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원 정동영

요즘 중년 남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이 두 개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나는 인적이 없는 깊은 산속에서 문명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는 이른바 “자연인” 프로그램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섬과 바다를 전전하면서 대물을 낚는 “바다낚시”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산과 바다라는 대자연을 통해 인간의 야생 본능을 자극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자는 문명을 자발적으로 거부하면서도 인간 내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후자는 광활한 바다 한가운데서 얼마나 큰 물고기를 누가 더 많이 잡는가 하는 인간 사이의 경쟁심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이러한 바다낚시 프로그램의 단골 촬영지가 바로 우리 통영이다. 통영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반도 최대의 황금어장을 배경으로 연·근해뿐만 아니라 저 멀리 외해와도 연결되어 있어 어종이 풍부하며 특히 각종 유·무인도서의 절경에 자리 잡고 있는 각종 “포인트”들은 통영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

탁월한 통영의 여건으로 인해 통영은 국민 생활수준이 향상되던 1980년대부터 낚시 배를 이용한 이른바 레저 낚시가 전국에서 제일 먼저 발전되기 시작했으며, 통영의 관광과 연계되어 인근의 대도시들뿐만 아니라 수도권 레저 낚시 인구의 증가를 견인한 곳이다.

이러한 레저 낚시인들이 최근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낚시 인구 통계에 따르면 낚시 인구가 2006년 400만 명에서 2020년 약 900만 명으로 추산되어 15년 사이에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들 낚시 인구 중 바다낚시의 경우 약 30% 정도로 추산되고 있어 현재 바다를 무대로 하는 낚시 인구는 대략 300만 명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낚시를 생활의 수단으로 하는 “전국낚시어선연합회와 낚시어선 자율공동체” 등이 구성됨으로써 낚시가 수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추세이다. 다시 말해 이제는 낚시어업도 수산업의 한 범주로서 새로운 해양산업으로의 발전과 사회적 역량 확대에 기여 할 수 있도록 하는 인식전환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렇게 바다낚시 인구가 갑작스럽게 증가하다 보니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대략적으로 3가지 문제로 요약되는데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 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첫째 어획량 감소 문제다. 해양수산개발원과 수산자원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바다낚시 인구에 의해 잡히는 연·근해 어획량은 작년 기준으로 약 11.5만 톤으로 전체 연·근해 어획량 93만 톤의 12.5%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들 어획량 중 주꾸미는 60% 이상, 감성돔의 경우 200% 이상 각각 바다 낚시인들에 의해 포획되고 있어 전업 어업인들에게 막대한 타격을 준다는 여론도 있지만, 국가 및 각 시도 수산자원연구소를 통해 각종 어류의 치어나 수정란 등을 대량으로 부화하여 바다에 방류함으로써 어획량 감소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로 환경오염 문제다. 낚시인들 모두가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이들이 낚시를 하면서 버리는 각종 쓰레기들로 인해 바다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한 각종 미끼의 투척은 물론 낚시를 하며 발생되는 각종 생활쓰레기 배출이 문제되고 있는데,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낚시와 관련한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한 종량제 봉투의 금액이 약 1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관련 쓰레기를 정상적인 처리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 이 정도인데, 만약 그렇지 않고 무단으로 방치되는 것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클 것이라 예상되나 낚시인들의 인식전환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전사고 문제이다. 해양수산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77건에 19명의 인명피해가 난 낚시어선 사고가 2017년에는 105건, 263명으로 대폭적으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일어난 사고들의 원인을 분석하니 기관 고장이 635건으로 전체의 7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어선 간의 충돌이 87건으로 10%를 차지하였으며, 좌초가 65건, 10%의 순서를 보였다.

증가하는 낚시 인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낚시 배를 운영한 것이 사고를 유발하는 근본적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경남도의 경우 지난해부터 승선인원 13명 이상인 낚시어선에 한하여 “낚시어선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소요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해양수산부와 국회가 손만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2006년부터 이른바 낚시면허제 내지 낚시총량제 등을 통해 낚시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였지만 낚시라는 레저 활동에만 국가가 통제를 한다는 형평성과 어업 불황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낚싯배 운영을 통해 보충하는 어업인들의 현실적인 문제 등에 따라 번번이 이러한 해결책이 법률안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필자가 볼 때 현재 상황은 경제적으로 봤을 때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과 같은 처지라 볼 수 있다. 사실상 무주물(無主物)인 바다에 낚시인들과 어업인들이 경쟁적으로 물고기를 잡아가니 결국 바다가 황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어업인들과 낚시인들이 바다의 물고기들을 두고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의 무한 경쟁에 노출된 것이다.

통상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거론되어 온 것이 바로 참여자들에게 일정한 소유권 내지 쿼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극심한 경쟁을 막아 공유재산을 적정히 보존하여 사회경제적 후생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참여자들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가지고 우리 통영에서 처음 바다낚시 관리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즉, 필자가 제안한 TILA 100인 원탁회의의 주제로 삼아 어업인과 낚시인 모두가 만족할 일종의 라이센스를 발급하는 것이다. 예컨대, A 어촌계의 총 어획량이 100이라고 가정한다면 30 정도는 낚시인들이 사용할 수 있게 쿼터를 배정하고 이들 낚시인들이 통영에 와서 먹고 자고 쓰고 할 수 있는 일종의 바우처를 부여함으로서 어업과 관광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즉, 어업도 살고 관광도 살 수 있게 적정한 경계를 실제 어업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설정함으로써 최상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종의 경계점이 설정된다면 명확한 주체가 없어 발생했던 쓰레기 무단 투기 등의 환경 오염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며, 해난 안전사고 역시 명확한 주체에 따른 안전 관리 방안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노 오스트롬(Elinor Ostrom)도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할 방법은 시장의 무분별한 자본력에 맡기는 방법이나 정부의 획일적인 통제 방법보다는 참여인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정하는 방법이 경제적으로 가장 탁월하다고 했다. 또한 시민이 주체가 되어 일종의 경계 지점을 자율적으로 찾아가는 이러한 방법은 시민들의 자치 능력을 배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민주성도 충분히 갖춘 방법이라 생각한다.

바다의 땅 통영은 전국 최초로 시도했었던 각종 어로, 영어, 수산 등의 방법으로 우리나라의 수산업을 선도했던 곳이다. 이제는 시민들의 자율적 자치 능력으로 어업과 관광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통영만의 획기적인 바다낚시 관리 방안으로 전국 제1의 수산, 관광 도시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하면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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