집 대표)
정소란(시인, 시인의꽃집 대표)

코로나19의 팬데믹 시절에 놓여 있는 현실이다.그래도 지난 한가위에 잠시 비친 보름달은 컸으며, 한가위 장을 보느라 대형마트와 작은 점포까지 제법 술렁이고, 재래시장의 분위기도 사뭇 붐비는 모습이었다.

제약 많은 현실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있으며, 서로 배려하는 모습으로 명절을 보내는 풍경이었다.

그리운 마음을 대신하여 전화안부를 하고, 한꺼번에 몰리던 큰댁의 방문도 간격을 둔 것은 비단 우리집안 뿐만이 아니었다.

불과 몇 년도 안 된 사이에 팬데믹은 우리들을 변화시켰지만, 대처하는 능력을 이만큼 올려놓았다. 이 정도면 되었고, 이 정도로 끝내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통영은 인구수에 대비하여 걸출한 인재를 가장 많이 배출한 문화예술의 도시지만, 이미 배출한 문화예술인의 공덕으로 자부만 할 것인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무형의 가치는 말 할 수 없을 만큼의 경지로 끌어 올린 대가들의 커다란 업적은 오염 없이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영에는 작고하신 문학가 중에서 청마 유치환, 대여 김춘수, 초정 김상옥, 김용익, 서우승 그리고 박경리선생님 등 훌륭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지금까지 이 분들의 추모제를 해마다 지내고 있습니다. 추모제가 추진하는 단체가 다르고, 규모도 많이 차이가 나지만, 엄숙하고 정성을 다하여 치러지고 있습니다만, 저는 늘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언제까지 몇 몇 관계자만 참가하는 추모제의 엄숙함만으로 끝낼 것인지, 더 자유롭고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문학축제로 나아갈 수는 없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지금까지 잘 그 문학 정신을 잘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돌아가셨다 해도 맥이 끊긴 것은 아닙니다. 생존하여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문학인들이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작품으로 통영을 알리면서, 활동을 하는 문학인들을 찾아 앞으로 이끌어서 더욱 왕성하고 신명나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여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취지의 한가지로 돌아가신 분의 전유물로만 여기는 시비를 세워, 현존하는 통영의 문학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창작의욕이 더욱 생기는 것은 물론, 예향에 큰 몫을 하고, 통영문화의 한 곳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통영문학인의 시비동산은 또 다른 문화 공간이 되어, 시민의 휴식처가 되고, 지망생들의 문학스토리텔링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시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몇 년 전 시장님과의 간담회 시간에 몸담고 있던 문학단체의 사무국장을 맡은 첫 해에 했던 말이다. 그동안 생각하고 바라는 바를 이야기 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당돌하였지만, 가장 순수하고 타성에 젖지 않은 자발적인 발언이었다.

추모제 중에서도 규모가 큰 박경리 선생님의 추모제는 2년 전 부터는 축제로 바꾸어 전국의 문학을 지망하는 이들의 등용문이 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함께 하여, 추모로만 그치지 않고 기억하고 흠모하는 축제로 치러지고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다른 분들도 그 기일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곳곳에서 몇 몇만 참석하여 치루는 추모제를 함께 합하여 문학축제로 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아 있는 문학인들은 앞서간 문학인의 추모제를 지내는 역할만 할 뿐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들고, 앞으로 늘어날 문학인의 추모제는 또 누가, 어떤 방식으로 추모제를 지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고하신 선생님들마다의 개성을 한껏 살려 문학의 넋을 기리고,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 기간에 함께 하는 날, 예향의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환하게 웃을 것만 같다.

창작의욕의 고취와 문학을 하는 자부심을 든든하게 가질 수 있는 “통영문인의 시비동산”조성은 지역예술인 발굴과 지원에 크게 그 몫을 할 것이고 살아있는 야외 예술 공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탄탄한 문학적 터전을 다져 놓고, 없어지지 않을 영원한 예향통영의 선생님들의 넋을 기리는 통영시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찾는 “작고문인의 종합문학축제”로 발전시키면 각각의 장소에서 조용히 치루는 추모제로만 그치는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것 같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은 바다의 자유로운 빛깔을 만들고 환상적인 바다와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든든하게 자리 잡은 푸른 미륵산은 통영의 문학적 향기를 드높인다.

이에 버금가는 통영인의 풍부한 감성은 문학의 열정으로 더해져 역량은 차고도 넘친다.

인문통영이 되고자 하는 것 중에 필자의 이 제언은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으로, 지금 통영이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